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열다섯, 벼리의 별》은 1880년대 중반, 노비인 벼리가 예기치 못한 면천을 받고, 어린 나이에 홀로 험한 세상과 부딪치면서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 당신 노비들의 최고의 꿈은 면천을 받는 것이었지만, 어린 벼리에게 면천은 어머니와 떨어져 오롯이 홀로 세상에 남겨진 일이었기에, 달가운 일은 아니었지요. 하지만 벼리는 어머니의 말대로 어떻게든 살아내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견뎌 내다가, 서학 학문을 가르치는 여학당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벼리는 자기 밥벌이를 하면서 돈을 모아 어머니에게 드리는 것을 유일한 기쁨으로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벼리는 통변가라는 꿈을 갖게 되고, 이제껏 맛보지 못한 벅참과 떨림으로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오릅니다. 그 꿈이 현실이 되기에는 요원해 보였지만, 열다섯 소녀의 마음속에 뿌리내린 꿈의 씨앗은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하는데, 과연 벼리는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 출판사 리뷰
신분제라는 단단한 굴레 속에서
어느 날 노비라는 신분에서 면천 받은 어린 소녀의 운명은?
이 소설은 1880년대 중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개화 정책과 갑신정변으로 신분제 폐지에 대한 요구가 나오기 시작한 격변하는 시대였지요. 지금 우리는 자유롭게 꿈꾸며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신분제로 인하여 꿈마저 마음대로 꿀 수 없었지요. 아니, 꿈이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삶의 소박한 바람만 있을 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부모가 노비면, 그 자식도 노비로 살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이렇게 신분제라는 단단한 굴레 속에서 그 당시 청소년들은 어떤 꿈을 마음에 품고 살았을까요? 이 소설의 주인공 벼리 또한 부모님이 노비였기에, 노비의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주인 대신 수십 대의 물볼기를 맞고 죽음을 맞은 아버지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면천을 받게 됩니다. 그 당신 노비들에게 면천은 최고의 꿈이었지만, 어린 벼리에게 면천은 어머니 품을 떠나 홀로 세상에 남겨지는 두려운 일이었을 겁니다. 그래도 자식에게만은 노비의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어머니는 어떻게든 살아내라는 말을 하며 벼리를 떠나보냅니다. 이제 홀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벼리는 어떻게 이 험한 세상 속에서 살아남게 될까요?
열다섯 소녀의 마음속에 몽글몽글 피어나기 시작하는 꿈
모든 노비의 꿈인 면천을 받았지만, 어린 벼리에게 면천은 기쁨보다는 홀로 세상에 내던져진 엄청난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홀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기만 했지요. 하지만 어머니의 당부대로 벼리는 살아내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지만, 현실은 버겁기만 합니다. 결국 벼리는 더는 갈 곳이 없어, 학당에 들어가게 됩니다. 벼리는 가장 막다른 곳인 학당에서 어떻게든 살아내니라 굳게 마음먹지요. 그곳에서 벼리의 작은 소망은 자기 밥벌이하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돈을 모아 어머니에게 드리는 것을 유일한 기쁨으로 여기고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천민의 신분으로 역관이 된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 일을 계기로 벼리는 통변가라는 꿈을 마음에 품게 됩니다. 그러자,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벅참과 떨림이 생기고 버리려 해도 버려지지 않은 꿈에 대한 열망이 벼리의 마음속 가득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벼리는 통변가라는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까요?
■ 차례
도둑맞은 날
악연일지 인연일지
서찰의 기억
출세라니
섬돌 위에서
I can
넘어야 할 산
아무것도 모르면서
딕셔너리
사람을 살리는 일
깨져 버린 꿈
정진하는 길
세 번째 학생
가고자 하나 갈 수 없는
이해의 한 걸음
에필로그
■ 책 속으로
또다시 혼자가 되었다. 어머니의 말대로 어떻게든 살아내려 했으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혈혈단신인 내게 세상은 버거웠다. 들은 것 없는 가벼운 봇짐을 들고 있으니 그저 막막할 뿐이었다. -29쪽
노비인 어머니는 자유롭지 않았다. 어머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양인이 된 내가 잘 살아내는 것, 내 밥벌이를 하는 것. 어머니는 그것이면 된다고 했다. 잘 살아내는 게 무언지 모르지만, 그 대신 밥벌이는 근근이 하고 있었다. 그것으로 얼마간의 돈을 모아 어머니에게 드리는 것이 유일한 기쁨이었다. -33쪽
출세라니, 천민이었던 나에게는 언감생심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 학당에 들어온 후 배움이든 일이든 그저 주어진 대로만 했다. 그런데 솔깃했다. 마음먹기에 따라 잘 먹고 잘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다. 지금껏 감히 상상조차 하지 않던 일이었다. 내 눈으로 보고 들은 역관의 이야기가 마음에 소용돌이를 일으켜 가슴이 두근거렸다. -49-50쪽
통변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나니 조금 전과는 다른 기분이었다. 커다란 돈주머니 속에 밑천이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모은 단어로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하며 통변할 날을 그려 보니 두근두근했다. -68-69쪽
공들인 보람이 느껴지는, 고대하던 말이었다. 잉글리시를 배우는 사람들이 이 자전으로 공부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것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으로는 가질 수 없는 그 이상의 감정이었다. -140쪽
어머니의 면천을 청하던 날 아기씨의 눈빛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제는 면천에 대한 희망을 버려야 했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148쪽
미리견에 가겠냐는 그녀의 말이 실없어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양 땅을 벗어난 적조차 없는 내게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하지만 상상은 환술 같았다. 배를 타고, 짙은 하늘 같다던 바다를 누리며 미리견이라는 땅에 발을 딛게 해 주었다. -151쪽
삼 년 전, 처음 김 대감 댁을 나올 때는 두렵기만 했는데, 조선을 떠나는 지금은 두려우면서도 설렜다. 그것만으로도 한 뼘 자란 느낌이었다. -183쪽
■ 저자 소개
백나영
긴 시간 책과 함께 어린이와 청소년을 만나 왔어요. 그들과 오래도록 소통하고 싶어요. 2021년 KB창작동화제에서 우수상을, 제4회 생태문학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았어요. 《두근두근 첫사랑》, 《또박또박 말할래》, 《에너지도 아껴 써야 한다고?》, 《철도로 보는 세계의 문화》(공저)를 썼어요. 과학 잡지 vol.23에 청소년 SF 단편 소설 <떡볶이를 찾아서>를 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