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연 선과(善緣 善果)
-한국심초음파학회 창립 30주년기념 학회에 대한 회상
김완, 혈심내과 원장
한국심초음파학회 창립 30주년을 크게 축하합니다. 학회에서 한국심초음파학회 창립 30주년 기념<학회에 대한 회상>을 주제로 원고 청탁이 지난주 급하게 등기로 왔습니다. 시(詩)를 쓰고 시(詩)와 글을 가끔 청탁 받은 저에게도 원고 청탁을 등기 속달로 받아본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어찌 되었든 제가 평생 몸담았던 한국심초음파학회의 창립 30주년이라니, 크게 축하드립니다.
원고를 쓰려고 학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런저런 회상에 잠겨봅니다. 어찌하여 순환기 내과 그중에서도 심장초음파를 전공하게 되었나 생각해 봅니다. 학창 시절 해리슨 내과학 교과서를 처음 접했을 때 서문에 나오는 '의학은 예술이다(=art of medicine)' 라는 글귀가 20대 젊은 내 마음을 사로잡아 내과를 택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강남성심병원(한림의대 부속) 내과 수련 중에 은사이신 임종윤 교수님과 함께 읽었던 Feigenbaum’s Echocardiography와 M-mode를 인쇄하여 판독했던 일, 심전도 판독을 함께하면서 읽었던 Marriott’s Practical Electrocardiography 텍스트가 생각납니다. ‘내과는 진단이 우선이다’라고 하시면서 항상 주치의의 의견을 먼저 물어본 다음 선생님의 생각을 합리적으로 들려주시던 일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임상 의사로서 임상적인 증상, 징후와 검사 소견이 다를 때 밤새워 고민해야 한다는, 그때 임상을 하는 심장내과 의사로 수련을 제대로 받았던 것이지요. 그래서 결국 순환기 내과를 전공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전문의를 취득하고 군대를 마친 후 당시는 열악한 환경인 광주보훈병원에 내과 과장으로 부임하였습니다. 제가 전공하는 순환기 내과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심초음파 장비가 필요하다고 병원을 설득하여, 당시로는 획기적으로 고가 장비인 ATL 사의 Ultramark 9을 도입하였습니다. 장비의 원활한 사용을 위해 배종화 교수님이 근무하는 경희의대 심장초음파실에 짧은 기간 연수를 다녀오기도 하였습니다. 그것이 한국심초음파학회와의 피할 수 없는 인연이 되었습니다.
한국심초음파학회를 통해 맺은 다양한 인연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스승으로 살아갑니다. 가르치고 배우는 삶의 연쇄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깨우치게 됩니다. 선하고 아름다운 인연은 선하고 아름다운 결과를 낳습니다(善緣 善果). 사회가 아프면 의사도 아파야 합니다. 최근 두 가지가 정말 가슴 아픕니다. 하나는 재난 참사가 너무 많고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느낌입니다. 또 하나는 요즈음 도드라지는 ‘묻지 마‘ 폭력과 살인입니다. 사회가 갈수록 개별화 파편화하고 격차가 벌어지면서 사람들이 고립되고 무력감을 느낍니다. 사람들이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사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땀 흘려 일하지만 갈수록 힘겨운 우리 사회의 모든 이웃에게 위로와 치유, 희망이 필요한 때입니다. 『환자가 경전이다』 라는 제 시(詩)의 제목처럼 늘 환자를 중심에 두고 공부하고 발전하는 한국심초음파학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다시 한번 한국심초음파학회 창립 30주년을 축하드리며, 한국심초음파학회 회원 여러분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2023.09.20. 광주에서 김완 혈심내과 올림
첨부
사진1: 박종춘 교수님 정년퇴임 기념 심포지움에서
사진2: 호남순환기학회 홍순표 교수님 정년퇴임 기념 학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