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19일 자이툰부대의 파병지를 당초 계획했던 이라크 북부지역 키르쿠크에서 다른 곳으로 변경키로 한 것은 무엇보다 파병 장병들의 안전을 최우선하겠다는 국방부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조영길(曺永吉)국방부장관은 지난달 12일 추가파병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가진 브리핑을 통해 “국제적인 신뢰도 향상 등 이라크 추가파병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많이 있다”며 “그러나 우리 군은 파병과 관련해 장병들의 안전을 최우선하겠다”고 말했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도 파병안의 국회 통과 후 “파병 장병들의 안전을 위해 세심한 신경을 쓰겠다”고 말한 바 있다. 장병들의 안전을 고려해 파병부대의 성격도 평화·재건으로 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키르쿠크의 정세는 최근 들어 급박하게 변해 왔다. 키르쿠크 주에는 수니 삼각지대에 대한 미군의 대대적인 공세작전이 전개되면서 적대세력들이 속속 들어와 박격포 공격 등 예전에 비해 한층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미군에 대한 공격이 예전에 비해 세 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돼 추가파병을 앞두고 우리 측은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황의돈(黃義敦·육군소장)자이툰부대장 등을 키르쿠크 현지로 보내 상황을 파악하는 등 추이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때마침 미군 측도 키르쿠크의 긴장이 고조되자 한국군과 함께 미군이 이 지역에 주둔하겠다는 의사를 보내왔고, 이를 계기로 양국은 주둔지 등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벌였다.
이번 주초에는 김장수(金章洙·육군중장)합동참모본부장이 황 자이툰부대장과 이라크로 가 이 문제에 대해 미군 측과 논의, 한국군 장병들의 안전을 고려해 키르쿠크에 주둔할 수 없다는 국방부의 방침을 전달했다.
장병들의 안전을 위해 미국 측 요구를 거부하고 오히려 장소변경이라는 우리 측 의지를 관철한 것이다.
파병지역 변경은 또 ‘특정지역 담당, 독자적인 지휘체계, 평화재건 임무, 3000명을 넘지 않는다’ 등 국회를 통과한 4대 기본원칙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국방부의 대국민 약속 이행이라는 측면도 있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국회를 통과한 기본원칙은 곧 국민들과의 약속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져야 한다”며 “향후 파병에 따른 일정과 파병지역에 대한 결정이 또다시 이뤄지겠지만 이때에도 이런 기본원칙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병지역 변경에 따른 한·미 간의 미묘한 갈등과 이로 인한 한·미동맹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으나 국방부 관계자는 “파병지역 변경에 대해 미군 측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미동맹관계에 대해서도 “모든 사안이 한·미 양국이 합의하는 방식으로 결정된 만큼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파병을 통해 동맹관계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신중한 파병지역 결정으로 국제적 신인도가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국방부는 파병 일시와 지역을 지금까지 수집한 모든 정보를 종합, 면밀히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나 파병지역은 일단 이라크 중남부지역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남대연(南大連·육군준장)국방부 대변인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아랍어 학습 등의 파병교육은 차질 없이 유지될 것”이라며 “파병지역이 언제 결정되는지에 관계 없이 완벽한 임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장병들은 준비를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