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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 外編 12篇 天地篇 第5章(장자 외편 12편 천지편 제5장)
요堯의 스승은 허유許由라 하고 허유許由의 스승은 설결齧缺이라 하고 설결齧缺의 스승은 왕예王倪라 하고 왕예王倪의 스승은 피의被衣라 한다.
요堯가 허유許由에게 물었다. “설결齧缺은 하늘과 짝할 만한지요? 나는 왕예王倪를 통해 그에게 천자의 자리를 부탁하려 합니다.”
허유許由가 말했다. “틀림없이 천하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 설결齧缺의 사람됨은 총명하고 지혜가 밝은 데다 말재간이 뛰어나고 일을 처리함이 민첩하며 타고난 소질이 남보다 뛰어나고, 또 인위人爲로 천분天分을 받아 마음대로 좌우左右한다. 그리고 그는 백성들의 과오를 금지하는 것은 잘하면서도 과오가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을 천자의 자리에 오르게 하면 그는 틀림없이 인위人爲에 편승해서 자연 그대로의 천天을 무시할 것이며, 틀림없이 자기 본위의 입장에서 형체 있는 만물의 차별화만을 힘쓸 것이다. 틀림없이 지식知識을 최상의 가치로 존숭하여 불타오르듯 광분할 것이며, 틀림없이 지엽말절枝葉末節과 같은 작은 일에 부림을 당할 것이며, 틀림없이 외물外物에 속박될 것이며, 틀림없이 사방을 돌아보면 외물外物도 따라서 응답應答할 것이며, 틀림없이 여러 외물外物의 편의便宜를 따라 비위를 맞춰 나갈 것이며, 틀림없이 외물外物과 함께 변화해 가면서 처음부터 불변의 항구성恒久性이 없어질 것이니 어떻게 이런 인물人物을 족히 천자의 자리에 오르게 할 수 있을 것인가.
비록 그렇지만 일족一族이 있으면 거기에는 그들이 존숭尊崇하는 조상祖上이 있으니 설결齧缺은 그런 무리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을지언정 무리의 우두머리들의 우두머리가 될 수는 없다.
그는 세상에 치治를 이루기도 하고 난亂을 이루기도 하는 장본인張本人이며, 천자가 되면 신하들의 재앙이 되고 신하가 되면 천자에게 해독을 끼치는 존재가 될 것이다.”
堯之師曰許由 許由之師曰齧缺 齧缺之師曰王倪 王倪之師曰被衣
堯問於許由曰 齧缺可以配天乎 吾藉王倪以要之
(요지사왈 허유요 허유지사왈 설결이오 설결지사왈 왕예요 왕예지사왈 피의니라
요 문어허유왈 설결은 가이배천호아 오적왕예이요지하노라)
요堯의 스승은 허유許由라 하고 허유許由의 스승은 설결齧缺이라 하고 설결齧缺의 스승은 왕예王倪라 하고 왕예王倪의 스승은 피의被衣라 한다.
요堯가 허유許由에게 물었다. “설결齧缺은 하늘과 짝할 만한지요? 나는 왕예王倪를 통해 그에게 천자의 자리를 부탁하려 합니다.”
- 설결齧缺, 왕예王倪, 피의被衣 : 인명. 가공의 인물.
- 가이배천호可以配天乎 : 하늘과 짝할 수 있겠는가. 곧 천자가 되어 천하를 다스릴 수 있겠느냐는 뜻. 다시 말하여 내 뒤를 이어 천자의 자리에 오르기에 적합한 인물이냐는 뜻이다.
- 적왕예이요지藉王倪以要之 : 왕예王倪를 통해 그에게 천자의 자리를 부탁함. 적藉는 자資와 같이 도움을 입다는 뜻이다. 要는 求한다, 〈천자가 되기를〉 부탁한다는 뜻.
許由曰 殆哉圾乎天下 齧缺之爲人也 聰明叡知 給數以敏
其性過人而又乃以人受天 彼審乎禁過 而不知過之所由生
與之配天乎 彼且乘人而無天 方且本身而異形 方且尊知而火馳
方且爲緖使 方且爲物絯 方且四顧而物應 方且應衆宜
方且與物化而未始有恒 夫何足以配天乎
(허유왈 태재 급호 천하여 설결지위인야여 총명예지하며 급삭이민하며
기성이 과인이오 이우내이인으로 수천하며 피심호금과오 이부지과지소유생하나니
여지배천호인댄 피차승인이무천하며 방차본신이이형하며 방차존지이화치하며
방차위서사하며 방차위물해하며 방차사고이물응하며 방차응중의하며
방차여물화이미시유항이러니 부하족이배천호이리오)
허유許由가 말했다. “틀림없이 천하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 설결齧缺의 사람됨은 총명하고 지혜가 밝은 데다 말재간이 뛰어나고 일을 처리함이 민첩하며 타고난 소질이 남보다 뛰어나고, 또 인위人爲로 천분天分을 받아 마음대로 좌우左右한다. 그리고 그는 백성들의 과오를 금지하는 것은 잘하면서도 과오가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을 천자의 자리에 오르게 하면 그는 틀림없이 인위人爲에 편승해서 자연 그대로의 천天을 무시할 것이며, 틀림없이 자기 본위의 입장에서 형체 있는 만물의 차별화만을 힘쓸 것이다. 틀림없이 지식知識을 최상의 가치로 존숭하여 불타오르듯 광분할 것이며, 틀림없이 지엽말절枝葉末節과 같은 작은 일에 부림을 당할 것이며, 틀림없이 외물外物에 속박될 것이며, 틀림없이 사방을 돌아보면 외물外物도 따라서 응답應答할 것이며, 틀림없이 여러 외물外物의 편의便宜를 따라 비위를 맞춰 나갈 것이며, 틀림없이 외물外物과 함께 변화해 가면서 처음부터 불변의 항구성恒久性이 없어질 것이니 어떻게 이런 인물人物을 족히 천자의 자리에 오르게 할 수 있을 것인가.
- 태재급호천하殆哉圾乎天下 : 틀림없이 천하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 태殆와 급圾은 모두 위태롭다는 뜻으로, 위태로움을 강조하는 의미로 보았다.
- 급삭이민給數以敏 : 말재간이 뛰어나고 일을 처리함이 민첩하다. 급給은 ‘첩급捷給(썩 민첩敏捷하고 재빠름)’ 또는 ‘구급口給(말솜씨가 풍부豐富하고 민첩敏捷함)’으로 말을 잘한다는 뜻이고, 민敏은 행동이 민첩하다는 뜻으로 ‘급삭이민給數以敏’은 말과 행동이 모두 민첩하다는 뜻. 數(삭)은 急하다는 뜻(林希逸).
- 우내이인수천又乃以人受天 : 뿐만 아니라 인위人爲로 천분天分을 받다. 인위人爲로써 천분天分을 받아서 마음대로 좌우左右하며 이루려고 한다는 뜻. 하늘로부터 받은 자연自然에 인위人爲를 가미해서 이루려고 하는 것이다. 〈대종사大宗師〉편 제1장에 “인위적인 행위로 무리하게 자연의 운행을 조장助長하지 않는다[불이인조천不以人助天].”라고 하고 있음을 참조.
- 심호금과審乎禁過 이부지과지소유생而不知過之所由生 : 백성들의 과오를 금지하는 것은 잘하면서도 과오가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구체적으로는 백성들의 과오의 원인이 자기 자신에 있음을 알지 못한다는 뜻.
- 여지배천호與之配天乎 : “이런 사람을 천자의 자리에 오르게 하면”의 뜻. 여與는 ‘이以’의 뜻.
- 승인이무천乘人而無天 : 인위에 편승해서 자연 그대로의 천天을 무시한다.
- 방차본신이이형方且本身而異形 : 틀림없이 자기 본위의 입장에서 형체 있는 만물의 차별화差別化만을 힘쓸 것이다. 방차方且는 ‘바야흐로 또한’인데 ‘틀림없이’의 뜻. 본신本身은 자기 몸을 근본으로 삼는다는 뜻이니 곧 자기본위自己本位의 이기주의利己主義의 입장에 선다는 뜻이고, 이형異形은 형形을 이異한다(차별화한다), 즉 만물의 형체의 차이만을 따져 만물의 차별화만을 힘쓴다는 뜻.
- 존지이화치尊知而火馳 : 지식을 최상의 가치로 존숭하여 불타오르듯 광분狂奔한다. 존지尊知는 곧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道를 배반함이다.
- 위서사爲緖使 : 지엽말절枝葉末節과 같은 작은 일에 부림을 당하다. 이 “서緖는 말末이다. 말사末事에 사역 당하는 바 되어 그 근본을 알지 못한다.(임희일林希逸) 사使는 사역使役됨.
- 위물해爲物絯 : 외물外物에 속박됨. 絯(묶을 해).
- 사고이물응四顧而物應 : 사방을 돌아보면 외물外物도 따라서 응답應答함.
- 응중의應衆宜 : 외물外物의 편의便宜를 따라 비위를 맞춰 나감.
- 여물화이미시유항與物化而未始有恒 : 외물外物과 함께 변화해 가면서 처음부터 불변의 항구성恒久性이 없어짐. 여물화與物化는 도道와 일체가 되어 도道와 함께 추이推移하는 것이 아닌, 주책없이 외물外物에 영합해 변화해 나가는 것. 〈덕충부德充符〉편 제1장에 “거짓 없는 참된 도道를 잘 살펴서, 외물外物과 함께 옮겨 다니지 않고, 만물의 변화를 명命으로 받아들여, 근본의 도道를 지킨다[害乎無假 而不與物遷 命物之化 而守其宗也].” 참조.
雖然 有族有祖可以爲衆父 而不可以爲衆父父
治亂之率也 北面之禍也 南面之賊也
(수연이나 유족이면 유조하니 가이위중부이언정 이불가이위중부의 부니
치란지수야며 북면지화야며 남면지적야니라)
비록 그렇지만 일족一族이 있으면 거기에는 그들이 존숭尊崇하는 조상祖上이 있으니 설결齧缺은 그런 무리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을지언정 무리의 우두머리들의 우두머리가 될 수는 없다.
그는 세상에 치治를 이루기도 하고 난亂을 이루기도 하는 장본인張本人이며, 천자가 되면 신하들의 재앙이 되고 신하가 되면 천자에게 해독을 끼치는 존재가 될 것이다.”
- 유족有族 유조有祖 : 일족一族이 있으면 거기에는 그들이 존숭尊崇하는 조상祖上이 있다.
- 가이위중보可以爲衆父 이불가이위중보부而不可以爲衆父父 : 무리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을지언정 무리의 우두머리들의 우두머리가 될 수는 없음. 중보衆父 즉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는 것을 주석가에 따라서는 ‘몇 개의 씨족氏族의 우두머리’ 또는 ‘민중의 아버지인 제후’ 정도의 뜻으로 보고 중보부衆父父 즉 무리의 우두머리들의 우두머리는 이것을 ‘씨족氏族 전체를 통솔‧지배하는 총 우두머리’ 또는 ‘중보衆父인 제후諸侯들을 지배하는 천자天子’로 보는 등의 구체적인 해설을 하고 있기도 하다. 중보衆父는 ≪노자老子≫ 제21장의 중보衆甫와 같으며, 그것은 사물의 시원始源을 말하고, 중보부衆父父가 되는 것은 같은 ≪노자老子≫ 제21장에 보이는 “중보를 통솔‧지배한다[열중보閱衆甫].”는 것이니 이는 곧 인지人知를 초월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道를 가리키는 것이다.
- 치란지수야治亂之率也 : 치란治亂을 솔선하는 자임. 곧 세상에 치治를 이루기도 하고 난亂을 이루기도 하는 장본인張本人이라는 뜻. 곧 수率는 장수‧우두머리라는 뜻이다.林希逸이 “수率는 장사將帥이니, 이는 이 사람이 세상에 쓰여지게 되면 또한 치治를 이룰 수도 있고 또한 난亂을 이룰 수도 있다[率 將帥也 言此人之用於世 亦可以致治 亦可以致亂].”라고 한 것이 제일 참고가 된다.
- 북면지화야北面之禍也 : 〈그가 천자가 되면〉 신하들의 재앙이 됨. 신하는 북면北面하고 임금은 남면南面하므로 여기서 북면北面은 신하를 가리키며 화禍는 재앙이다.
- 남면지적야南面之賊也 : 〈그가 신하가 되면〉 천자에게 해독을 끼침. 이것도 역시 천자天子가 되어 신하와 만민萬民에게 해독을 끼친다는 뜻으로 취할 수도 있으나 취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