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사람들 노후준비는? 초고령화 시대를 눈 앞에 둔 요즘, 보통 사람들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노후준 비다. 그런데 대치동 사람들 대부분은 노후 준비를 할 여력이 없거나 관심이 없다고 했다.
처음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차츰 고개가 끄덕여졌다.대치동엔 유난히 교수, 의사들이 많이 산다는 게 대치동 사람들의 공통적인 전언이다.
심지어 한집 걸러 의사, 교수가 살 정도란 얘기도 나온다. 2002년 평촌 60평짜리 아파트를 팔고 미도 60평형에 전세로 왔다는 O씨는 “평촌에 살 때는 자영업자와 중소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는데 대치동에 오니 교수, 의사, 기업체 임원들이 대부분인 듯 싶더라”고 얘기했다 . 남편이 피부비뇨기과 개업의라는 C씨는 “아들이 유치원 친구들 10여명과 함께 팀을 짜 축구 수업을 받는데 대부분 아빠가 개업의”라고 했다.
“일부러 의사 자녀들만 모은 것도 아니고, 무작위로 모인 것임에도 이러니 그만큼 의사 들이 많이 산다는 얘기 아니겠느냐”는 게 C씨 해석이다.
교수, 의사들은 상대적으로 노후에 대한 걱정이 덜한 계층이다. 남편이 교수인 H씨는 “현재 월급이 별로 많지 않아 저축할 여유는 없지만, 연 금이 나온다는 기대 때문에 노후 걱정은 별로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남편 이 신경정신과 개업의란 K씨도 “다른과 의사에 비해 수입은 그다지 많지 않지 만, 그래도 오래할 수 있는 전문직이니 노후에 대한 부담은 없다”고 잘라 말 했다.
■양가보조·비싼집값 노후 준비 끝!■ 그렇다고 꼭 이런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사는 곳은 아닐 터. 샐러리맨도 쉽게 찾아 사람들만 볼 수 있다.
그러나 한 달에 100만~200만원 받는 서민적인 샐러 리맨은 거의 없다.
연봉이 억대로 넘어가는 외국계기업 지사장, 외국증권사 임 원, 대기업이나 공기업 임원 등 성공한 샐러리맨의 표상으로 불리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이처럼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수 있는 미래소득도 만만치 않다는 게 공통적인 얘기였다.
시부모님이 경제력 이 없어 매달 100만원씩 생활비를 드린다는 주부 L씨는 “10년 넘게 살면서 시 댁이나 친정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사는 경우는 지천으로 봐왔지만, 반대의 경우는 자신을 빼놓고는 아직껏 한 명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월수입 300만~400만원대 샐러리맨도 물론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도 노후 걱정은 별로 하지 않는단다.
부모님께 작은 건물 하나라도 물려받을만한 정도의 배경은 다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치동에서만 15년 가까이 살았다는 K씨 역시 “대치동에 살면서 개천에서 용 난 식으로 자수성가한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처럼 오래도록 부 와 자산이 축적된 집안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노후준비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모든 수입을 교육에 쏟아 부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터뷰에 응한 대치동 사람들 모두 “남편 월급 하나에 의지해 살아야 하고, 또 물려받을 것이 없어 노후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면 절대 대치동에 들어오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
들어와서 생활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상대적인 빈곤감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엄청날 것이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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