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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눈과 함께 새아침이 밝았습니다. 봄에 농부가 산밭을 일구던 눈부신 소가
지난해의 끝자락을 따라 이라이라 흰 꽃가루를 날리며 천지간에 설원을 누빕니다.
마을고개 너머 잠 못 이룬 어제와 발자국 어지러운 오늘의 흔적만 남기고 부질없이 대문 앞에서 언 발을 탁탁 털어냅니다.
블라인더를 젖히니 영창에 고드름이 댓 자나 내렸군요... 겨울 빨래가 층층이 거실에 널려 있고 무슨 커다란 진볼이라는 운동하는 공도 한나, 여태 걸러내지 못한 산야초 효소독이 게으르게 앉아있습니다.
삶이란, 이렇게 슴슴히 앉아 젖은 빨래가 마르거나 저 홀로 푹푹 삭아 고요해지거나 진볼로 푹신푹신 커다랗게 둥글어지거나 간에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고드름이 길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이란 저렇게 햇살이 빈 밭에 구르는 눈의 눈동자를 부시게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사 시름이야 목숨까장 버리라 하면 몰라도 더는 이맘쯤에 멈추어서 저 잔설의 눈석임만 제법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를 사랑하는 것은 마음으로 쉽습니다. 그러나 가까이 섰는 이의 미움을 버리기는 어렵습니다.
먼 데 서 계신 부처님! 눈길을 걷다 새처럼 날아가버리시는 예수님!
한 손엔 마음을 다른 손엔 몸을 합장하여 기도합니다. 한 무릎은 너를 또 한 무릎은 나를 모아 두 무릎을 꺾습니다. 오롯 한허리를 굽혀 오직 나 자신을 앞에 앉히고 절합니다.
긴꼬리하루살이 같은 나와 유리창떠들썩팔랑나비 같은 너와 금강산거저리 같은 우리와 산맴돌이거저리 같은 너희와
수풀꼬마팔랑나비 같은 아이들과 새왕주둥이바구미 같은 어른들과 작은주걱참나무노린재 같은 우리들 향해 기도합니다.
남방폭탄먼지벌레 같은 날 참회합니다. 카멜레온줄풍뎅이 같은 널 용서합니다. 참뜰길앞잡이 같은 날 감사합니다. 긴목남가뢰 같은 널 기뻐합니다.
새아침이 흰눈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두 손을 내려놓고 두 눈꺼풀을 벗기니 저기 소 잔등 너머 눈부시게 호랭이 한 마리 달려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아가리를 하고 이 지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발톱을 지녔더라도 나는 양처럼 나는 잔나비처럼 나는 말처럼 나는 생쥐처럼 살 것을 서원합니다.
모싯대 살아있는 땅속의 뿌리들이여! 새싹을 꿈꾸는 노두머리들의 초록이여!!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멘...
아제아제바라아제바라승아제모지사바하...
함께 맞은 새해를 들꽃회원님들과 함께 자축하고 봄이 오면 모두 또 건강히 산천으로 아름다워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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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아멘...
새해를 맞이하면서 가족과함께 기도로 시작했습니다..^^
새해 소망하시는 모든것들이 이루어지시길...
아무도 밟지않은 하얀 눈길 위처럼 올 한해 또 한 걸음씩 힘차게 내딛어야 겠지요
건강도 챙기시고 이루시고자 하시는일 꼭 이루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