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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장,
승규가 대학생이 되고 이제 송이가 고 이학년에 올라가고 다시 아름이가 고등학생이 된다.
문정숙은 아름이가 좀 더 열심히 공부를 해 주기를 바라면서 학원을 더 다닐 것을 말해 본다.
“엄마!
난 아직 언니나 오빠처럼 그렇게 공부에만 매달리기 싫어.
일학년까지만 내 마음대로 공부하고 이학년부터 모자라는 과목을 학원에 다닐 거니까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
”지금부터 해야지 이학년부터라면 늦을 수도 있어!
송이를 봐라!
그렇게 열심히 하니까 상위권에서 내려온 적이 없잖니?“
”그래도 난 그렇게 언니처럼 공부 벌래가 되긴 싫다고.“
아름이는 엄마가 하는 말에 따르지 않는다.
학교가 끝나고 나서 한 군데 학원을 다녀오면 저녁을 먹기 전에 집에 온다.
문정숙은 이제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고 아이들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며 일찍 잠자리에 든다.
김윤희는 그런 며느리가 서운하지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는다.
송이는 늘 자정이 다 되는 시간에 집에 도착을 한다.
너무 늦은 시간까지 학원공부를 하고 거의 막차를 타고 오려면 얼마나 힘들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김윤희는 당신이 이제라도 다시 핸들을 잡을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아직 칠십이 되지 않은 나이다.
이 나이에 운전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안다.
핸들을 놓은 것이 거의 이 십 여년이 흐른 세월이지만 조금만 연습을 하면 다시 운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제 아들과 며느리를 믿을 수가 없다.
송이를 위해서는 그들은 이제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모든 것이 알려진 사실이라고 해도 어엿한 부모노릇을 하고 있는 아들과 며느리가 너무나 서운해진다.
송이를 위해서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야 하고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운전면허학원으로 나가 주행연습을 신청을 한다.
그동안 도로의 모든 것과 교통법규가 바뀌었으니 연습을 통해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주행연습 신청과 아울러 승용차를 새로 구입하려는 생각을 한다.
이제 이년이면 송이가 대학생이 된다.
대학교만 입학을 하면 바로 운전면허를 따게 하고 지금 새로 구입하는 승용차를 송이에게 줄 생각을 한다.
소형차가 아니고 요즘 한창 유행하고 있는 L사의 중형차를 신청한다.
“내가 새로 차를 뽑으려고 신청을 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지나가는 말처럼 아들과 며느리에게 말을 한다.
“네?
차를 뽑으신다고요?”
한기범과 문정숙이 놀라면서 바라본다.
“왜 그렇게들 놀라니?”
“어머니!
차가 필요하세요?
지금 어멈이 쓰는 차를 이용하시면 안 될까요?“
”그 차는 이미 너무 오래되어서 싫다.
그렇다고 내가 차를 새로 바꾸어 주기도 그렇지 않니?
내 전용으로 새로 하나 신청을 해 놓았다.“
”핸들을 놓으신지 오래 되셨는데 가능하시겠어요?“
”너희들이 그런 것까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누구 한 사람 송이를 기다려주는 사람도 없는데 나라도 송이를 데리러 다녀야 하지 않겠니?“
한기범은 그제야 어머니의 마음을 알아차린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업무가 밀려서 힘들다 보니 송이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뭐라고 하든?
저를 낳지 않은 부모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더냐?
승규를 데리러 다니면서도 송이를 그대로 두고 오는 너희들이 아니냐?
아무리 낳지 않은 자식이더라도 그동안 키워온 정으로라도 그렇게는 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아범아!
기영이를 생각한다면 어찌 그럴 수가 있는 것인지 난 너를 이해하지 못한다.“
김윤희는 아들에게 싸늘한 음성으로 말을 한다.
한기범은 어머니의 말에 대꾸할 말이 없다.
“기왕에 말이 났으니 내 가슴에 있는 말을 해야겠다.
이제부터는 너희들 자식 스스로들 알아서 공부를 시켜라!
내가 아무리 너희들에게 해 주면 뭘 하겠니?
마음의 서운함이 쌓여가고 송이를 생각해서도 더 이상은 나도 네 자식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겠다.
학비나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일체의 돈을 생각하지 말거라!“
“.........................”
한기범은 자신의 잘못이 컸다는 것을 생각하지만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일임을 알고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아이들의 학비를 말없이 내어주시던 어머니였다.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학원비와 모든 것을 스스로 감당을 하셨던 어머니다.
지금까지 아이들의 사교육비나 학교에서 들어가는 교육비를 생각해 보지 않고 편안하게 지내던 한기범과 문정숙은 가슴이 서늘해진다.
어머니의 마음이 그 정도로 서운함이 쌓여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어머니의 말씀이 백번 옳은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자신이 조금만 일찍 나가서 송이를 태우고 승규를 데리러 갔어야 했다.
그 생각을 못한 것은 아니지만 피곤하다는 이유로 승규가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집을 나선 것이다.
어머니가 얼마나 서운하셨고 자신들이 괘씸하게 생각하셨을지 이해가 간다.
“여보!
정말 우리가 너무 심했던 것 같아요.“
문정숙 역시 시어머님의 말에 대꾸할 말이 없다.
“어머니 말이 옳소.
우리가 너무 생각이 짧았고 너무 송이를 내 자식이 아니라는 표현을 드러내 놓고 한 것이오.
그것이 어머니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었으리라고 짐작이 가오.“
“그러니 어떻게 해요?
이제 와서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인데.............“
“어쩌겠소?
어머니께서 마음이 풀어지시길 기다리면서 노력을 해야겠지.
당신이 많은 신경을 쓰고 노력해 주시오.“
”그렇게 해서 어머님의 마음이 풀어지신다면 좋겠지만............
앞으로 아름이에게 들어갈 사교육비가 만만치 않을 것인데............
승규의 등록금 또한 수월하지 않은 금액일 것이고.“
문정숙은 비로소 큰 한숨을 내 쉰다.
남편의 월급만으로 두 아이들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일 것이다.
어머님의 도움으로 그동안 그런 걱정을 하지 않고 아이들을 키워왔는데 이제 전혀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면 모든 것에서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그동안 저축해 놓은 것이 있기는 하지만 얼마나 버텨 줄 것인가?
그 일이 어머님이 가슴에 그렇게 상처가 되리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문정숙은 이제 시어머님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한숨을 쉰다.
김윤희는 새롭게 구입한 승용차를 집 앞 주차장에 주차시킨다.
그동안 학원에서 도로연수를 받고 보니 다시 운전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송이야!
오늘부터 할머니가 학원으로 데리러 간다.“
모든 가족들이 함께 아침을 먹는 자리다.
“할머니!
그러지 마세요.
전철을 타고 다녀도 됩니다.“
”아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너무 힘들고 피곤하다.
승규도 그렇게 데리러 다녔는데 더구나 넌 여자이기 때문에 늦은 밤길이 얼마나 무섭고 힘이 들겠니? 그래서 할미가 다시 핸들을 잡았고 너를 위해서 차도 새로 구입을 했다.“
”고맙습니다.“
”오냐!
너를 위하는 것이라면 못할 것이 무엇이겠느냐?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만 하거라!
네가 하고자 하는 모든 일을 뒷받침 해 줄 것이다.“
김윤희는 아들과 며느리가 들으라는 듯 말을 한다.
“할머니, 저는요?”
아름이가 할머니를 보며 묻는다.
“너? 너는 네 애비와 어미가 있지 않니?
할머니가 너희들까지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
”저도 할머니 손녀잖아요?
왜 언니에게만 모든 것을 다 해주시는 것인데요?“
아름이는 심술이 난다는 듯 말을 한다.
“그것은 이 할미의 마음이다.
할미도 할미가 하고 싶은 것들만 하면서 살련다.“
그러고서는 김윤희는 식탁에서 몸을 일으킨다.
더 이상 그 누구의 말도 듣고 싶지 않다는 표현인 것이다.
송이 또한 할머니의 말씀대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는다.
할머니가 다시 핸들을 잡으시고 자신을 위해서 승용차까지 구입을 하셨으니 더 이상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학교와 학원이 끝나고 지하철이 끊겨질까 뛰어오면서 지하철을 타고 나면 숨이 가쁘고 온 몸이 힘들다는 아우성을 친다.
또한 그 시간이면 지하철은 만원을 이루기 때문에 앉아서 올 수도 없다.
집에 와서 공부를 더 해야 하는데 이미 모든 진이 다 빠져버리곤 한다.
송이는 할머니가 학원 앞에서 기다리고 계신 것을 보면 너무나 반갑다.
그래도 세상에 혼자가 아니고 자신을 사랑하고 생각해 주는 할머니가 계시기에 송이로서는 더욱 힘이 나고 용기가 솟아오른다.
할머니를 실망시켜드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공부를 한다.
김윤희는 매일 송이를 데리러 다니는 것이 보람을 느낀다.
조금 피곤하기는 하지만 낮에 푹 쉬면되는 일이다.
아직은 그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문정숙은 이제 시어머님과 송이가 들어올 때까지 잠자리에 들 수가 없다.
집안의 어른이 나가서 안 들어오신 것을 알면서 태평스럽게 잠을 잘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어머님!
오늘은 제가 대신 다녀오겠습니다.“
송이를 데리러 집을 나서려는 김윤희에게 말을 하는 문정숙이다.
“네가 왜?
넌 집안 살림을 하느라 피곤해서 네 아들도 데리러 다니지 못했는데 그런 너에게 송이를 맡길 수는 없지 않겠니?“
김윤희의 송곳 같은 말이 문정숙의 가슴에 파고든다.
“제가 잘못 생각을 했었습니다.
어머님이 피곤하신데 제가 가야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만 두어라!
새삼스럽게 그럴 필요가 없다.“
김윤희는 냉정하고 차갑게 말을 하면서 집을 나선다.
마음이 착한 것 같은 며느리지만 때로는 생각이 없는 것도 같고 아둔한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르고 그러는 것인지 알고서도 모른 척을 하는 것인지 모르는 며느리의 속마음이다.
모든 것에 순종적인 것 같다가도 자신의 고집을 굽히지 않고 이겨나가고 있을 때를 보면 간혹 당혹스럽기만 하다.
별 말은 없으면서 모든 것을 행동으로 자신의 고집스러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김윤희는 아들 역시 며느리에게 맞추어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부모보다는 아내와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려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 때로는 서운하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하다.
딸 기영이가 그렇게 사라지고 난 이후 모든 것을 아들을 믿고 기대며 살아온 세월이었다.
아들의 수입으로 생활을 해 나간다고 하지만 일곱 식구 먹는 것만을 해결하고 나머지는 모두 당신이 충당을 해 주었다.
아이들의 학비며 집안의 경조사 모든 문제들을 당신 스스로가 책임을 지고 해결을 해 왔던 것이다.
어차피 아들에게 남겨질 재산이기에 그러는 것이 서로 편안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들의 수입에 대해서는 일체 무관심하게 살아왔다.
송이를 제대로 키울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게 안 보이게 송이는 뒤로 밀려나곤 한다.
며느리는 늘 젖먹이인 아름이만 끌어안고 송이에게는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고 아들 녀석 또한 송이는 없는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 보인다.
늘 당신의 품안에서만 자라고 있는 송이가 불쌍하고 안쓰럽다.
당장이라도 딸이 대문을 열고 들어설 것만 같았다.
송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돌아오리라고 믿었던 것이다.
벌써 이 십 여년이 가까운 세월이다.
그래도 김윤희는 기영이가 살아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때까지는 당신이 송이를 지켜낼 것이고 제대로 가르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늘 송이의 뒷바라지를 위해서 모든 신경을 쓴다.
이제 아들과 며느리는 송이를 밀어내려한다는 생각을 하는 김윤희다.
송이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은 아들가족을 위해서 모든 것을 책임을 져야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누구 못지않게 송이의 뒷바라지를 해 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의 지출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다진다.
문정숙은 시어머님과 송이가 돌아오는 소리가 나면 방에서 나온다.
“다녀오셨습니까?
송이야, 고생이 많았다.“
”아니에요.
주무시지 않고 왜 나오세요?“
”할머니가 들어오지 않으셨는데 잠이 오겠니?
그리고 너도 들어오는 것을 봐야 안심을 하고 잠을 잘 수가 있단다.
먹을 것이라도 챙겨줄까?“
”아닙니다.
오는 길에 할머니가 맛있는 것을 사 주셨어요.“
”그랬구나!
어서 들어가 쉬거라!“
“네, 안녕히 주무세요.”
송이는 이제 엄마의 눈치를 보지 않기로 한다.
또한 그럴 시간도 없다.
할머니의 말씀대로 자신의 앞길만을 생각하기로 하면서 더욱 공부를 한다.
송이가 원하는 K대에 들어가기 위해서라도 조금의 방심도 금물이다.
송이는 수재들만 모인다는 K대가 목표다.
자신은 수재가 아니지만 노력하면 불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더욱 노력을 하며 일분일초도 아껴서 쓴다.
휴일이면 김윤희는 송이를 위한 영양식의 재료를 준비한다.
공부를 한다고 제대로 먹지를 못하면 지치고 건강을 해치게 되기 때문에 휴일에는 늘 영양식을 해서 먹이곤 한다.
문정숙은 승규도 그렇게 해서 먹었기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드리면서도 승규와 아름이도 함께 먹였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겉으로 나타낼 수가 없다.
승규를 그렇게 챙겼을 때 가끔 아름이도 함께 먹이기는 했지만 송이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 생각이 난다.
그런 자신이 지금 승규나 아름이를 먹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모순된 마음인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된다.
김윤희는 많은 재료를 사지 않는다.
온 가족이 먹을 만큼이 아니면 송이가 먹을 만큼만 재료를 구입한다.
문정숙은 그런 시어머님께 서운해지는 마음이다.
하는 길에 좀 더 해서 아이들을 함께 먹이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는다.
김윤희는 그런 며느리의 표정을 읽고 있다.
하지만 모른 척 송이만을 챙기곤 한다.
지금은 이런 저런 일들로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송이가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뒷받침을 다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송이 또한 할머니가 하라는 대로 그저 공부 이외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서 잠을 자는 것도 잊는다.
그러나 아름이는 아직도 공부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집착이 없다.
중간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아름이다.
그런 아름이가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문정숙은 애가 탄다.
아무리 좋은 말로 이야기를 해도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아름이다.
자신은 공부보다는 다른 것으로 성공을 하겠다는 배짱이다.
“아름아!
무엇을 하더라도 공부를 하고 난 다음에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니?“
”엄마!
아직 충분한 시간이 있어요.“
아름이는 그렇게 천하태평이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즐감하고 감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감!
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