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가 개, 홍차 가게
유기견 ‘홍차’
‘홍차’는 개 이름이다.
까만 털이 윤기 나는 ‘홍차’는 연희동에 있는 카페, ‘시간이 머무는 홍차 가게’의 유기견이다. 홍차 가게를 하는 젊은 부부가 이 어린 강아지를 거두어주어 한가족이 되었고 지금까지 오고 있다. 부부는 이 유기견의 이름을 ‘홍차’라고 지었다. 그리고 수년간 오며 ‘홍차’는 홍차 가게의 명물이 되었다.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하물며 사람뿐이겠는가? ‘홍차’도 이 부부를 만나게 되어 견생(犬生)이 바뀌었다. 손님들은 홍차가 좋아서도 오지만, ‘홍차’가 좋아서 오기도 한다. 홍차를 마시며 ‘홍차’를 본다. 헝차를 마시며 ‘홍차’와 사진도 찍고, 행복해 한다.
언젠가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 ‘이경규가 간다’에도 출연한 ‘홍차’는 연희동에서 꽤 알려진 유명인, 아니 유명견이 되었다.
‘별’과 ‘홍차’
‘시간이 머무는 홍차 가게’에서 나는 홍차를 처음 마셔 보았다.
내가 사는 집이 바로 옆인데도, 특별한 이유 없이는 홍차 가게를 잘 찾지 않았었다. 홍차 맛도 몰랐었다. 그러던 중, 딸들과 아내를 통해 나는 이 홍차 가게를 출입하게 되었고, 그 아늑한 분위기, 예쁜 조명과 찻잔 세트, 그리고 가지런히 정리된 서적 등등. 마치 아주 예쁜 북카페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으며 점점 그 분위기에 동화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홍차 가게의 핵심 ‘홍차’.
우리 가정도 유기견을 키우고 있는데 그 이름은 ‘별’이다.
수년 간 홍차 가게를 왕래하다 보니, 사람뿐만 아니라, 개들도 친해져서 어느덧 ‘별’과 ‘홍차’는 형, 동생이 되어 있었다. 검은 털의 ‘홍차’와는 달리 흰색의 털을 가지고 있는 ‘별’, 듬직하고 점잖은 ‘홍차’와는 달리, 까불대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별’.
그런데 문득문득 이 녀석들의 눈을 볼 때면 애잔함이 느껴진다. 그것이 바로 아픔일까, 상처일까. 이 녀석들에게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있는 그 흔적의 트라우마일까.
부부 모임 장소
‘시간이 머무는 홍차 가게’는 목요일에 쉰다. 수요일은 예약 손님만 받는다.
주인 부부중, 아내는 여러 다과를 만들어 내고, 남편은 기획력이 뛰어나다. 홍차 시장을 파악하고, 좋은 홍차를 구입하기 위해서 해외에도 자주 나갔다 온다. 홍차 가게는 작은 공간이지만, 손님도 많아, 대부분 분주할 때가 많다.
아내가 어느 날 홍차 가게 부부, 그리고 또 한 부부 등과 부부 성경 공부 모임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것이 3년 전, 나는 흔쾌히 승낙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근 3년간 매주 목요일 밤에 모이고 있다. 홍차 가게 부부는 현재 교회를 나가는 분들이 아니다. 가게 운영 때문도 그렇고, 신앙 생활을 할 겨를도 없었다고 했다.
이 목요모임은 저녁 8시 30분에 모인다. 다과를 나누고, 찬양, 말씀, 삶을 나누고, 기도 제목을 나누며 합심기도를 한다. 매번 모일 때마다 거의 11시나 11시 30분경에 마칠 때가 많다. 조금 일찍 끝내야겠다 하지만, 항상 실패로 돌아간다. 사실 일방적인 성경공부보다 ‘수다’와 ‘사는 얘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차로 주님의 사랑이 이 부부에게, 홍차 가게에 깃드는 것을 본다. 그것은 다름아닌 ‘은혜’다.
홍차 가게에는 마실 수 있는 홍차도 있고, 맛있는 다과도 있고, 볼 수 있는 강아지 ‘홍차’도 있고, 여러 분위기와 따뜻함이 어우러져 있는데,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주님께서 주시는 평안이다. 지치고 힘든 영혼들이 위로 받는 안식이며 힐링의 장소가 된다는 된다는 것이다.
홍차 가게와 ‘홍차’
언젠가부터 지치고 힘든 사람이나, 평안이 필요한 분들에게는 자연스레 홍차 가게를 소개하고, 거기서 만나고,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홍차 가게를 왕래하는 분들이 들어올 때보다 나갈 때 더 큰 기쁨과 활력을 가지고 가시는 것을 보게 되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시간이 머무는 홍차 가게’가 단순한 돈벌이의 사업장이 아니라, 주님의 사랑과 은혜가 가득한 회복의 장소로 사용되어지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지 모른다.
무엇보다 이 부부가 주님의 사랑과 기쁨이 가득한 삶이 되길 기도한다. 그래서 이 홍차 가게를 오가는 사람들이 더욱 힘을 얻기를 소망한다.
버려진 강아지 ‘홍차’가 홍차 가게에서 주인 부부를 통해 회복된 것처럼, 많은 분들이 위로와 힘과 용기를 얻는 장소가 되기를 다시 한 번 기도한다.
연희동에는 ‘시간이 머무는 홍차 가게’가 있다. 그리고 주인 이상으로 사람을 반기는 강아지 ‘홍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