시창작강의 - (434) 시 합평의 실제 3 - ⑭ 장미순의 ‘늙은 아코디언 연주자’/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
시 합평의 실제 3
티스토리 http://chilhakkeun5858.tistory.com/894/ 전설의 아코디언 연주자이며 거장인 심성락
⑭ 장미순의 ‘늙은 아코디언 연주자’
<원작>
늙은 아코디언 연주자/ 장미순
야윈 몸 주름상자 위에 얹고 숨을 쉰다
운다고 옛사랑이 올 리 없기에 무뎌진 표정
시간의 주름 켜켜이 숨겨 놓은 슬픔
시린 바람 품고 뱉으며 노래 부른다
수 없는 파도가 들이쳤을 갯벌
수 없는 숨을 들이쉬었을 가슴
노을 지는 해변 게 한 마리 기어간다
모래알 되어 빠져나간 것들을 더듬는다
좁아졌다 넓어지고 퍼졌다 주름지는 추억
뻣뻣한 손가락 세월의 무늬를 더듬는다
<합평작>
늙은 아코디언 연주자/ 장미순
야윈 얼굴, 주름상자 위에 얹고 숨을 쉰다
운다고 옛사랑이 올 리 없기에 표정은 무뎌지고
주름 켜켜이 숨겨 놓은 슬픔은
시린 바람을 품고 뱉는다
수많은 파도가 들이친 갯벌
수없이 숨을 들이마셨을 파도
게 한 마리 기어간다
모래알로 빠져나간 것들을 더듬는다
좁아졌다 넓어지고,
펴졌다가 주름지는 추억
뻣뻣한 손가락이
세월의 무늬를 더듬는다
<시작노트>
유튜브에서
아코디언 연주자의 영상을 보고
시로 써봤습니다.
더욱 비장하고
씁씁한 정서를 표현하고 싶었으나
쉽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숙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렇게나마 쓰게 되어 다행입니다.
<합평노트>
시는 내용의 참신성도 중요하지만 행과 연을 어떻게 배치하느냐 하는 것도 참 중요합니다.
행과 연의 배치는 의미망의 구축을 보여주기도 하고,
운율을 형성하는 데도 크게 기여합니다.
다소 무성의한 듯한 연 가름, 행 가름을 합평한 작품과 같이 정리합니다.
호흡이 정리되면서 주제가 명징하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제1연의
“야윈 몸”은 구체적으로 “야윈 얼굴”로 표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시는 관념어를 지양하고,
두루뭉술한 언어보다는 구체적인 언어를 좋아합니다.
‘몸’은 얼굴, 손, 발 등 신체 전부를 가리킵니다.
그래서 두루뭉술한 어휘라는 것이지요.
‘몸’이라는 표현보다는 ‘얼굴’, ‘얼굴’보다는 ‘눈’, ‘코’, ‘입’, ‘귀’가 구체적이고,
‘눈’보다는 ‘눈썹’, ‘눈동자’ 들이 구체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제1연의
“시간의 주름 켜켜이 숨겨 놓은 슬픔/ 시린 바람 품고 뱉으며 노래 부른다”라는 표현을
“주름 켜켜이 숨겨 놓은 슬픔은/ 시린 바람을 품고 뱉는다”라고 수정합니다.
제3연에서
“노을 지는 해변”이라고 시간적 상황을 제시한 것도 삭제합니다.
시를 진부하게 만드는 사족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자작시를 들여다보며 두루뭉술한 부분을 구체적인 단어로 바꾸고,
진부한 표현을 삭제해보세요.
시가 달라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안현심의 시창작 강의노트(안현심, 도서출판 지혜, 2021)’에서 옮겨 적음. (2023. 4. 1.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434) 시 합평의 실제 3 - ⑭ 장미순의 ‘늙은 아코디언 연주자’/ 한남대 평생교육원 교수 안현심|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