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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
한 밤 중 어울리지 않는 문소리가 병원 안을 공허하게 퍼져나갔다.
타박.
그 뒤로 '난 뭔가 수상합니다.'라고 온몸으로 과시하듯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발렌시아가 있었다. 어차피 그 붉은 눈은 어둠 속에서
도 고양이의 눈동자처럼 빛나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었다.
부스럭, 부스럭
발렌시아는 환자복 주머니에서 방금 전 리조르가 준 과일바구니 안에 들어있던 쪽지를 불안한 마음에 계속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타박,타박
발렌시아는 아픈 허벅지를 움켜쥐며 목발을 짚었다.
"후우..."
발렌시아는 아픔을 찾으며 누가 없는지 두리번 거렸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고 칠흙같은 어둠만이 펼처져 있었다.
"...뭐야, 무섭잖아?"
발렌시아는 목발을 짚으며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발렌시아가 지하 계단 입구에 다다를 때까지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보고도 안 건드는 걸지도 모른다. 발렌시
아는 그 침마르는 긴장 속에서 차라리 아무나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디보자..."
발렌시아는 리조르가준 열쇠를 들어 굳게 잠겨있는 철문을 더듬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성냥이라도 가져올걸 그랬나?"
어디보자...
몇 번 더듬자 작고 얇으며 긴 홈이 손 끝에 느껴젔다.
"여긴가?"
발렌시아는 열쇠를 그곳에 넣었다..
-삐비빅
철문에 부착돼어 있던 잠금장치가 리조르가 넣은 열쇠와 반응하여 짧은 인식음을 내었다.
쿠우우...
철문 속 공간은 지금 발렌시아가 서있는 곳과는 압력차가 있었던 모양인지 그 공간의 공기가 발렌시아에게 쏟아져 나왔다.
방금까지 흘렸던 식은땀이 식어 시원해졌지만 발렌시아는 전혀 기분 좋지 않았다. 이 시체 썩는 냄새...
"꿀꺽."
발렌시아는 마른침을 삼키며 천천히 철문 속으로 한걸음을 내밀었다.
-딸칵
스위치를 켜자 지하실은 아침마냥 밝아졌다.
방금까지 어둠에 익숙해저 있던 발렌시아의 눈은 갑자기 쏟아지는 빛을 감당 못하고 결국 감고 말았다. 하지만 예민한 코는 여전
히 시체썩는 냄새를 맞고 있었다.
"...눈부셔."
발렌시아는 짧게 중얼거리며 눈을 뜨려 안간힘을 썼지만 도저히 뜰 수가 없었다.
"이거 큰일인데?"
발렌시아는 시야를 확보할 수 없자 덜컥 겁이나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지금이라도 나갈까 생각했지만 이미 철문은 굳게 닫혀있어
서 다시 열려면 눈을 떠야 할 것 같았다.
몇분이 지났을까? 발렌시아는 천천히 눈꺼풀을 위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다시 감고 말았다.
-흡!
그곳에는 칠흙의 어둠보다 두려운 그런 관경이 펼쳐저 있었다.
"잘못 봤겠지?"
발렌시아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자신이 눈을 천천히 떠 가장 먼저 본것은 하얀 타일과 그 위로 흐르는 피와 그 피가 떨어
지고 있는 레드포드병원 침대와 그 위 뱃가죽이 모두 벗겨진 노인이였다.
-카악, 퉤
발렌시아는 갑자기 담배가 땡기는 것을 느끼며 끓어오른 가래침을 바닥에 뱃었다.
"잘못 본건 아니네."
발렌시아는 다시 눈을 떠 뱃가죽이 모두 뒤집혀 있으면서도 편안한 얼굴로 죽어있는 노인의 얼굴을 보았다. 더욱 더 충격인 것은
그런 것이 그 노인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시체들의 향연은 방금전까지 발렌시아가 주저앉았던 자리와 사람이 간신히 다닐만한 통로를 남기고 덮여있었다.
"윽."
방금전 썩는 냄새는 이 시체들에서 나는건가?
발렌시아는 결국 다시 눈을 감고 말았다. 더 이상 이 시체들을 보고 있자니 구역질이 나 어쩔 수 없었다.
뎅..뎅..
-흠칫!
발렌시아는 갑자기 울리는 종소리에 머리카락이 삐쭉 섰다. 발렌시아는 잠시 눈을 떠 벽에 붙어있는 궤종시계를 보았다.
12시.
"하아...무섭잖아?"
발렌시아는 마음을 다잡고 양 옆으로 시체들이 깔려있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혐오감이 드는 통로를 지나 방 끝에 다달았다.
중간중간 옆을 보며 내던 그 얼굴들은 너무나도 편안해 보여 발렌시아는 이질감을 느꼇다.
나도 저렇게 된다면 저렇게 편해 질 수 있을까? 편안할 까? 잊혀질 까? 그 날의 일이?
"아아..."
발렌시아는 한숨을 쉬고는 자신의 등뒤 차갑게 식어있는 철문을 보았다. 지하실 입구의 거대한 철문과 달리 이 철문은 정확히 한
사람만 드나 들 수 있을 정도로 좁은 철문이였다.
발렌시아는 열쇠를 끄내 열쇠구멍에 넣고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동작이여서 발렌시아는 자신이 쓸대없이 너무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방 안에 무엇이 있을 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여서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할 뿐이였다.
-쿠우웅
철문은 크기에 비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천천히 옆으로 움직였다.
"어?"
허브냄새?
향긋하다.
방금까지 시체썩는 냄새에 익숙해져 그 냄새를 못 맡을때쯤 방금까지와는 전혀다른 냄새가 그 코끝을 간질였다.
이 냄새는 너무 향긋해서 허브와도 같고, 새로산 이불과도 같고, 맨 처음 리조르에게 안겼을때 그녀의 냄새와도 같았다.
굳이 밝은 빛은 없었고 주위엔 뭔지 모를 작은 빛알갱이들이 떠다니고 있어 살짝 보이긴 했다. 하지만 아직 그서으로는 어두운
데...
발렌시아는 한 발자국 내딛고 또 한발자국을 내딛을려다가 무언가와 부딪혔다.
"크악!?"
발렌시아는 아픈 코를 짚고 왼손으로 앞을 더듬었다. 차가운 유리의 감촉이 손끝을 통해 전해졌다.
발렌시아는 결국 벽을 더듬다가 스위치를 찾고 눌렀다.
천장의 현광등은 몇 번 깜빡이다가 서서히 재 빛을 띄기 시작했다.
발렌시아는 그 빛에 의존하며 리조르가 준 쪽지를 펼첬다.
『안녕~? 발렌시아. 벌써 도착했어? 오, 빠른데? 아, 아마 넌 지금 낙관에 부딪혔을꺼야. 무언가가 니 앞길을 막고있지? 아니라고
부정하진마. 그럼 다시 처음부터 조사해야 하니깐 말이야. 무언가에 막혔다면 그것을 알아챈 내 천재적인 머리를 찬양하도록
해.』
-빠직.
발렌시아는 순간 이 쪽지를 찣어버릴까 생각했지만 여기까지 온것이 아까워 그러진 못하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우선 이렇게 외쳐. 발음할때는 최대한 정확한 발음으로. '종교적인 그 성스러움은 내 앞길을 맞지 못한다. 신이 무엇이며 내가
곧 누구더냐. 내가 곧 신이고, 신이 곧 나다. 내 발자국 속 피어나는 새싹이 크게 자라 하늘을 뚫을 동안 너는 무엇을 하였느냐. 원
망해라. 신이 돼지 못한 너의 그 몸뚱아리를.'』
"하아? 누구 약올리나?"
발렌시아는 자신의 친구가 마법학교 교사라는 이야기를 들어봤지만 관심이 없어 마법을 보여달라는 부탁을 해본적이 없어 이것이
주문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크윽.
발렌시아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그런 정체불명의 말을 하기가 창피해서 뒷장을 넘겼다.
『주문 않외웠지? 빨리 해.』
날카롭다. 쓸데없이 엄청나게.
발렌시아는 친구의 날카로운 직감에 새삼 공포를 느끼며 수치심에 고개를 숙였다.
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되지도 않을 주문을 괜히 말했다가 나중에 리조르에게 놀림을 받으면 어쩔 것인가?
하지만 이제와서 돌아갈 수 없다.
크흠.
발렌시아는 헛기침을 하곤 조금 작은 목소리지만 정확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종교적인 그 성스러움은 내 앞길을 맞지 못한다. 신이 무엇이며 내가 곧 누구더냐. 내가 곧 신이고, 신이 곧 나다. 내 발자국
속 피어나는 새싹이 크게 자라 하늘을 뚫을 동안 너는 무엇을 하였느냐. 원망해라. 신이 되지 못한 너의 그 몸뚱아리를."
.
.
.
"크아악! 리조르!"
역시 발렌시아의 예상대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천장의 전구가 발렌시아의 분노에 반응이라도 한 듯 몇 번 깜빡였다.
"크아악!"
발렌시아는 자신이 속았다는 것과 그 속은대상이 리조르라는 것과 아무도 없는대 괜히 폼잡고 헛소리를 지껄였다는 창피한 상황
에 팔을 최대한 휘둘러 유리를 쳤다.
"엉?"
어...없다?
"으아아!"
발렌시아는 허공을 치는 자신의 주먹과 구멍뚤린 허벅지 때문에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쏠려 넘어지고 말았다.
"어?"
발렌시아는 자신의 주문이 유리를 없앴다는 생각에 놀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 앞에 펼처진 것은...
"...도착."
발렌시아는 끙차, 하며 일어섰다. 그의 눈 앞에는 정말 정신이 아득해지도록 높은 진열대 였다.
그 진열대 앞에는 스포이드와 3L크기의 병이 있었다.
『아마 내 예상대로 라면 진열대가 있을꺼야. 있지? 있으면 다행이고. 이제부턴 조그만 실수도 용납되지 않으니깐 조심해. 실수하
면 곧바로 죽는다.』
꿀꺽.
죽음이라니. 어두운 말이 나오자 발렌시아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진열대안에는 병들이 있을꺼야. 좀 많이. 그걸 어떻게든 1방울씩. 무조건. 1방울씩 모아. 뭐 다 모은다음엔 알아서 잘 섞고 원샷
해. 알았지? 끊기면 괴로워서 죽을지도 모른다. 그럼 이상! P/S:추출을 마친 병은 땅에 던져 깨버려. 그 장소에는 다가가지 말
고.』
"하아..."
발렌시아는 스포이드는 들었다. 누가 가져다 둔건진 모르겠지만... 발렌시아는 진열대를 쳐다보았다. 가까이서 보자 그 안에는 병
들이 많았다. 그것도 빼곡이.
"어디보자."
발렌시아는 왼손으로 진열대 문을 최대한 힘차게 열었다.
딸그락.
첫 번째 병을 손에 잡고 발렌시아는 눈살을 찌뿌릴 수밖에 없었다.
"감기...?"
뭐야, 이건?
발렌시아는 언짢은 기분을 느끼며 뚜껑을 열었다.
찰랑찰랑.
안에는 꽤 많은 양의 물이 있었지만 발렌시아는 리조르의 말대로 스포이드로 딱 1방울만 채취해 3L짜리 병에 넣었다.
-똑
한방울의 감기가 병속으로 떨어졌다.
"킁킁."
냄새를 맡아보려 했지만 물인듯 아무냄새도 나지 않았다.
"뭐야, 이거? 아, 깨랬지?"
발렌시아는 그 병을 들어 저편으로 던져버렸다.
쨍그랑.
유리깨지는 소리가 귀에 거슬렸지만 발렌시아는 개의치 않고 다음 병을 꺼내들었다.
"...고지혈증?"
...듣도 보도 못한 병이다.
발렌시아는 그 병에서도 한방울을 빼 병에 넣은후 감기병을 던진 곳으로 던졌다.
쨍그랑.
발렌시아는 또다시 병을 꺼내들었다.
"어...프래더윌리증후군...?"
이건 정말 들어보지 못했다. 아아, 대체 뭐야?
"정말 이런거 먹어도 돼는거야?"
마음속 공포가 그런것은 먹는것이 아니라고 하고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발렌시아는 정체불명의 액체를 또다시 한방울 빼내어 커다란 병에 넣고 그 프래더윌리증후군이라고 적힌 병을 감기병을 던진 곳
으로 던졌다. 이번엔 그 모습을 지켜봤는데 땅으로 떨어진 그 병들은 언제부턴지 모르게 썩어 가고있었다. 프래더윌리증후군 병이
깨저 ㅗ든 병을 덮었을땐 그 병들이 모두 썩어 공기중으로 사라졌다.
"하하...먹으면 죽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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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그랑.
"휴!"
똑.
마지막 병의 한방울까지 모은 발렌시아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것이 노동이란걸까? 끝마치니 정말 상쾌하다!
이제 이 갈증을 없앨 물을 마실 차...례...
"으으..."
발렌시아는 자신의 앞에 놓인 찰랑거리는 액체 혼합물을 보았다. 여러 가지 액체가 섞였지만 그 액체는 깨끗한 물처럼 찰랑거렸
다. 분명 방금전까진 녹색이였지만 마지막으로 넣은 심계한징증 액체를 넣자 깔끔해졌다.
찰랑찰랑.
"윽!"
마시기 싫다! 저걸 마시면 어떻게 됄지 모르잖아!
"리조르! 물론 이걸 다 마시면 세상 그 누구보다 많은 병에 걸리긴 하지만...심하잖아!"
발렌시아는 어딘가에서 개밥을 주고있을 리조르를 생각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 바람에 액체만 공허하게 울릴 뿐 아무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
.
.
.
꿀꺽.
발렌시아는 마른침을 삼키며 떨리는 손으로 병을 짚었다. 꽤나 묵직한게 정말 3L를 다 모았다는 것과 이 액체를 다 마셔야 한다는
것이 더욱더 가깝게 다가왔다.
",,,안녕, 세상아."
곧죽을 사람의 소리를 하며 발렌시아는 그 병을 불끈 들어 입에 대었다.
"읍!으읍!"
하지만 액체는 입안엔 들어가지 않고 굳게 닫힌 발렌시아의 입 앞에서 서성일 뿐이였다.
발렌시아는 생각했다.
과연 이걸 마신다고 신이 될 수 있을까? 이런걸 마시면 신이 돼는게 아니라, 지옥에서도 받아주지 않을정도로 쇄약한 뼈다귀가 되
진 않을까?
물론 리조르라면 뼈다귀가 되어 찾아가도 반갑게 받아주며 새로운 애완동물로 키워줄지도 모른다. 아악!!
"푸우우..."
거기까지 생각한 발렌시아가 한숨을 내쉬자 액체가 보글보글 기포를 일으켰다.
그리고 살짝 벌어진 입안으로 액체가 물밀듯이 밀려들어갔다.
"읍읍!"
으아아!
발렌시아는 지금당장이라도 이 병을 내려가고 싶다. 하지만 한모금을 마신뒤로 이 놈의 팔은 말을 듣지 않았다.
"으읍!"
꿀꺽 꿀꺽
다...다리가 풀린다! 발렌시아의 다리가 꺽이지 말아야 할 방향으로 꺽이더니 결국 무릎을 꿇는 자세가 되었다.
병을 들고 있는 그의 팔을 점점 굳어 회색빛이 되었다가 근육이 팽창하는 듯 점점 부풀기 시작했다. 귀는 힘을 잃고 축 늘어졌다.
두 눈은 이제 햇빛을 받지 못하고 하이얀 세상만을 보여주었고 장은 모두 풀려 결국 똥오줌을 흘리고 말았다. 하얀 눈은 점점 앞으
로 튀어나오고 있고 그 코는 점점 옆으로 휘어지기 시작했다. 호흡이 곤란스러워 지고 온몸에 무엇인지 모를 두드러기가 났다. 일
순 가려웠지만 곧 참을 수 없는 따가움이 찾아왔다.
"으..으.."
이제 혀도 마비되어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 입안으로는 그 저주받은 액체가 더 이상 흘러들어오지 않는다. 이제 마지막 한방울
만이 발렌시아의 입속으로 떨어졌다.
-똑.
.
.
.
"푸엣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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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흥흥~"
리조르는 오늘도 여전히 주전자에 물을 끌이고 있었다.
항상 발렌시아가 조금만 끓이면 바로 차를 마실 수 있을거라 충고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팔팔 끓는 물에만 차를 탔다.
리조르는 귀여운 찻잔에 뜨거운 물을 흘리듣 담고 천천히 차를 타기 시작했다.
"으음~향기로워라~"
한가로운 말을 한 리조르는 창문을 열어 젖히고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차를 홀짝거리기 시작했다.
언재나와 다름없는 평범한 풍경이지만 오늘은 무언가가 다르다. 그 증거로 리조르는 방금 타 뜨겁기 그지없는 차를 식히지 않고
홀짝거리며 마실 수 있고, 날씨는 더 없이 맑아졌으며 처음 보는 꾀죄죄한 아이가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근데 그 눈동
자가...
붉다. 피처럼.
"어라?"
리조르는 당황하며 차를 조금 흘렸다. 그 덖에 뜨거운 찻물이 손으로 쏟아져 귀여운 찻잔을 놓히고 말았지만 그 잔깨지는 소리도
소년을 향한 리조르의 시선을 바꾸진 못했다.
"꼬마야."
"오호..."
13살? 그 정도 되보이는 소년은 리조르가 말을 걸자 감탄사를 지었지만 그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생겼다.
"엄마는 어디게시니?"
"...죽는다."
소년은 살벌한 말을 하곤 성큼성큼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리조르는 소년이 올 것을 대비하여 새로운 찻잔을 꺼내 느긋하게 차를 타기 시작했다.
쾅.
리조르의 방문이 거칠게 열어 젗혀지며 하얀머리에 빨간눈을 한 귀여운 남자아이가 떡하니 들어왔다.
"어머, 발렌시아. 귀여워 진거같다?"
발렌시아라 불린 소년은 피식 웃으며 소파에 털썩 앉았다.
"어때? 뭔가 변한 기분이야?"
"
아니, 전혀. 아, 고마워."
발렌시아는 리조르가 주는 차를 받아 한모금 마셨다.
"크윽...뜨겁잖아?"
"그럴리가?"
리조르는 발렌시아의 이마에 땅콩을 먹였다.
"입맛도 어린이가 된거 아니야?"
"크악!"
발렌시아가 화가난 듯 리조르에게 달려들었지만 리조르의 눈높이에선 어린 동생이 안아달라고 달려드는 것 같았다.
번쩍.
달려드는 발렌시아를 번쩍들은 리조르는 풍만한 가슴에 발렌시아를 끌어안았다.
"읍, 읍!"
"꺄아! 발렌시아 너무 귀여운거 아니야! 끄응! 너무 귀엽잖아."
혼자서 꺄아꺄아 거리는 리조르의 가슴속에서 발렌시아는 얼굴이 끓어 넘칠만큼 빨개졌다.
이제 뭔가 더 자극된다면 펑 터져버릴 만큼.
버둥거리던 발렌시아 덕분에 리조르의 속옷이 드러났다.
"어머, 응큼해라."
펑.
발렌시아의 코에선 피한줄기가 흘리며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풋. 어린이 모습이 되더니 정말 어린이가 됬네?"
리조르는 기절해버린 발렌시아를 소파에 고히 뉘어주었다. 살짝 올라간 허름한 셔츠아래 아롱거리는 문신이 배꼽을 중심으로 돌
고 있었다.
프롤로그끝 아아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