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탈출을 선언하다.
'폭염'이 주말에 이어 주일까지 연장전에 들어갔다고한다.
물론,폭염주의보가 일상생활하는데는 별다른 지장을 받지않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였지만
숨막히도록 바쁜일상을 탈출하고 싶을때는 폭염주의보가 예사롭지않다.
폭염이 최고치를 기록한다는 심란한 기상예보에 과연 산행을 제데로 할 수나 있을까하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서지않아 무척이나 망설였지만 파아란 바닷물 넘실거리는 '섬산행'의
유혹은 미련없이 일상탈출을 선언하게 만들었다.
너무 일찍 찾아 온 여름 덕분에 '해수욕장'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6월 마지막날 장봉도 섬산행이 있었다.
늦은 밤 '폭염'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들어 산행을 최대한 가볍게 준비한다.
등에 땀이 차지않는 배낭을 꺼내 여름철에는 양말을 신지않고 산행을 하는 버릇이 있기에
혹시라도 발가락에 물집이 생기는 불상사를 대비하여 등산양말과 손수건을 챙겨 넣고
파아란 바닷물 넘실거리는 해변가를 꿈꾸며 잠자리에 들었다.
이른아침 지하철을 3번 갈아타고 도착했던 운서역에서 산우님들을 만나 버스를 타고 삼목선착장으로 갔다.
바닷 갈매기들이 하얀 종이배처럼 선착장 바닷가에 두둥실 떠다닌다.바닷물위로 넓직하게 올라 온 암석에는 갈매기들
수 십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아침 구수회의가 한창이다.
저멀리 장봉도행 여객선이 탁한 바닷물을 헤치며 선착장으로 들어서자.
여객선을 타기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도, 구수회의 끝낸 바닷 갈매기도 갑자기 부산해진다.
바닷 갈매기가 품안으로 날다들던 장봉도행 여객선
바닷 갈매기 먹이 새우깡 사는 걸 잊어버렸다는 걸 알었을때는 이미 나는 장봉동행 여객선 난간에 서 있었다.
수 없이 많은 갈매기가 먹이를 찾아 날아든다.산우님께 새우깡 서너개를 빌려 갈매기를 향해 손을 내밀어본다.
여간해서 사람 곁으로 달려들지 않고 배 꽁무니를 따라오며 행락객이 던져주던 새우깡을 바닷물 위에서 건져먹는다.
하지만 행락객들이 가지고 있던 새우깡 봉지에 새우깡이 바닥을 들어 날때쯤 되자 갈매기들이 사람 곁으로 달려든다.
하얀 나래 쫘악 펼치고 있는 갈매들이 가까이 더 가까이 날아든다.새우깡 두어개를 들고 있는 손이 따금하다.
흠칫 놀랐지만 갈매기가 새우깡을 물고 날아갔다는 것을 알았을때의 그 희열감이란! 아~하 이래서 사람들이
너도나도 새우깡을 들고 갈매기를 기다리는 구나...노란 머리에 자그마한 소년이 새우깡을 들고 갈매기를 기다린다.
갈매기가 소년을 향해 날아오자 소년을 놀라면서 손을 움추린다.놀란건 소년뿐만이 아니다 갈매기도 놀라서 뒤로 멈칫.
소년은 다시 새우깡을 갈매기를 향해 내밀다가도 갈매기가 오면 또 다시 내민손을 거둬들인다.갈매기는 또 다시 뒤로 물러나고.
심성이 약한 노란머리의 이국소년은 결국 '갈매기 먹이주는 작업'에 실패하는 것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며 싱긋 미소를 머금었다.
갈매기의 먹이 새우깡도 떨어지고 사람들도 배 난간에서 자리를 떠났지만 갈매기는 여전히 여객선을 따라오고있다.
하얀 날개짓을 하며 따라오는 갈매기가 내 품안으로 날아드는 착각에 빠져 장봉도행 여객선이 옹암선착장에
도착할때까지 배 난간을 떠날 수는 없었다.
앞섶 가는 다리가 '흔들다리'라구요?
장봉도행 여객선이 옹암선착장에 도착하면 앞섬이 어서오라고 손짓한다.
바닷가 자그마한 무인도에 다리를 놓아 장봉도를 찾아 온 행락객들의 발길을 잡는 앞섬을 향해 뜨겁게 달아 오르는
아스팔트의 지열을 참으로 걸어갔다.길섶에는 때 이른 코스모스가 형형색색으로 피어나 가냘픈 몸짓으로
하늘거리며 가을을 부른다.이 더위에...
앞섬으로 가는 철재다리 중간쯤가면 다리가 마구마구 흔들려 흔들다리가 되지만 심하게 흔들려 멀미가 날려고했다.
구토증에 시달리며 재빨리 앞섬 팔각정으로 갔다. 팔각정 아래 크고 작은 바위 위에는 낚시꾼들이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어 잠시 내려갈까 하는 호기심도 일었지만 산우님들과 행동 통일을 위해 팔각정 안으로 발길을 돌렸다.
시원하게 바닷바람이라도 불어준다면 팔각정에 앉아 시 한 수 읊는
풍류도 즐기겠지만 오늘은 그저 덥고 풍류를 즐기기에는 팔각정에 사람들이 너무 많다
'멀미다리'를 무사히 건너 다녀간다는 눈인사를 앞섬에 건네며 산행길에 오른다.
굵은 통나무를 엮어 만든 나뭇계단은 산길을 깔끔하게 정비하였고,
숲속의 무수히 많은 나뭇잎들은 초록빛양산을 씌워주며,
이따금씩 불어대는 바닷바람이 아직은 산행하기에 좋은 계절이라고한다.
구슬땀이 전신으로 흘러내리지만 그들의 위로에 발걸음만은 새털처럼 가볍다
'상산봉정자 0.3km'라는 친절한 나뭇표지판 앞에서 가픈 숨을 몰아쉰다.상산봉에 정자는 어떤모습일까?
언덕진 산길에 오르자 산상봉 팔각정이 우뚝 서 있다.산꼭대기에 정자라니...
팔각정 정자에 앉아 저 멀리 산행하는 사이 그 새를 못 참고 바닷물이 쑥 빠져 마치 장봉도 속살같은 갯벌을 멀끔이 바라본다.
파란 물 넘실거리는 바닷가를 상상했었는데 갯벌이라니 저멀리 아스라게 보이는 서해 바닷물을 끌어다 놓고 싶은
강렬한 유혹에 시달리는 내 마음을 위로라도 하듯 시원하게 바닷 바람이 물밀처럼 밀려온다.
땀으로 범벅이 된 몸과 마음을 바닷바람에 온통 적시며 '섬산행'이란 이런 거구나 하고 깨닫게된다.
'우물안에 개구리'처럼 나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올 수 없는데 이곳 산행하려고 산우님들을 위해 금쪽같은 시간을 내어
미리 와보고 주관하셨던 한무대장님의 무상한 수고로움에 새삼스럽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불현듯스쳤다.
나뭇잎 그림자 깊게 드리워진 숲속에 앉아 오손도손 점심식사를 가볍게하고
오늘에 마지막 도착지인 국사봉을 향해 발길을 재촉했다.
산과 산을 연결해 놓았던 구름다리도 건너고 말 형상이 고개를 지키는 말문고개를 올라갔다.
과히 가파르거나 높은 산은 아니더라도 충실하게 의무를 다하는 폭염덕분에 구슬땀이
마치 비오듯 쏟아지고 앞을 가려 국사봉이 왜 그렇게 멀게만느껴지던지.
]선사시대전기부터 장봉도에 사람이 살었던 사연
수풀림 익어가는 풀내음은 폭염으로 사투를 벌이는 내 마음에 지원병으로 출사표를 던진다.
향 진한 풀내음을 가슴 깊숙이 들이킨다.폭염이라도 좋다 산행하기를 잘했어...
탁월한 선택에 스스로 박수를 보내며 발걸음도 가볍게 국사봉(149.9km)정상에 오른다.
정상에는 여전히 팔각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팔각정 난간에 기대어 앉아 시원하게 부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드넓은 갯벌과 장봉리 어촌마을을 바라본다.
고만고만한 산들이 섬 위쪽에서 아래까지 길게 자리 잡고 있는 장봉도(長峰島)는 1999년도에도 주민이
896명에 불과한 자그마한 섬이지만 선사시대전기부터 사람이 살았다고한다.
선사시대에도 장봉도에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은 무엇였을까? 어쩌면 드 넓게 펼쳐져있는 갯벌때문이 아니였을까?
보기에는 거무스름한 진흙밭에 불과하지만 갯벌은 무상으로 사람에게 바다의 진귀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보물같은 존재는 아니였을까하는 상념에 젖어보며 하산길을 서둘렸다.
거의 90도에 육박하는 가파른 내리막길 브레이크 고장난 소형자동차마냥 뛰어내려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먼지 풀풀날리는 언덕길이 무던히도 미끄러워 달려내려오지 않으면 넘어지기 쉽상이기때문였다.
불과 10분만에 일사천리로 국사봉 산행을 포기한 산우님들이 삼겹살을 굽고 김치라면을 끓이며 잔치분위기를
만들었던 한들해수욕장으로 내려왔다.
은모래가 부서지는 백사장은 아닐지라도
한들해수욕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수영복을 입고 하얀파도가 부서지는 바닷가에서
수영을 모습은 아니였다.
바닷물 빠져나간 갯벌에 쪼그리고 앉아 조개를 캐거나 게를 줍는 사람들이 저 멀리에서 언뜻언뜻 보인다.
산행을 하기전에는 갯벌에서 조개도 캐고 방게도 주을거라고 딸아이에게 자랑하면서 비닐봉지까지
차분하게 준비하여 넣었지만 뜨거운 땡볕아래서 조개를 줍는다는 것은 엄두가 나지않아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만했다.
딸아이 말이 맞다 "엄마 진흙 잔득 묻은 조개를 전철타고 어떻게 가져 올려고 그러세요"
조개 중에서도 고급에 속한다는 백합조개가 있다는 소문도 있고보면 진흙펄에 한 번쯤
발을 담그고 조개를 잡아 해변가에서 즉석 조개구이를 해 먹는 것도 장봉도에서만 맛 볼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아닐까싶다.솔직히
2013.6.30
NaMu
첫댓글 덕분에 저도 장봉도 같이 다녀온 듯 합니다 ㅎㅎ
잘 읽엇습니다
안드레님 귀국 환영 정모 공지 봤는데요...
넘 바뻐서 참석을 못했어요...죄송하다는 생각이 왜 드는지 모르겠네요...
시간 나신다면 러시아로 가시전에 장봉도 함 가보세요...서울에서 가깝고 강화도쪽보다 물도 그런데로 깨끗하구요...
평일날 가신다면...굳이 산에 올라기자 않는다 하더라도 ...앞섬 팔각정에 앉아 끝없이 사색에 젖어 볼수 있는 그런 섬인듯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옙^^ 넘 바뻐서요...글을 써 놓은지는 일주일도 지났는데요...
지금 올리지 않으면 그냥...사장 될 것 같아서 항 올려봤어요...
구체적이고 실감이 나는 기행문을 통해 마치 그 현장에 동참하고 있는 듯하여 즐겁게 글을 읽었습니다.
증말루요^^
올리기 잘 했나봐요.
아직은 많이 서투른데요 잘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역시 아직도 글솜씨는 여전하군요
종종 여행기를 읽어보지만 흥미진진합니다
우~와 수시로님이닷!!
잘 지내시져... 무등산 잊혀지지 않아요^^
여름에는 계곡산행이나 섬산행이 좋지요.
또 섬에는 비록 정상이 150미터에 불과해도 높게보이며 좋은경치를 볼수있고...
또한 옹진쪽이니 정말 여기서는 가기힘든곳이니 부러움만 가득하네요.
NaMu도 옹진쪽은 첨 가봤는데요...강화도쪽보다 물이 깔끔해서 더 좋았어요...
바닷 갈매기도 만나고 조개잡이를 하고 싶은 어느날....강추예요 아미주형님^^
나무님 글 너무 반가워요
하산길 가파른 급경 위에서 쉼없이 달려 내려오시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습도높은 폭염에.. 힘드셨을텐데 .... 늘 그렇듯이.잔잔하고 정갈한 글 즐감하고 갑니다
나무님 늘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
그냥...숨 가쁘게 바쁜 일상....'섬산행'이라 용기를 내 봤어요..
잘 하는 짓인거져^^
잘 봐주셔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