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대학 다닐 때 회사 다닌다는 핑게로 시험 공부를 할 시간이 없어서
벼락치기 공부할 때 수시로 서브노트 빌려보던 친구한테서 멜이 왔어요.
지난 여름에 이곳에 왔다가 갔는데, 일이 잘 풀리지 않았나봐요.
어떻게 지내는 지 궁금해서 새벽에 문자를 보냈더니 긴 글을 보내왔어요.
오십고개 넘은 나이에, 더구나 노동이라고는 지난 여름 길벗농원에서 고추를 따본 것이 처음인 친구가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열흘간 노가다를 하였다네요.
노동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몸으로, 노동에 대한 요령도 없는 그 어슬픈 몸으로
그저 악으로 깡으로 이를 악물고 일했을 친구를 생각하면 ..참, 이곳에 정착하며 어금니 깨물던 생각이 나네요.
올해는 좀 좋은 소식이 들려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래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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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해는 많은 변화가 발생하고 있었다네.
역시 변화는 용이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생각이 들게 하였어.
새로운 벌이를 해보고자 하였으나 역시 쉽지가 않고 패배의 나락에 빠지게 하네.
12월에 완전히 정리하고 패배를 자인하고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데,
내앞에 있는 할 수 있는 것은 육체노동을 하는 것이외에는 아무것도 없고,
육체노동도 또한 무척 고난한 것이고 지금까지 너무 안이하고 쉽게 살아왔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네.
연말에 가락시장에 가서 일을 해봤는데
근로기준법의 완전한 사각지대속에서 일하는 장년층이 넘쳐나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고 왔다네.
아침 8시부터 새벽 1시까지 쉬지 않고 도착하는 농산물 화물차에서
하차작업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였어.
(시금치, 오이, 호박, 고추, 피망, 버섯,대파, 생미역, 배추, 알타리, 감자, 홍당무, 양파 등등...)
지금까지 먹는 것이외에는 생각을 안해봤는데
엄청난 물량앞에서 도대체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 그런 노동환경이었어.
그런데 이런 작업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소위 노동귀족들과 청과회사가 합법적으로 챙겨서 호위호식하고 있더군.
10일정도의 삶의 체험(?)을 하면서 도대체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되돌아 보는 계기였어.
55세에서 63세 정도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 수용소의 단편인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였어.
나의 너무 우울한 이야기만 한 것 같아 미안하구먼.
끝내고 쌓여가는 우울증을 어디 풀수도 없고, 이렇게 글로 내마음속의 일부 전하는 거네.
작년에 전부 안좋은 것만은 아닌것이고,
큰놈이 수능을 제법 잘봐서 그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네.
최종 결과는 이달중으로 나오겠지만...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