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
- 뱀이 여자(이브)에게 이르기를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 - 창세기 편
“에미야! 내 오늘 여고 동창회에 갔다올께”
“예! 어머님, 늦을 때는 미리 전화를 하이소, 그라고 어머님 이게 뭡니까? 목걸이는 머플러 안에 넣으시이소. 팔찌도 옷하고 참 잘 어울리네 예. 이래 차리니까 훨씬 젊어 보입니다”
“아니고! 고마 됐다. 젊기는 무슨..... 느그가 고맙지 머!”
“너무 늦지 마시고 예! 행여 어두워지몬 지하철역에서 택시 타고 오이소. 기본요금 밖에 안나올 낍니다. 돈 애끼지 말고 예. 웡캉 안 좋은 세상잉께 예”
“그카지 머! 고맙다. 갔다올께”
큰머느리가 살갑게 팔찌, 목걸이, 반지를 만져주며 모처럼만의 외출로 치장한 장신구가 어울린다고 덕담을 하자 홍여사는 흐뭇한 표정이다.
아들딸들이 빠듯한 형편에서도 이번 칠순잔치 때 마련해 준 패물이 여간 만족스럽지 않아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온천장 망미루 누각을 지나 지하철역으로 느긋하게 걷는다. 일찍 나선 탓에 느긋하게 걷고 있는데
“어무이도 그 잔치에 가시능교?”
뒤따르던 40대로 보이는 절집 옷차림의 여자가 어머니라고 부르며 딸처럼 정겹게 말을 건넨다. 홍여사는 일순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일어나며
“나요? 아임더 잔치가 아이고 동창회요”
“아-예! 나는 어무이도 그 잔치에 가시는 줄 착각했네예! 마! 오늘 농심호텔에서 신춘호 회장 칠순을 맞아 온천장에 사는 독거노인들한테 잔치를 베풀고 칠순에 가까븐 노인 일곱분을 뽑아서 일본 관광까지 시켜준다 케서 우리 어무이를 먼저 호텔로 가시라카고 나는 설걷이 마치고 은쟈 간다 아임니꺼”
“그기 무슨 말잉교? 칠순가까븐 사람을 뽑아서 일본 관광을 시킨다꼬?”
“하모예! 오신 노인중에서 온천장 토백이가 우선이고 그 중에서도 불우한 사람을 뽑는다카데예. 4박 5일이라캉께 여행경비만 해도 돈백만원은 넘게 번다 아임니꺼. 우리 어무이는 독거노인에 기초생활보호 대상자라서 틀림없이 될낍니다. 연세도 칠십이거든예”
‘나도 일흔인데... 일본여행이라! 나도 한 번 따라가 볼까? 시간도 있는데....행여나....’
“어무이도 한 번 가 보지예. 어무이 연세가......”
“내가 꼭 올해 칠십 아잉교”
“아이고! 우리 어무이하고 따논 당상이네! 잘 됐네예. 어무이 축하합니데이. 뽑히몬 우리 어무이하고 둘이 손을 꼭잡고 같이 가시몬 되겠네예”
“축하는 무슨.....”
마음이 부푼다.
“새댁 집은 어딘교?”
“금강공원 바로 밑이지예 온천1동 예”
“그라몬 우리집하고 얼마 안 떨어졌네. 이웃사촌이네”
“아이고!어무이 맞심다. 이웃사촌! 이웃끼리 서로 돕고 정답게 지내야 안합니까. 그지예?”
“하모! 맞능기라. 그래야지”
“어무이예! 우리는 이사 온지는 몇 년 안됐지만 농심호텔에서 지역주민들 한테 베푼다는 행사는 안 빠지고 댕깁니데이. 저번에도 일본에 갈낀데 나이가 좀 모자라가꼬 몬갔지예. 이번에는 틀림없이 될낍니다”
벌써 일본여행 꿈이 현실로 되어 눈에 아른거리는 표정이 역력하다.
황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젊은 여자가 살며시 팔짱을 끼며 부축한다.
“어무이 주민등록은 온천동으로 됐지예?”
“하모! 내가 이바닥에 산지도 50년 짼기라. 토박이라케도 맞지”
“영세민으로 등록됐능교?”
“영세민은 아니지만.....” 뒷끝이 흐려지고 자신이 없는 소리다.
“아이고! 어무이요. 오늘은 영세민 우선이라카던데예”
홍여사는 가슴이 뜨끔하며 절망하는 눈치다.
“영세민은 아니지만......”
“영세민 등록이 안됐더라도 토박이 영세민이라꼬 우기이소”
“그라몬 될까?”
“아! 토박이 안 뽑으몬 누구를 뽑을낑교? 가입시데이”
팔짱을 낀 채로 호텔쪽으로 몰아가자 엉거추춤 따라간다.
“그런데 어무이요. 영세민이라카면서 오만 반지 팔찌 목걸이 차고 있으몬 누가 인정하겠능교?”
“아! 글키! 맞네” 얼른 벗어서 핸드백에 넣는다.
“아이고! 어무이요! 요새는 어떤 문이든 금속 탐지기가 설치되어 있는데 그 사람들이 얼룽뚱땅 속아 주겠능교. 마! 퍼뜩 등록하고 오실동안 내가 그 가방을 들고 문 앞에서 기다릴게예. 입구 왼쪽으로 가몬 접수대가 있거던예. 그게서 주민등록증만 내몬 됩니다”
멋진 소나무 정원수가 자리한 호텔은 제법 많은 관광객들과 무료 족욕을 즐기는 늙은이들 오가고 있었다.
“어무이요. 여기서 좀 기다려 보이소 내가 더 알아보고 올께예”
홍여사가 주민등록증을 꺼내고 가방을 건네자 가방을 든 여자가 입구 벨보이에게 다가가 무엇인가 당부하는 듯 조금 떨어져 기다리는 홍여사를 손으로 가르키자 보이가 고개를 꺼덕이며 손으로 안을 가르키는 것이 보인다.
“어무이요. 내가 저 담당자에게 이야기를 해 놨거든예. 사람이 별로 없다고 퍼뜩 들어와서 접수하랍니다. 접수만하고 나몬 된답니다”
“아이고 새댁! 너무 고맙소. 내 얼른 동록하고 올께요”
회전문을 열어주는 여자에게 떠밀리듯 들어간 홍여사는 평생 처음 들어와 보는 화려한 호텔 로비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라 주춤거리자 회전문을 잡은 여자가 가운데 위치한 안내 데스크를 손가락질하며 얼른 들어가라고 손짓으로 독려하자 엉거주춤 다가간다.
홍여사가 주민등록증을 내며 오늘 잔치에 참석하려고 등록하려고 왔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아가씨.
“할머니! 여기는 오늘 그런 행사계획이 잡혀있지 않아요. 잘 못 아신것 같은데 연락받은 분에게 다시 확인해 보셔요”
고개를 외로 꼬며 입구로 나와 여자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아 벨보이에게 묻는다.
“아제요! 아까 새댁이 아야기해 준 행사.......”
“무슨 말씀인지 원! 아까 그 아주머니가 와서는 할머니 소변이 급하다고 해서 제가 호텔1층 화장실을 이용하시도록 말씀 드렸더니 할머니가 들어가시고 나서 아주머니는 급히 호텔 뒤로 가시던데요”
호텔 뒤 상가 주변으로 급히 달려가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고! 내 목걸이, 반지! 우짜몬 존노!”
"박여사 오늘 왜 이리 늦었소? 앞으로 우리 회의날에 팀원들 기다리게 하면 성과급에서 5% 공제 할겁니다.
주의하세요."
"호호호! 팀장님 한 이십분 늦은걸 너무 심한거 아니예요?"
"아니요. 팀의 생명은 상호 조화와 눈치를 바탕으로 하는데 오늘 박여사 표정이 오는 중에 무슨 건수가 있은것 같네요"
"호호호! 팀장님 안테나는 못 넘기겠네요. 오다가 잠시 넋빠진 아짐씨에게 알바 한건 했으니 오늘 점심은 제가 사겠습니다 호호"
구밀복검(口蜜腹劍)이라.
입에 꿀을 바르고 뱃속에는 칼을 품은 못된 야시가 욕심 많고 무지한 벼룩의 간을 빼갔다.
탐욕(貪慾)이 많은 사람은 금을 나눠줘도 옥(玉)을 얻지 못함을 한(恨)하고 공(公)에 봉(封)해도 제후(諸候)못 됨을 불평한다. 채근담.
첫댓글 ㅋㅋ
혹여 퇴직전 사기/절도/네다바이꾼(?)검거후
피해자/피의자들의
진술 내용을 각색 한건 아니겠죠...ㅍㅎㅎㅎ
넘나~ 픽셔리티 해서요!!
퇴근중 철이 안에서 읽다 킥~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