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m나 되었을까 홀컵으로 그녀의 공이 쪼르르 굴러가더니 쑥 꺼져 들어갔다. 땡그랑~! 환한 미소에 그녀의 얼굴이 다가오더니 손바닥을 펼쳐 하이파이브를 하였다. 오늘 처음 만났음에도 그녀는 모르는 사람과도 친하게 지내는 사람처럼 기쁨을 함께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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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스포츠인 파크 골프는 상대방이 잘 치면 "굿." "나이스" 또는 버디, 이글, 알바스트로라고 칭찬을 해 주고 아슬아슬하게 안 들어가면 자기 일처럼 아쉽게 생각한다. (물론 내 마음 나도 모르듯이 상대방도 속으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른다) 하하
내가 파크 골프를 접한 것은 서울 강원지부 모임 끝나고 서 A님의 권유의 의해서였다. "내가 파크 골프를 시작하면 싹 다 주름을 잡을 텐데 어쩌려고 그래요?"라는 나의 죠크를 옆에 있던 B 님은 "그러면 좋지요!"라는 말로 넉넉하게 받았다.
아무튼 요리조리 빠져나가려는 나를 여러 사람이 나서서 권유 바람에 골프채도 없이 마지못해 따라갔다. 여의도 파크 골프장! 그곳은 야산처럼 수목이 있었고 푸른 잔디가 깔려 있었다. 그곳에서 빨간 공을 향하여 난생처음으로 골프채를 휘둘렀다.
그런데 밥 먹으면 누워 버리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려 위식도 역류증까지 생긴 나에게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어찌 된 일인지 파크 골프 친 그날 저녁에는 위식도 역류증 증상이 없었다. 그래서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여의도 파크 골프 장을 가자고 환우님들에게 졸랐다.
늦게 배운 도둑질 날 새는 줄 모른다고 하던가(?) 이 좋은 것을 왜 이제야 알게 되었나 생각이 들었다.
꽤 먼 거리임에도 내가 친 공은 어쩌다 한 번씩은 처 박히듯이 홀컵으로 들어갔다. 그러기를 몇 번 환우들이 나에게 잘 친다고 격려를 해 주었다. 멋쩍어서"소가 뒷걸음질하다가 쥐를 잡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라는 말로 그 덕담을 받았다.
그러기를 며칠, 같이 치는 환우가 나를 향하여 그런 말을 했다. " 어떻게 된 게 4일을 쳤는데 4년을 친 거나 같이 가요. 내일 치면 5년을 친 거나 똑같을 거예요..."라고 한다. 하하하 그것은 나를 격려하는 말 같기도 했고 나를 샘내는 말 같기도 했다.
이때만 해도 나는 파크 골프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알았다.
그리고 이틀 후 나는 다시 여의도를 가서 그분들을 만났다.
그날은 이상하게도 코 앞인데도 공이 살아있는 것처럼 다른 데로 굴러가 버리고 말았다. 그늘진 곳에서 앉아 나를 파크골프로 인도한 A님에게 말을 했다 "골프라는 레저 스포츠가 계단식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올라갔다가 떨어지고 올라갔다 떨어지고 그렇게 정체가 된다고 그 벽을 넘어서려면 엄청난 노력이 있어야 되지 않겠냐고...
그는 내 말을 받아 골프는 인생과 똑같다며 박세리는 하루에 3,000개 티샷을 했다면서 그걸 '분'당으로 치면 몇 개를 치겠냐고 한다.
2편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