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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의 남자] 02
S#1. 호텔 앞 (밤)
뒤쫓아 달려오는 승우의 무서운 얼굴.
기풍, 절박한 표정으로 모범 택시를 불러 세운다.
뒷문을 열고, 채린을 구겨넣고 옆으로 타며.
승우 : 채린아!
S#2. 차 안
기풍 : (다급하게) 명동!
출발하는 택시 뒷 유리창으로 달려나오는 승우가 보인다.
쫓아오는 승우의 모습이 점점 멀어지면...
뒤돌아보고, 한숨 후~ 채린을 쓰윽 돌아보는 기풍.
S#3. 동 호텔 앞 도로 (밤)
승우 : 택시!
승우, 급한 마음에 거리에 뛰어들어 택시를 잡으려고 해보지만, 멈추지 않고 속절없이 휙휙 지나치는 택시들.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채린이 사라진 방향을 노려보는 승우.
걱정, 분노, 당혹스러움이 한꺼번에 묻어나는 승우의 얼굴.
S#4. 택시 안 (밤)
창에 기댄 채, 의식이 없는 채린. 토악질을 하려하면,
기풍 : 안돼! (채린의 입을 틀어막고, 차문을 열고 바깥 쪽으로 내밀게 한다)
채린 : (헛구역질 몇 번을 한다)
기풍 : 참내, 여러가지 하는구만.
채린 : (지쳐서, 좌석으로 몸을 부린다)
기풍 : (채린의 옷에 손을 쓱쓱 문질러 닦고는, 핸드백을 휙 나꿔챈다)
만원짜리 몇장과 환전이 안된 프랑 몇장.
기풍 : 개털 아냐? (보며) 사장 맞어?
S#5. 기풍집 (밤)
어둠속에서 쿵쿵거리며, 낑낑거리는 소리 들리고,
불이 켜지면.. 채린을 업고 비틀대며 들어오는 기풍. 소파에 채린을 털썩 눕힌다.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며.
기풍 : 무슨 기집애가 이렇게 무겁냐? 통뼈다, 통뼈.
채린 : (몸을 뒤척이며 신음소리) 오빠.. 나 어떡하지? 이제 어떡해?
기풍 : (빈정) 어떡하긴, 뭘 어떡해? 이제 죽은 목숨이지. (핸드백 뒤집어 탈탈 털면)
단촐한 화장품. 손수건. 키홀더. 지갑, 핸드폰이 흩어져 나온다. 핸드폰을 보며..
기풍 : 어? 이거 내꺼보다 신형이잖아. 압수!
순간, 삘릴리 울리는 핸드폰 소리에.
기풍 : (화들짝 놀라며) 여보세요?
(소리) : (차가운) 당신 누구야?!
기풍 : (움찔하다가) 그러는 넌 누군데? 짜식이, 어따대고 반말이야? 끊어, 마! (휙 끊더니, 전원을 꺼버린다)
S#6. 호텔 앞 (밤)
승우 : 여보세요! 여보세요!
다시 전화를 해보지만,
E. 전원 꺼짐 소리가 들린다.
분노가 어리다가, 어딘가 전화를 하는.
S#7. 기풍집 (밤)
누워있는 채린을 쓰윽 보는 기풍.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기풍의 얼굴에 흐르는 미소.
채린의 발목을 스윽 움켜쥔다.
신음소리를 내는 채린.
기풍 : (소파 옆 바닥에 벌렁 누으며) 넌 이제 나한테 꼼짝마다!
기풍의 팔목을 따라 채린의 발목까지 연결된 굵직한 끈.
잠든 채린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대며,
기풍 : 백억이다! 백억땜시 내가 참는다! 으후~ 사나이 끓는 피.. (베개에 얼굴을 파묻는다)
S#8. 경찰청 당직실 (밤)
[인써트] 경찰청의 야경 모습.
유경정 : 뭐? (믿기지 않는 듯) 천하의 최승우가 부탁을 다해? (적으며) 모범택시.. 차량번호가 484? 뒷번호는 모르고?
알았어. 근데 웬 난리야? 누가 니 여자라도 납치해 갔냐?
S#9. 호텔 앞 (밤)
승우 : 농담할 기분 아니다. 핸드폰 열어 놓을께. (사이) 이 일, 너랑 나 밖에 모르는 일이다. (끊는다)
안절부절하다가 다시 전화를 건다.
승우 : 예.. 어머니. 저 승웁니다.
(채린모) : 어머, 최서방. 왜 안 와?
승우 : 여기, 양수리 별장입니다.
(채린모) : 채린이랑 같이 있어?
승우 : 죄송합니다. 허락도 없이.
(채린모) : 괜찮아. 우리 채린인?
승우 : (당황) 먼저 쉬겠다고 해서요.. 내일 찾아 뵙겠습니다. (끊는다. 표정 일그러진다)
S#10. 경찰청 자료 검색실 (밤)
모니터에 보이는 자동차 넘버들.
전담자, 484 번호를 입력하면,
모니터에 주르륵 뜨는 차량번호들.
유경정 : 영업용으로 확인해 봐. 모범이라니까.
모니터에 뜨는 숫자들이 오버랩 되면,
S#11. 신우 그룹 기획 조정실 (밤)
디지털 보드에 삼송 자산평가를 적고 있는 직원1.
문이 열리며 들이닥치는 최회장.
긴장하며 디지털 보드를 안쪽으로 미는 직원1.
최회장 : (힐끔 보더니) 뽑아 봐.
팀장. 직원들 당황하는게 역력하다.
디지털 보드 프린터를 작동시키는 직원1.
보드에 찍힌 글씨가 프린트 되어 나온다. 쫘악 찢어보는 최회장.
불안해지는 신팀장과 직원들.
최회장 : (착 깔린 목소리로) 여기 적힌 30억 용도가 뭔가?
신팀장 : 그, 그게 말입니다. 회장님.
최회장 : 삼송백화점 어음액수랑 일치하는 구만. (쓰윽 노려본다)
신팀장 : (할말을 잃는다)
최회장 : 누가 멋대로 인수방향 바꾸라고 했지? 최실장인가? (둘러보며) 최실장 어디 갔나?
신팀장 : 그게.. 저.. 연락하겠습니다.
최회장 : 놔둬! (낮게) 정신 나간 놈!
S#12. 거리 (밤)
빠른 속도로 차를 모는 승우.
(유경정) : 확인했어. 모범 4849. 한 시간 전에 20대 남자하고 술취한 여자를 태웠다더군. 명동 사채골목 앞에서 내렸다는데.
S#13. 사채 골목 (밤)
빠르게 달려 와 멈춰서는 승우의 차.
내리는 승우. 주위를 돌아 보지만, 인적조차 없는 거리.
불꺼진 낡은 건물들. 건물들. 텅 빈 공간의 가로등들.
급한 마음에 여기 저기 뛰어다녀 보지만, 채린을 찾을 길이 없다.
막막한 기분에 서고 마는 승우.
어느새, 새벽 여명이 밝아오고, 가로등 아래 몸을 웅크리고 앉는 승우.
[인써트]
승우가 서 있는 가로등을 따라 카메라 올라가면, 창문 너머로 잠들어 있는 채린의 모습이 보인다.
승우의 눈가에 짙은 피로감과 절망감이 어린다. (F.O)
S#14. 백부자 집 (아침)
한옥식 거실에 앉아 전화를 하고 있는 백부자.
백부자 : (서슬 퍼렇게) 약속도 못지킨 놈들을 뭘 믿고 연장을 시켜줘? 오늘내로 당장 원금까지 준비해 놔. (전화를 끊는다)
망할 놈들~
화가 난 백부자 어깨를 껴안으며 나타나는 찬비.
찬비 : 함니~, 굿 모닝~
백부자 : (금새 얼굴이 펴진다. 밉지않게 밀치며, 술냄새 난다는 시늉) 대체 몇 시까지 퍼 마시고 온 게야?
찬비 :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인다)
백부자 : 세시에 까치발로 올라간 건 도둑 고양이였나부지.
찬비 : (들켰다, 헤헤 웃는다) 할머니, 어제 재밌는 장난감 하나 봤다?
백부자 : 적당히 해. 아무리 성에 안차도 남자는 남잔게야.
찬비 : (뒤로 기대고 발을 까닥대며) 남자면 뭐해요? 비실비실한게 다 닭병 걸린거 같은데.
백부자 : 그래, 이번엔 어떤 장난감이냐?
찬비 : 몰라~
백부자 : 몰라?
찬비 : 응. 근데 잼있을 것 같애. (생각하는지 히죽 웃는다)
S#15. 기풍집 (아침)
소파에 비친 햇살에 눈을 뜨는 채린. 찡그리며 돌아본다. 기풍의 뒷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난다.
머리는 깨질 것처럼 아프고, 도무지 생각이 안나는 눈치.
테이블 위의 핸드백을 몰래 드는 채린.
몸을 휙 돌리는 기풍. 움찔 물러나는 채린.
소파를 넘어가려는 순간, 몸을 다시 돌리는 기풍.
순간, 다리에 묶인 끈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소파에서 나뒹구는 채린, 구르며 기풍의 몸위로 덥치는 꼴이 된다.
기풍 : (비명)
채린 : (비명 지르며 물러난다)
기풍 : (짓눌린 허리를 받치며 일어난다)
채린 : (당황해서, 기풍을 확 밀친다)
기풍 : (소파 모서리에 머리통 받히고, 다시 비명, 열이 솟아 손을 치켜들며) 이게~
쫘악 돌아가는 기풍의 얼굴.
기풍 : (더 열받아서) 이게 증말~ (하면서 덤비려다가 반대 방향 따귀 맞는다. 어이없어, 고개를 돌리며)
어~ 씨. 연짱 두대나 맞았어.
채린 : 너, 너 뭐하는 놈이야? 왜 내가 여기 있어? 여긴 어디야?
기풍 : 나? 나는.. (대답하려 하면)
채린 : 됐어. 듣고 싶지 않아. 니가 뭐하는 놈인지, 왜 내가 이런 그지 같은 곳에서 깨어났는지, 하나도 안 궁금해.
아니, 궁금해도 참을래. 나도 참을거니까, 너도 신경 끊어 줘. (벌떡 일어나 나가려 하면)
기풍 : (어이없다. 끈을 당기며) 당신, 나 몰라?
채린 : (돌아보더니, 천천히 굳는다) 그, 비행기? 프레임.. 드레깅?
기풍 : 돌머리는 아니구만. (끈 풀고 일어나며) 그냥 확!~ (치려는 시늉하다가, 배 움켜쥐며) 씨~ 배가 고파서 패지도 못하겠다.
(테이블 아래서 채린의 지갑을 마치 지꺼인양 꺼내들며) 밥부터 먹고 얘기하자.
채린 : (지갑을 확인하고, 휙 빼앗으려 하면)
기풍 : (뒤로 돌려 숨긴다)
채린 : 내 지갑이잖아!
기풍 : 내 지갑? (비웃음) 이거 백억짜리라도 돼?
채린 : ...?
S#16. 경찰청 (아침)
모니터로 계속 올라가는 사람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들. 매서운 눈으로 본다.
승우 : (없다) 이게 전부야?
유경정 : 어제 밤 접수된 사건기록 전부야. 도대체 찾는 사람이 누군데? 이름을 알아야 찾든지, 말든지 할 거 아냐?
이때, 울리는 전화벨. 급하게 받으며...
승우 : (혹시 채린이 아닐까 싶어) 여보세요?
(소리) : 나다! 신팀장.
승우 : (기운이 빠진다) 형..
(신팀장) : 회장님 어제 여기서 밤새셨다.
승우 : ....! (엎친데 덮친 격이다)
(신팀장) : 너한텐 연락도 못하게 하시고.. 아주 죽을 맛이었어. 빨리 들어와야겠다.
승우 : (O.L) 내가 알아서 할께...
(신팀장) : 승우야...
승우 : (끊는다, 나가며) 20대 중반 여자이름 접수되면 무조건 연락해라. 간다. (나간다)
유경정 : 하~ (어이없다) 자식 별일이네.
S#17. 기풍방 (아침)
기풍의 이마빼기에 착 붙어 있는 채권.
기풍 : 봐, 당신 아버지가 우리 할배한테 빌린 백억짜리 채권이야.. 이제 니 돈이 다 내 돈이라는 게 믿어져? 응?
채린 :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벼락 맞은 기분이다)
기풍 : (머릴 들이밀며) 잘 보래니까~
채린 : (멈칫하다가, 싸늘하게 O.L) 방법도 여러 가지군.
기풍 : 무슨 소리야?
채린 : 사람 뒷조사해서 약점 잡고 흔드는게 니들 방법이지? 백화점 부도났대니까,
어디서 이따위 가짜문서 만들어서 뒷통수 칠려구 들어?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니? 엉?
채린, 기풍의 이마빼기에서 채권을 휙 떼더니, 쫙 찢어 던져 버린다.
기풍 : 이, 이게 미쳤나? 내 돈.. (바닥에 떨어진 채권을 주워 붙이려고 한다)
요란하게 울리는 고전전인 전화벨소리.
채린 : (발목의 끈을 휙 잡아 떼버리고 나가며) 한 번만 더 사기공갈 치려고 들면 그땐 정말 콩밥 먹을 줄 알아!
기풍 : (채권을 들고) 야, 너 거기 안 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
전화부터 받는 기풍.
기풍 : 누구야?
(소리) : 싸가지 없는 눔. 전화를 와 그따우로 받네?
기풍 : 할배야? 할배! 지금 송사장 딸이..
(소리) : (태연하게 O.L) 이 소리 안 들리네?
S#18. 00절 (아침)
법당에서 경읽는 소리가 들리고, 멀리서 은은하게 퍼지는 종소리.
법당앞에 서서 핸드폰을 하고 있는 삼부.
삼부 : 어떠니? 맘이 편해지네?
(기풍) : (빽!) 할배! 지금 그게 문제야? 빨리 올라 와. 할배가 송재환 사장한테 백억 빌려줬다는 거 증명해 줘야 돼.
삼부 : 내가 왜 그래야되네?
S#19. 사채 사무실 안
신발을 신는 채린. 창가쪽으로 보이는 사채, 급전 간판들.
문 안쪽에서 들리는,
(기풍) : 할배가 나한테 유산으로 준거잖아. 근데 저 기집애가 가짜라고 우기잖아. 그러니까 와서 증명해 줘야지.
방쪽을 돌아보는 채린. '진짜 사채업자가 맞구나'. 주저앉아 울고 싶은 심정이다.
S#20. 동 기풍집 안
(삼부) : 적선지가면 필유여경이라 아니했음메. 부처님한테 적선했다 치라우.
기풍 : (부들부들) 할배, 한 번만 더 그따우 소리하면, 진짜 나 할배 제사 책임 못져어~ (보면 채린이 안 보인다)
수화기를 내동댕이 치고, 바깥으로 뛰쳐 나간다..
S#21. 사채 거리 (낮)
울것같은 표정으로 걷고 있는 채린.
허겁지겁 달려오는 기풍.
기풍 : 송채린! 거기 안 서!
채린 : (도망치고 싶은 심정으로, 무시하고 빠르게 걸어간다)
헐레벌떡 달려와 앞을 막아 서면.
채린 : (표정을 싸늘하게 바꾸며) 원하는 게 뭐야?
기풍 : (기도 안찬 듯) 당신이랑 연애라도 하자는 줄 알아? 내돈! 돈 내놓으라구우~
채린 : 당신이 진짜 채권자면 정식절차 밟아서 권리행사 해. 이따위로 지저분하게 따리붙지 마. 재수 없어!
기풍 :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딱 그 꼴이구만. 누군 체질에 맞아서 이러는 줄 알아?
정말 회사 망하는 꼴 보고 싶어? 어음 확 돌려 버릴까?
채린 : 어음을 돌리든, 회사를 망하게 하든, 당신 체질 맞는 대로 해. (휙 간다)
기풍 : 뭐? (오히려 당황스럽다)
채린 : (거리에서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든다)
기풍 : 아직 잘 모르나 본데~ 내가 어음 돌리면 백화점 바로 날아가는 거야. 완전부도! 공중분해 되는 거라구~
(제스쳐) 붐(boom)~ 유 노우?
채린 : (들은 척도 않고, 다가온 택시 문을 연다)
기풍 : (이대론 안되겠다. 노선을 바꿔 애원하는 투로) 송채린씨. 제발 이성적으로 생각하자~ 응? 당신 아버지 회사잖아.
당신 아버지가 회사 망하게 할꺼면 왜 자살했겠어~ 응?
채린 : (멈칫하다가.. 차에 오른다)
기풍 : (옆에 타려하면)
채린 : (쾅 닫는다)
S#22. 차 안
기풍 : (재빨리 앞자리에 탄다)
채린 : (말릴 수 없지만, 화가나서 노려보면)
기풍 : 00호텔 가주세요. (뒤를 쓱 보며) 맞지?
채린 : (답답해진다)
S#23. 승우 차안 (낮)
신우 그룹이 보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단축키를 누르는 승우.
신호음이 가고, 받는 소리.
(기풍) : 여보쇼.
S#24. 택시 안 (낮)
핸드폰을 받고 있는 기풍.
뒷좌석의 채린. 그제서야 생각난 듯 핸드백을 뒤져 본다. 핸드폰이 보이지 않는다.
기풍 : 누구야~ 누군지 말을 해야 알것 아냐?
(승우) : 송채린씨 핸드폰 아닙니까?
기풍 : (핸드폰 통화구를 손으로 쓱 가린다)
슬그머니 돌아보는 기풍.
채린, 눈치 채고서 핸드폰을 휙 빼앗아 든다.
채린 : 여보세요?
S#25. 승우 차 안
승우 : (반가움) 채린아, 지금 어디야?! (호텔 간다고 말하나 보다) 괜찮아? 아니, 얘기 하지마.
(괜찮은지) 내가 직접 봐야겠어. 지금 갈께.
중앙선에서 급하게 유턴을 하는 승우. 얼굴에 반가움과 걱정스러움이 교차된다.
S#26. 호텔 앞
천천히 들어오는 택시 뒤로 급하게 달려오는 승우 차가 보인다.
택시 옆을 추월하는 승우의 차.
승우의 시선으로 슬로우 모션. 돌아보는 채린의 얼굴과 앞좌석의 기풍 모습.
앞서 가며, 돌아보는 승우의 부릅뜬 눈. 끼익 앞을 가로질러 멈춰서는 승우의 차.
뛰어 내리는 승우. 채린도 내린다.
채린 : (다가가며) 오빠..
승우 : (얼굴을 매만지는 손길이 간절하다) ..괜찮아?
기풍 : (뒤에서 내리며) 어이~ 차비는 주고 가야지~ (승우를 보고, 다가오며) 여어~ 또 보게 되네.. 나 장기풍이.. (읔)
승우의 주먹에 바닥에 나뒹구는 기풍.
기풍 : 아, 씨~ (몸을 일으키다가, 코피가 주룩 흐르면, 만져보고) 코피~ 이런 씨~ (휙 덤비려하면)
승우 : (주먹을 다시 날리려한다)
채린 : (막아서며, 애원) 오빠, 그만해! (기풍에게, 싸늘) 그만 둬요!
승우 : (말리지 말라는)
채린 : (절망적으로) 채권자야..
승우 : (채권자가 왜 널 납치해 하는 눈빛으로 채린을 보면)
채린 : (당황스럽지만 설명할 방법이 없다) 어, 어제 많이 놀랐지? 사실은..
승우 : ..됐어. 설명 할려고 애쓰지 마. (사이) 무사한 거 알았으니까 됐어.
채린 : (미안하다)
승우 : 오빠 늦었다. 이따가 만나서 얘기 하자.
채린 : (끄덕인다)
승우 : (웃어주려지만 맘대로 되질 않는다) 간다.
채린 옆을 지나가는 승우.
미안함에 죽을 지경인 채린.
기풍 옆을 지나가면,
기풍 : (코피 때문에 고개를 쳐들고) 당신 운 좋은 줄 알어.
멈춰서서, 화를 누르는 승우. 간다.
승우의 뒷모습을 미안한 시선으로 보는 채린.
기풍, 그런 채린과 승우를 번갈아 보며, 깨진 입술을 신경질적으로 닦는다.
S#27. 차 안 (낮)
차에 타는 승우. 출발하면, 핸드폰을 하는..
승우 : 승우다. 너 지금 장기풍이 어떤 놈인지 알아봐. 어디 사는지, 뭘 하는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하나도 빼놓지 마!
전화를 끊는 승우. 입술을 깨문다.
S#28. 엘레베이터 앞 (낮)
엘레베이터 앞에 서 있는 채린과 뒷쪽의 기풍. 휴지로 코를 막았다.
열리면, 타라는 시늉을 하는 기풍.
채린 : 당신 도대체 어디까지 쫓아 올려구 이래?
기풍 : 지구 끝까지.
채린 : 도망치고 싶은 생각 없으니까, 이제 그만 돌아가 줘.
기풍 : 다른 채권자들도 당신이 어디 숨었는지 엄청 궁금할껄? 내 전화 한 통화면 여긴 완전히 껨셋 아냐? 위에 당신 엄마 있지?
채린 : ...! (자신보다 엄마가 더 걱정스러워진다)
기풍 : 싸장 사모님이 머리털 뽑히고, (액션까지) 옷 찢기고, 코피 터지고, 나처럼 입술까지 터지고, 이럼 정말 견디기 힘들껄?
혹시 알아? 아버지 따라서 (동작) 쉬우웅~
따악, 기풍의 따귀를 날리는 채린.
채린 : 비열한 자식! (분에 못이겨) 니 맘대로 해! 전활 하든지 뭘 하든지 너하고 싶은 대로 하란 말야!
기풍 : (너무 심했나?)
채린 : 하지만, 이건 알아 둬. 내가 죽더라도 너같은 놈들한텐 절대 안져!
엘레베이터에 올라타는 채린,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쓱 닦는다.
닫히는 문으로 채린을 보는 기풍.
서로의 시야로 교차하는 뻥해진 기풍과 독기 어린 채린.
엘레베이터 닫히면..
기풍 : (긁적) 내가 좀 심했나? 에이, 씨~ 그래도 백억이잖아. 백억!
S#29. 엘레 베이터 안 (낮)
분하다. 돈 때문에 받아야 되는 설움도 분하고, 죽은 아버지의 자살까지 들먹거림을 당해야 되는 것도 분하다.
엘레베이터가 띵동 멈추면, 눈물을 쓱 훔치는 채린.
S#30. 호텔 방 (낮)
들어오는 채린. 핸드백을 아무렇게나 던져두고, 옷을 벗는다.
엄마 : 승우가 바래다 줬니? 별장은? 우리것 보다 나아?
채린 : (무슨 별장?)
엄마 : (한숨) 이제 갈 별장두 없구, 콘도두 한 개두 없구.. 오십견 때문에 가을엔 꼭 온천에 가야 되는데..
채린 : 오빠가 뭐라고 전화했어?
엄마 : 너 피곤해서 먼저 쉰다고 그러드라. 미안하다구. 너 혹시~
채린 : 이상한 상상하지 마. (욕실로 가면)
엄마 : 너 아무리 약혼한 사이래도, 지킬 건 지켜야 돼. (문 닫히는 소리) 엄마, 그런 일로 책잡히기 싫단 말야.
샤워기 트는 소리 들리면,
엄마 : (혼자말) 무슨 별장에 샤워시설도 안돼 있대니? (문득 이상한 느낌에) 너 정말 아무 일 없었어? 채린아!
S#31. 샤워실
샤워기를 틀어놓는 채린.
(이사1) : 사흘후 돌아올 어음액수가 30억입니다. 만약.. 채권단 회의 때, 우리가 모르는 어음이 터지기라도 한다면,
회산 완전 도산하고 맙니다.
(채권) : 우리들이 피땀 흘려서 니들 백화점에 납품했던 물품비야! 물품비! 그런 생떼같은 돈 떼처먹어? 니들이 그러고도 사람이야?
(기풍) : 내가 어음 돌리면 백화점 바로 날아가는 거야. 완전부도, 붐~ 유 노우?
바닥에 주저앉는 채린. 어찌할 바를 몰라 얼굴을 감싸고 만다. (F.O)
S#32. 백화점 전경 (낮)
미라E : 뭐라구요? 백억짜리 어음이 들어왔다구요?
S#33. 백화점 부사장실 (낮)
복규 : (뒷쪽에 서 있다가 궁금한지, 미라 옆으로 붙는다)
미라 : 그냥 가지구 가요? 도대체 누군데요? 장기풍이요? 예. 알아보겠습니다. 전화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점장님.
예. 저녁식사요? 본점 분들이랑요? 당연히 가야죠. (그쪽에서 내겠다는듯, 여우짓)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대접해 드려야죠.
예, 이따가 뵙겠습니다. (끊는다, 어느새 싸늘해진다)
복규 : 새 어음이 들어왔답니까?
미라 : 장기풍이 누군지 알아봐. 왜 어음을 안 돌렸는지도 확인해.
복규 : 그게 누군데요?
미라 : (짜증) 그걸 알아 보라잖아!.
S#34. 회장 비서실 (낮)
문을 열고 들어오는 승우를 맞는 신팀장과 여비서.
여비서 : 회장님께서 두 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계십니다.
신팀장 : (난감한 듯) 눈치 채셨어...
승우 : ...!
신팀장 : 어떡할꺼냐?
승우 : (됐다는 손시늉을 하며, 들어간다)
S#35. 회장실 (낮)
들어서는 승우.
등을 보이고 의자에 앉아 있는 최회장.
승우 : 늦었습니다.
최회장 : 신팀장이 얘기 하더냐?
승우 : 예.
최회장 : (휙 돌아 앉으며) 무슨 근거로 삼송 어음을 막아주자는 거냐?
승우 : 우호적 M&A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을 사는겁니다.
최회장 : 우호적 합병은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승우 : 지금 우리 신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삼송의 유통망입니다. 신우의류와 삼송백화점, 그리고 신우통운을 이용하면..
최회장 : 도산시킨 후에, 삼송 자산을 담보로 차입 인수하는 게 훨씬 이득이야.
승우 : 지금 30억을 투자해서 흡수합병하는 게 더 유리합니다.
최회장 : 흡수합병을 한다고 해서, 송씨 재산이 우리게 되는거냐? 난 내 이름으로 된 삼송을 원해!
니 여자의 회사를 지켜주고 싶은 맘은 추호도 없어.
승우 : 채린이 하나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닙니다.
최회장 : (버럭) 그런 놈이 밤새 뭐하고 다닌 거야? 경찰이며, 검찰까지 들쑤시고 다닌 이유가 뭐냔 말야?
승우 : (뜨끔한다)
최회장 : 그런 놈 입에서 나오는 말을 어떻게 믿고 30억을 날리라는 거냐?
승우 : 절 보고 하시라는 게 아닙니다.
최회장 : ..좋다. 우리가 삼송을 인수하겠다고 나선다 치자. 송사장 딸이 얼씨구나 할 것 같으냐?
승우 : 설득할 수 있습니다.
최회장 : 설득할 수 있다?
승우 : 백화점 흡수합병은 삼송에게도 가장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인정할 겁니다.
최회장 : 송채린이는 송재환의 딸이다.
승우 : ...?
최회장 : 그렇게 쉽게 회사를 넘겨줄 꺼면 송사장, 자살도 안했어! (일어난다)
승우 : (무슨 뜻인지 알수가 없다)..
최회장 : (나가며) 삼송에 들어올 어음 액수가 얼만지 알고 있냐?
승우 : 삼십억 입니다.
최회장 : (비웃음) 삼십억 투자하면, 삼송을 가질 수 있다?
승우 : 우리가 삼송을 합병한다고 하면, 채권단은 얼마든지 설득할 수 있습니다.
최회장 : 자신 있다 이거냐?
승우 : 맡겨 주십시오.
최회장 : 어디 두고 보자.
승우 : 허락 하시는 겁니까?
최회장 : 두고 보자고 했다. (나간다)
승우 : (후우~ 한숨을 내쉰다)
털썩, 소파에 앉는 승우. 채린을 설득할 일이 더 큰 산으로 느껴진다.
S#36. 호텔 로비 (저녁)
눈치를 살피며, 재떨이를 뒤지는 기풍. 장초를 주워 필터를 쓱 닦아 입에 물고 불을 붙이며
기풍 : 거지도 호텔거지가 서울역 거지 보다 낫겠구만.. (고개를 돌리고 피유~ 뿜는다)
엘레베이터에서 나와 걷는 채린이 보인다.
담배와 채린을 번갈아 보다가, 아까운지, 뻑뻑 연신 빨고, 담배 버리고 뒤쫓는다.
S#37. 승우 집무실 (저녁)
채린을 설득할 생각에 잠겨 있던 승우. 핸드폰이 울리면.
승우 : (받으며) 최승웁니다. (굳어지며) 하나도 남김없이 샅샅이 얘기 해.
(소리) : 장기풍. 75년 8월 17일생. 재무부에 근무했던 아버지는 5살때 사망. 어머닌 재가를 했고,
중, 고등학교때 가출, 정학은 밥먹듯이 했구만? 성적은 꼬바리에서 맴돌았는데, 대학은 일류댈 들어갔어.
승마 특기생이라..... 돈 싸들고 들어간 모양인데...
S#38. 레스토랑 (밤)
웨이터 안내를 받으며 들어오는 채린.
따라 들어오는 기풍의 얼굴 위로
(소리) : 이 자식, 여자 편력이 죽이는데? 여자들한테 한번 붙으면 절대 안 떨어진다고 해서, 별명이 거머리래. 찰거머리.
기풍 : 어우~ 기깔나는데~
웨이터 : (채린에게) 일행이십니까?
채린, 기풍 : (동시에) 보면 몰라요?
웨이터 : (헛갈린다)
채린 : (동시에) 아니예요.
기풍 : (동시에) 네.
웨이터 : ...?
채린 : (기풍에게 낮게) 당신 정말 이럴꺼야?
기풍 : 내가 얘기 했잖아. 지구끝까지 쫓아간다고.
채린 : (어쩔 수 없다는 듯) 제발 내 눈에 안 띄는 곳으로 꺼져 줘~ 응? (간다)
채린, 안내를 받아 앉으면, 채린 뒷좌석에 등을 기대고 앉으며...
기풍 : 여긴 양고기 스테이크가 맛있지? 프로방스풍 소스가 죽이거든~
채린을 보고 히죽 웃는 기풍의 얼굴 위로..
(소리) : 할아버지 이름은 장삼부. 요즘 떠들썩한 천억 기부의 주인공이고 장기풍은 그 영감 손자놈이지.
S#39. 차 안 (밤)
이기사가 운전을 하고, 뒷편에 앉아 있는 승우.
(소리) : 전과 경력은 없고, 무의도식하는 전형적인 놀새족이지.
이런 놈한테 채린이 무슨 짓을 당했을까 싶어, 치가 떨린다.
유리를 뫼주먹으로 퉁 치는 승우.
차가, 레스토랑 앞에 멈추면,
승우 : (내리려다 말고) 이기산 내일부터 호텔로 출근해요.
이기사 : 예?
승우 : 채린이한테만 신경쓰라구요. 내말 무슨 뜻인지 알죠?
이기사 : 예.
S#40. 일식집 룸 (밤)
문이 열리며 들어와 절을 하는 심복규.
뒷쪽에 화사한 미라가 들어오며,
미라 : 어머, 제가 너무 늦었지요?
기풍이 만났던 그 지점장이다.
지점장 : 이거, 이거 백화점은 무너지는데, 미라씨만 더 펴는 것 같어~
미라 : 지점장님도 참~ (나머지 두 사람을 보면)
지점장 : 인사들 하지. 여긴 우리 본점 여신부장. 여긴 법정관리 담당팀장. 삼송 백화점 담당분들이지.
내 입사 동기고, 이쪽은 삼송백화점 부사장 양미라씨.
미라 : 잘 부탁드립니다. (요염하다)
S#41. 동 레스토랑
들어오는 승우. 채린을 보고, 손을 들다가, 기풍을 보고 인상이 흐려진다.
알은 체를 하는 기풍을 무시하고.
승우 : 내가 좀 늦었지? (앉는다)
채린 : 아냐, 내가 먼저 온거야. (사이) 오빠, 어제 저녁일로 할 얘기가..
승우 : 배고프다. 먼저 밥부터 먹자.
채린 : ...그래.
승우 : 맛있는 거 먹자. 너 여기 음식 좋아했잖아.
채린 : 응.
웨이터 오면,
승우 : 코스 에이 둘 주세요. 늘 먹던 대로.
웨이터 가려하면,
기풍 : 헤이 맨~
웨이터 : (다가오면)
기풍 : 나도 같은 걸로. 늘 먹던 대로~
웨이터 : 처음 아니십니까?
기풍 : (눈짓) 저쪽이랑 같은 걸로 달라고~ 계산도 저쪽으로 하고~
채린 : (부아가 나지만 참는다)
맛깔스런 음식이 오고, 먹기 시작하는 채린과 승우.
기풍, 허겁지겁 게걸스럽게도 먹어댄다.
뒷쪽의 기풍이 신경이 쓰이는 채린.
채린 : 오빠, (어젯밤 일에 대해) 할말 있어.
승우 : 신경 쓰지 마.
채린 : ... (어떻게 얘길 안해?)
승우 : (기풍 뒷통수를 흘낏보고) 사채업자 손자라더군. 아버님이 돌린 어음을 갖고 있을테고, 그걸 약점으로 널 납치했겠지.
니 성격에 호락호락 하지 않았을 건 뻔하고, (눌러 참으며) 쓰레기 같은 놈들이야.
채린 : (고맙다, 이해해 줘서) ..
승우 : (먹던 것을 멈추고) 나도 너한테 할말 있어.
채린 : ...?
승우 : 내말 오해 없이 듣길 바래.
S#42. 일식집 룸 (밤)
미라 : (술을 따른다)
팀장 : (받으며) 송사장 딸을 새사장으로 추대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지점장 : 거, 잘 할수 있을까? 아직 어린애잖아?
미라 : 친동생 같은 앱니다. 부족하지만 모쪼록 잘 좀 지켜봐 주세요.
여신부장 : (지점장에게) 백억짜리 융통어음이 들어왔대며? (미라 보며) 그럼 어음 총액이 얼마가 되는 거죠?
미라 : 백 삼십억 입니다.
팀장 : 송사장 비자금 같은 거 있습니까?
부장 : 깨끗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잖아. 있을리가 없지.
팀장 : 게임 끝났군.
지점장 : 그럼, 채권단에서 새 사장을 임명하게 되는 건가?
부장 : 어음 못 막을게 뻔한데. 우리야 그렇다쳐도 다른 채권자들이 가만 있겠어?
지점장 : 새 사장 임명도 말야, 유통에 대해서 뭐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해야 되는 거 아냐?
(분위길 보며) 그러고보면, 양부사장이 딱인데 말야. 안그래?
두사람 : (동조하는 분위기다)
미라 : (눈웃음) 결정이야 여러분께서 내려주시는 거죠. 전 그저 어르신들 처분에 따르겠습니다. (얼굴에 자신감이 흐른다)
S#43. 레스토랑 (밤)
채린 : 그럼, 대표이사 자리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 갈 수 있다는 거야?
승우 : (끄덕) 법정관리로 넘어가면, 관선이사가 고용돼. 관선이사가 리모델링을 할지도 모르고..
그럼, 아버님이 지켜온 삼송은 없어지고 마는 거지. 영원히.
채린 :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럼.. (난 어떡하면 되는거지?)
승우 : 대표이사 자릴 승계해. 채권단 면담엔 내가 같이 나갈께.
채린 : 그게 무슨 말이야?
승우 : 채권단에게 삼송과 신우가 머지않아 합병할 거라는 걸 보여주자는 거지.
채린 : ....
승우 : (뭘 걱정하는지 안다) 나만 믿어. 삼송이란 이름, 절대 안 없어지게 할거야. (손을 잡아준다) 약속할께.
채린 : (망설이다) 이게 최선이겠지? (스스로 믿고 싶어져서) 그렇지, 오빠?
승우 : (끄덕이며) 어차피 결혼하게 되면, 당연히 밟아야 될 수순이야. 조금 앞당기는 것 뿐이라고 생각해.
채린 : .....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기풍. 슬쩍 끼어들며..
기풍 : 뭘 고민해? 내일 당장 결혼 발표해! 아니다, 여기 분위기도 짱이구만. 지금 당장 하자구~
(핸드폰 꺼내며) 내가 신문사에 전화해 줄까? (버튼 누르며) 여보세요?
승우 : 당신!
기풍 : (움찔) 나..나?
승우 : 빠져 주겠어? 당신 낄 자리가 아냐.
기풍 : 네~. 그럼 모쪼록 발전적이고, 긍정적으루다 돈 소리 나는 결과 기대하겠슴다.
승우 : (노려보면)
기풍 : 저녁 잘 먹었습니다. 그럼 난 이만~ (가다가 채린에게 입모양으로) 백억~ (하고 간다)
승우 : 어머니랑 살 작은 아파트 하나 구해놨어. 우선 급한대로 그리로 이사해.
채린 : 고마워.
승우 : 나, 믿지?
채린 : (받아 들인다는 듯이 끄덕인다)
승우 : (안도의 숨이라도 쉬고 싶어진다)
S#44. 사채거리 (밤)
걸어오던 기풍. 댄서처럼 옆으로 통 뛰어 발바닥을 마주치며,
기풍 : 으하하~ 백억이 굴러 온다. 백억..
쫄랑대며 건물 계단으로 오르려는데, 1층 불켜진 구멍가게 아줌마가 나오며..
아줌마 : 기풍 총각.
기풍 : (돌아보면)
아줌마 : (편지를 주며) 이거.
기풍 : (받아 보며) 이게 뭔데? (찢어서 읽는다) 국가귀속재산 공매결정 통지? 아줌마, 이게 무슨 소리야?
아줌마 : (충청도 사투리로) 할아부지가 이 삘딩도 나라에 내놨잖어~ 새 임자가 나타났으니께로, 방빼라는 소리것지, 안 그려?
기풍 : 에엑~
아줌마 : 우리야, 전세니께 상관이사 없지만서두, 기풍총각은 어디 갈띠는 구해논겨?
기풍 : (돌아버리겠다) 새 주인이 누군데?
아줌마 : 나사, 모르지이~. 경매 통해서 나갔대니까, 뭐시냐 경매소 가면 알겄지이~.
(부채질하며) 아유 더워~ 푹푹 찌네, 쪄어~ (간다)
기풍 : 진짜 스팀 푹푹 받는다, 씨! (허공에 대고 소리) 할배! 진짜 넘하는 거 아냐~ 내가 다시 할배 보면 사람이 아니다아~ 알어~
S#45. 기획 조정실 (밤)
들어오는 승우, 일어나는 신팀장.
승우 : 삼송 프로젝트 계획대로 추진해!
신팀장 : 뭐?.. (믿기지 않는 듯) 회장님께서 허락하신 거냐?
승우 : 1팀은 기관채권단들 설득할 자구책 브리핑 준비하고, 2팀은 개인채권자들 성향 파악해서, 우선변제 순위를 정하도록 해.
신팀장 : 오케이!
자신감이 넘치는 승우의 표정에서. (F.O)
S#46. 호텔방 (아침)
거울 앞에서 단추를 잠그는 채린에게
채린모 : 왜 혼자 가? 엄마랑 같이 가면 안돼?
채린 : 아빠한테 할 말 있어서 그래.
채린모 : (시무룩해진다, 소외감이 느껴지는지) 그래, 니네 부녀사인 유난했으니까...
채린 : (달래느라, 손을 잡아주다가) 엄마. 오빠가 이사갈 집 구해놨대.
채린모 : 그래? (조금 살아나) 아파트래니? 방이 몇개래? 전망을 어떻대니? 강변이면 좋겠다..
채린 : (들뜬 엄마가 가여워져) 엄마.. 나 승우오빠랑 결혼해야겠지?
채린모 : (살아나서) 최서방이 날짜 잡재니? 언제 하재? 어머, 근데 어쩌니? 너 지참금은 커녕 혼수 살 돈도 하나 없는데..
(사이) 승우가 다 알아서 하겠지?
채린 : (철없는 엄마를 물끄러미 본다, 가엾다)
S#47. 경매소 (낮)
문을 밀고 내려오는 기풍. 쪽지에 적힌 종이를 보며..
기풍 : 백부자? 얼마나 부자길래, 이름이 다 빽부자야?
S#48. 성북동 어디쯤 (낮)
가파른 길을 따라 위용을 자랑하는 집들.
손에 쥔 쪽지에 적힌 주소와 문패를 비교해가며 헐떡헐떡 걷는 기풍. 언덕길 대문 앞에 주저앉는다.
기풍 : 오방 덥구만, 씨~ 10**번지가 도대체 어디야?
이때, 언덕길을 양산을 쓰고 올라가는 노인. 백부자다. 허리가 아픈지, 콩콩 두들기다가 기풍을 본다.
눈을 깜박인다. 낯익은 얼굴이다.
쪽지를 내려다 보고 있는 기풍.
백부자 : 이놈아~
기풍 : (여전히 못듣고)
백부자 : 이놈아~
기풍 : (고갤 들고, 나요? 하는 시늉)
백부자 : 여기에 너 말고 불알 달린 놈이 또 있네?
기풍 : (귀찮다는 듯) 왜요?
백부자 : 어른이 부르면 재깍 달려와서 왜 그러세요~ 이래야 사람 새끼지. 니 할애비 이름이 뭐이네?
기풍 : 참내, 이 할마이 웃기는 할마이네~ 왜 남의 할배 이름은 묻고 그래~
백부자 : (접은 양산으로 머리통을 텅 내려친다) 어데 봤다고 반토막 말이냐. 이놈아!
기풍 : (머리통을 움켜쥐고) 아이~ 씨! 말로하지 왜 때리고 그래?
백부자 : (다시 양산을 치켜들면)
기풍 : (피하며) 뭐, 뭔데? 할마이 집 잃어 버렸어? 집 찾아?
백부자 : (가방을 건넨다)
기풍 : 씨~ (싫지만 툭 빼앗듯 받아 들며) 어딘데? 할마이 집주손 알아?
백부자 : (어이가 없다, 어디 보자 싶어 고개를 흔든다)
기풍 : 참내, 어디 쯤인 줄은 알아?
백부자 : (고개를 흔든다)
기풍 : 진짜 날도 더운데 환장하겠구만. (백부자 양산 끝을 잡고 당기며) 가보자구. 아, 빨랑 와~
이러다 해지면 할마이나 나나 집없는 고아 되는 거야.
앞서서 걷는 기풍을 따라가는 백부자.
S#49. 납골당 앞 (낮)
커다란 건물 형태로 된 납골당 앞.
안개꽃을 든 채린이 걸어오고 있다.
멀찌감치 서 있는 자동차와 이기사.
S#50. 납골당 안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채린.
동굴같은 긴 통로를 따라 걷는 채린의 발소리가 길게 울린다.
故 송재환이라고 적힌 자그마한 비석에 채린부의 사진이 붙어 있다.
안개꽃을 단 앞에 놓는 채린. 마치 앞에 있는 사람에게 말하듯,
채린 : (밝게) 아빠가 좋아하는 안개꽃 사왔어. 이쁘지? (사진을 어루만지며) 그대로구나, 아빠. 나 떠나기 전 모습 그대로야.
거긴 어때? 괜찮아? 우리랑 있을때 보다 더 좋아? (주변을 돌아보며) 아빠 친구들 많아서 좋겠다.
아빤 사람들 많은 거 좋아했잖아.
물끄러미 보는 채린,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표정이다.
채린 : 참, 절 해야지. 아빠 오랫만에 봤으니까. 아빠 좋아하는 큰절 할께.
채린, 무릎을 꿇고 큰 절을 한다.
두번째 절을 하고 일어나려다가, 털썩 주저앉으며..
채린 : 못하겠어. 아빠, 더 못하겠어..
어깨를 흐느끼는 채린. 점차, 울음소리 커지며, 바닥에 웅크린 채, 울고 있는 채린 모습이 납골당 통로 사이로 길게 보여 지고..
S#51. 성북동 일각 (오후)
백부자를 업고 가방은 뒤로 챙겨들고 비틀비틀 걷고 있는 기풍.
백부자는 양산을 펼쳐들어 그늘을 만들고 있다.
이 골목, 저 골목 한참을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보이고..
숨을 몰아쉬며, 땀이 범벅이 되어..
기풍 : (낑낑) 할마이.. 이 골목이 마지막이야.. 제발 생각 좀 잘 해봐봐.
백부자 : (꽃구경 나온양) 요 앞 모퉁이만 돌아 봐.
모퉁이를 돌면, 고성같은 집채가 서 있다.
백부자 : 힘드냐?
기풍 : (헉헉) 할마이가 업어봐. 안 힘드나~
백부자 : 힘들면 내려놔라.
기풍, 집앞에 털썩 백부자를 내려 놓는다.
후아~ 후아~ 숨을 몰아쉬는 기풍.
기풍 : 나 더 이상 못 가. 할마이.
백부자 : (인터폰을 누른다)
(소리) : 누구세요?
백부자 : 나다.
찌잉하고 문이 열리면, 돌아보며
기풍 : 할마이 집이 여기야? (일어서며) 이거 해도 넘하는 구만. 이렇게 빵빵한 집에 살면서 말야.
나 같음 자식이구 뭐구 반 죽여놨을꺼야. 할마이 불쌍해서 어떡하냐?
백부자 : 그럼. 들어가서 내편 좀 들어줄래?
기풍 : (시계를 보더니) 안돼. 나두 늦으면 들어갈 집도 없어져. 할마이, 며느리가 구박해도 그냥 참고 살어. 인생이 다 그런거잖아.
(쪽지를 꺼내보며) 여기가 몇 번지지? (문패 주소 확인, 눈을 껌벅껌벅) 어~
이때, 나오는 집사(충복) 백부자를 보며 절을 한다.
집사 : (가방을 받아 들며) 날도 더운데, 저를 시키시죠.
백부자 : 인연 끊을려구 직접 갔어. (기풍을 보며) 저놈, 냉수라도 한사발 멕여 보내.
집사 : (기풍을 보고 놀란듯 백부자를 보면)
백부자 : 지 할애비 쌍판을 꼭 빼닮았지. 영감탱이 미워서 경마 좀 잡혔어. (들어간다)
기풍 : (영문을 몰라) 아저씨가 백부자예요?
집사 : (웃는다) 같이 왔으면서도 몰라?
기풍 : (꿈벅꿈벅 하다가) 에엑~ 그럼 저 할마이가.. 어이, 씨~ 할마이!
S#52. 동 납골당 안
여전히 엎드려 있는 채린, 울음은 그쳤다.
고개를 들어 사진을 보더니, 몸을 일으키다가 휘청 주저앉는다.
(채린) : 아빠, 나 좀 일으켜 줘. 내가 넘어질때 아빠가 항상 일으켜 줬잖아. (무심한 아버지의 영정) 너무 무거워.
아빠가 남기고 간 짐이 너무 무거워서.. 혼자 걸을 수가 없어. 나, 오빠한테 기대도 괜찮지?.. 오빠면 괜찮겠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영정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갈께, 아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천천히 걷는 채린. 통로를 걷는 채린의 발소리가 길게 울려 퍼진다.
한참을 걷다가 멈춰서 돌아본다. 아버지의 음성이 들릴 것만 같다.
(채린) : 미안해, 아빠. 정말 자신이 없어.
S#53. 납골당 앞
이기사 (걸어 나오는 채린을 향해, 차문을 열며)
백화점으로 가실거죠?
채린 (끄덕이고, 납골당을 한 번 돌아본다)
S#54. 뒷뜰 (낮)
배추, 상치며 고추 등이 심어져 있는 뒷뜰.
밀짚 모자를 쓰고, 배추 밭에 앉아 핀셋으로 벌레를 잡고 있는 백부자.
기풍 접시들고 따르며 잡든 벌레를 받아 담는다.
기풍 : 할마이~
백부자 : (돌아보며) 아, 냉수 퍼 마셨으면 가지, 왜 그러구 있어?
기풍 : 할마이, 그러지 말고 그집 나 빌려 줘.
백부자 : 싸래기 밥만 처먹었냐, 이눔아? 왜 말을 반토막 밖에 못해!
기풍 : 빌려줘요. 예?
백부자 : (아랑곳 않고 배추벌레를 잡아 올리며) 배추벌레보다 못한 눔을 뭘 믿고 집을 빌려줘?
기풍 : 에? (벌레랑 비교되는 게 기분 나빠져) 진짜 해도 너무하네?
백부자 : 천하의 바람둥이에 할애비 등쳐먹는 재미에 사는 눔이 바로 너 아니냐?
기풍 : 이제 처먹을 등도 없다니깐..요. 할마이~ 배추벌레 타령 그만하고 집좀 빌려 달래니까!
백부자 : 접시!
기풍 : (꼬물대는 벌래접시를 치를 떨면서도 갖다대며) 공짜로 빌려달라는 거 아녜요.
백부자 : 집 빌려주면, 넌 나한테 뭘 해줄꺼냐?
기풍 : (귀가 번쩍) 결혼해 드릴까요?
백부자 : 이런 미친 놈을 봤나? 어데서 되먹지 않은 수작이야, 수작이!
기풍 : 농담이예요. 화 내지마. 할마인 웃는게 더 이뻐~
백부자 : 뭬, ..뭬야? (얼굴이 벌개진다)
기풍 : 나 여지껏 누구한테 한 번도 고개 숙여 본적 없어. 우리 할배한테도 진심으로 절 안했어. 하지만, 지금 할께.
왜냐군 묻지마. 할마이한텐 하고 싶어하는 거니까.
땅바닥에 넙죽 큰절을 하는 기풍.
기풍 : 집 빌려줘. 그럼, 할마이 시키는 대로 할께.
S#55. 정원 (낮)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찬비. 집사가 고개를 삐죽 내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다가온다.
(백부자) : 실없는 짓 집어치고, 어여 가, 이눔아. 정신 사납다.
찬비 : (툭치며) 뭐해요?
집사 : (깜짝 놀라 돌아보다가, 웃으며) 어르신 저렇게 당황하는 거 첨본다.
찬비 : 뭔데 그래? (뒷뜰로 간다)
집사 : (뭔가 할 일을 까먹었었는지) 참, 내 정신 좀 봐라. (뒤따라 간다)
S#56. 동 뒷뜰 (낮)
찬비, 정원을 돌아 들어오면,
백부자 : 너 가서 냉수 한잔 떠오거라.
찬비 : (기풍을 보더니) 어~
기풍 : (돌아보더니) 어, 너~
백부자 : 아는 사이냐?
찬비 : 내가 얘기했잖아. 디따 재밌는 장난감 하나 발견했다구.
기풍 : 자, 장난감?
이때, 집사 들어오며,
집사부 : 어르신. 전화 왔습니다.
백부자 : (허리를 펴고 가며, 집사에게) 뭐해? 저놈 빨랑 내쫓지 않구. (간다)
찬비, 냉큼 기풍 앞에 쪼그리고 앉으며.
찬비 : (빠르게) 참 재밌게 생겼어. 여긴 어떻게 왔어? 나 찾아 온거야? 울 할머니 알아?
(할머니가 나간 쪽을 보며) 할머니, 나 이거 가져도 돼?
기풍 : (열이 빡 솟는다)
주변을 쓱 보더니, 찬비의 귓때기를 잡아 끈다.
기풍 : 너 일루 와.
찬비 : 아, 아. 아퍼~
S#57. 정원 (낮)
찬비를 끌고 나와 옆으로 던지듯이 밀며..
기풍 : 너 죽을래?
찬비 : 어머, 화내는 것두 귀엽다~ (볼을 톡톡치며) 계속 해봐. 응?
기풍 : (어후~ 뭐 이딴게 다 있지?)
S#58. 거실 (낮)
정원이 내려다 보이는 한옥식 거실.
전화를 받고 있는 백부자.
백부자 : 전화 바꿨습니다.
(삼부) : 부자네? 내 삼부다.
백부자 : (멈칫) 이 넝감탱이! 와 전화했네!
(삼부) : 목소리 들으니 썽썽하구나. 시집가도 되겠다야~
백부자 : 이 늙은게 노망났나? 어디서 개나발이네?
(삼부) : (웃음) 니가 명동 집 샀다고 들었다만.
백부자 : ...인간이 웬일인가 했더니 그거 물어 볼려구 전화했네?
(삼부) : 혹시 말이다. 내 손주 놈이 부자 너 찾으러 갈 줄 모른다이.
바깥에서 찬비를 구박하고 있는 기풍이 보인다.
여전히 빙글거리며, 기풍을 놀리는 찬비.
백부자 : (시치미) 니 손주 놈이 왜 날 찾아 오네?
(삼부) : 그 놈이 무시기 소릴해도 절대 도와주면 안된다이.
백부자 : 넝감 쌍판도 뵈기 싫은데, 손주 놈은 와 보네~ 더 할 이바구 없으면 끊어! 이녘 목소리 오래 들으문 두드래기가 나거든.
(삼부) : 여보세요, 부자야, 백부자~
백부자 : (수화기를 쿵 내려놓으며)
전화벨 다시 울리면, 코드를 뽑아 버리는 백부자.
백부자 : (말없이 정원의 기풍을 쳐다본다, 저걸 어떻게 할까..)
집사 : 저 친구 어떻게 할까요?
백부자 : 내 보내라우~
집사 : 다시 올 친구 같은데요.
백부자 : 오갔지~ 아니 와야디. (혼자말처럼) 장삼부, 니놈한테 받은 수모 고스란히 돌려 주갔어.
S#59. 백화점 (낮)
엘레베이터를 향해 걷고 있는 채린.
고객 휴게소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직원1, 2. 여직원(정주) 오며..
정주 : 김주임님. 근무시간 아닌가요?
직원1 : 회사 부도가 내일인데 일할 맛 나겠습니까?
직원2 : 일한다고 월급이나 나오겠어요?
채린, 몸을 외면하고 엘레베이터 숫자판을 보고 서 있다. 조그맣게 들리는..
(충선) : 사장님. 사장님~
채린 : (고개 돌려 보면)
충선 : (은근한 손짓으로 어서 오라는 시늉)
채린 : (다가가면)
충선 : (주변을 쓱 보더니) 잠깐, 저랑 가실데가 있습니다.
채린 : 어딜요?
충선 : 납품업자들이 사장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채린 : (시달릴 생각에 피곤하다) 내일 만나게 해주세요.
충선 : 지금 만나셔야 됩니다.
채린 : ..?
S#60. 납품 창고 (낮)
들어오는 채린과 충선.
추레한 복장의 사십대, 오십대 납품업자들. 고개를 숙인다.
지난 번 채권단과 사뭇 다른 분위기들이다.
채린, 의아하다
납품1 : 진작 찾아뵀어야 되는데, 면목 없습니다.
채린 : ...?
충선 : (소개) 저희 백화점에 물품 공급하는 사장님이십니다.
채린 : (마지못해 절을 하면)
납품1 : (봉투를 꺼내 건네며) 얼마되진 않지만, 내일 돌아올 만기어음입니다.
채린 : 예? 무슨..
납품1 : 판로가 없어서 저희 회사가 문 닫아야 할때, 송사장님께서 코너를 내 주셨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이 사람들도
다 그렇게 살아나게 됐는데.. 이렇게 밖에 은혜를 갚을 길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납품2 : 회사 정상화 되면, 그때 갚아주세요. 납품은 사장님 계실때랑 똑같이 하겠습니다.
채린 : (충선을 보면)
충선 : (자랑스럽다는 듯) 받으세요. 사장님 뜻을 계속 이어가시라는 의미 아니겠습니까?
채린 : (더더욱 받을 수가 없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충선 : (당황해서) 사장님~
S#61. 청소 사무실 (낮)
창고같은 분위기의 방에 김충선 과장 명패 놓여있는 책상 두어개 놓여있고,
한 켠에는 청소용역 아줌마들 옷장을 겸한 낡은 케비넷들이 줄지어 있고 중앙에는 아줌마들 대기실처럼 소파 몇 개 놓여져 있다.
충선 : 사장님. 왜 그러십니까?
채린 : 삼춘. 저 사장 아니예요. 아니, 사장 자격이 없어요.
충선 :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사장될 자격이 없다뇨?
채린 : 신우그룹이랑.. 합병하게 될 거예요.
충선 : 예?
채린 : 죄송해요. 저도 어쩔 수가 없어요.
충선 : (버럭) 어쩔 수가 없다뇨? 사장님께서 바라시던게 이런 걸꺼 같습니까?
이렇게 쉽게 넘길 회사면, 사장님께서 그렇게 가시지도 않았습니다! 고작 이거 였습니까? 한 번 제대로 뛰어 보지도 않고,
미리 포기해 버리겠다는 게 돌아가신 사장님께 할 소리냐구요!
채린 : ....
충선, 구석에 있는 케비넷을 거칠게 연다. 작은 박스를 가슴 높이로 들고와 채린에게 밀치듯이 건낸다.
충선 : 아가씨 눈으로 똑똑히 보세요!
채린 : (상자를 열면, 피가 묻은 낡은 구두 한 켤레가 놓여있다. 아버지 거다)
충선 : 그날... (울먹) 사장님이 신고 계시던 구둡니다. ....????...이게 어디 대형백화점 사장님 구둡니까?
부도가 나기 직전까지 사장님은 이 구둘 신고, 여기저기 안 뛰어 다닌 곳이 없습니다. 회살 살리시겠다구요.
....돌아가시는 그 순간까지, 한 번도 안벗은 구두라구요.
채린 : (가슴이 메인다)
충선 : (속울음을 참으며) 저도 이제 관둘 때가 됐나 봅니다.
이 쓸모없는 놈, 몸뚱이라도, 필요할까 싶어 그 수모 다 참고 기다렸는데..
채린 : 삼춘.. (눈물이 핑 돈다)
충선 : (핏발 선 눈으로) 사장님이 왜 자살했는지 아십니까?
채린 : ...!
S#62. 복도 (낮)
구두상자를 들고 넋이나간 듯 걸어오는 채린의 모습이 멀리 보이며,
(충선) : 당신이 목숨을 내놓을 지언정, 회사 부도 나는 거 못보겠다고..이 백화점은 죽어도 포기가 안된다고..그래서 가신겁니다.
죽어서라도 지키겠다구요.
발걸음을 멈추는 채린. 돌아본다.
뒷편에 서 있는 #59의 납품업자들. 고개를 숙인다.
채린, 차마 고개를 돌리고 외면한다.
다시 걷는 채린, 부사장실 앞에 멈춰선다. 망설이는 채린.
이때, 뒤에서 들리는 커다란 박수소리들. 돌아보면,
S#63. 비젼
아버지의 취임식 장면이다.
박수를 치는 직원들. 연단에 선 아버지의 당당하고 젊은 모습.
맨 앞에 앉아 있는 채린모와 채린(6-7) 말똥말똥한 눈으로 바라보는 채린.
아버지 : 이 자리에 서기까지 참 오랜 세월 여러분과 함께 했습니다. 백화점 기초공사부터, 벽돌을 지고 날랐고,
이 백화점 어디에도 여러분과 저의 피땀이 배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백화점 주인은 제가 아닙니다.
바로 여러분이 주인입니다.
S#64. 복도 (낮)
생각에 잠겨 걷고 있는 채린.
채린의 현재와 비젼이 같은 카메라의 움직임으로 연결이 되며..
(아버지) : 어느 누구도 여러분이 흘린 피와 땀을 빼앗아 갈 수 없습니다. 아니, 누구에게도 여러분을 절대 빼앗기지 않겠습니다.
S#65. 비젼
연단에 선 아버지를 보고 앉아 있는 어린 채린의 반짝이는 눈망울 위로 들리는.
(아버지) : 바로 여러분이 백화점의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만들어가는 미래가 바로 우리 백화점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고객에게 꿈을 팔고, 우리의 꿈도 함께 키워가는 백화점. 그런 백화점을 만듭시다. 우리가 함께 만듭시다.
그리고, 먼훗날 여러분의 아들과 내 딸에게 이렇게 말합시다. (채린 보며) 아빠는 결코 부끄럽지않은 세상을 살았다고..
일제히 박수를 치는 사람들.
어린 채린,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아빠에게 달려간다. 어린 채린에게 단상은 높다.
몸을 숙여 채린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아버지.
손을 뻗는 채린. 온화하게 웃는 아버지의 손을 붙잡는 순간.
(WHITE OUT)
S#66. 옥상 (낮)
박수소리 여운 이어지며...
옥상 난간에서 눈을 감고 서 있는 채린.
(채린) : 그래, 아빤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을거야.
눈을 뜨는 채린. 바람이 채린의 머리카락을 거세게 흔들고 지나간다.
(채린) : 아빠, 여기가 끝이 아냐. 내가 여기부터 다시 시작할 꺼니까!
채린의 눈에서 굳은 의지가 빛난다.
S#67. 부사장실 (낮)
시계를 보는 미라.
미라 : 올시간이 됐는데..
복규 : 지가 와 봤자죠. 내일이면 끝장인데.
미라 : 장기풍이에 대해선 알아 봤어?
복규 : 예. 조사결과.. (서류보며) 전국에 장기풍이란 이름이 3496명이 있는데요. 그 중에 누굴 조사하죠?
미라 : (열이 솟는다) 당신 뭐하는 인간이야?
들어오는 채린.
미라 : (당황, 얼굴을 바꾸며) 왔구나. 그래 어떻게 하기로..
채린 : (O.L) 맡겠어요.
미라 : (당황) 뭐?
채린 : 대표이사직 맡겠어요.
복규 : 채린양. 잘 생각해요. 맡아봤자 금방 짤릴..
미라 : (닥치라는 눈빛) 그래, 잘 생각했다. 당연히 니가 맡아야지.
근데 말야. 내일 채권단회의 때 아마 백억짜리 어음 하나가 더 들어올지도 몰라.
채린 : 방법을 알려줘요.
미라 : 글쎄..
복규 : 이럴 수는 있겠죠.
채린 : (보면)
복규 : (잘난 척) 백억짜리 어음을 가진 사람이 어음을 안 돌리겠다고 하면,
나머지 채권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 할 수 밖에 없겠죠.
미라 : (무슨 소리하냐는 듯 눈을 부라리지만)
채린 : 그게 무슨 말이죠?
복규 : (미라의 시선도 눈치 못채고) 원래 빚이란게 그렇잖아요. 큰돈 빌려준 사람이 대장이니까..
채린 : 그럼, 백억짜리 어음만 돌리지 못하게 하면..
복규 :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며) 그렇죠~
채린 : 언니, 나 먼저 가 볼께. (나간다)
복규 : 가야지, 암~
미라 : (버럭) 뭐하는 짓이야!
복규 : 예?
미라 : 그따위 정보를 줘서 어떡하겠다는 거야?
복규 : 걱정마십시오. 전국에 장기풍이 삼천사백..
미라 : 입닥치지 못해!
복규 : 닥치겠습니다. (입을 친다)
S#68. 백화점 앞 (낮)
백화점 정문을 밀고 나오는 채린. 빠른 속도로 걸으며, 핸드폰을 건다.
채린 : 오빠, 나 백화점 맡을꺼야.
(승우) : 그래, 잘 생각했다. 너무 걱정 말고, 오빠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채린 : 아니, 내가 할꺼야. 아빨 따르는 사람들하고 내가 해낼꺼야.
S#69. 승우 집무실 (낮)
승우 : 무슨 소리야?
(채린) : 우리 힘으로 해낼꺼라구. 오빠, 나 지금 바뻐. 다시 연락할께. (끊긴다)
승우 : 채린아, 여보세요..
핸드폰을 끄는 승우. 불안감이 밀려온다.
S#70. 사채 골목 (밤)
가로등이 하나 둘씩 켜지기 시작하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는 채린. 건물계단을 올라간다.
S#71. 기풍집 문 (밤)
호흡을 고르는 채린. 벨을 누르지만 인기척이 없다.
두들겨 보는 채린. 아무도 없다.
창문쪽을 보면, 비적비적 걸어오는 기풍의 모습이 보인다.
S#72. 사채 골목 (밤)
기풍 : (배추를 양손으로 공처럼 번갈아 옮기며) 누가 배추달랬어? 집 빌려달랬지?
(소리) : 장기풍씨!
고개를 들어보면, 당찬 표정으로 서 있는 채린. 다가온다.
순간적으로 움찔 놀라는 기풍. 뒷걸음친다. 금방 포옹이라도 할것 처럼 밝은 모습에
기풍 : 왜, 왜 이러는데? 오늘 만나는 여자마다 왜 이래?
채린 : (손을 휙 나꿔챈다) 나랑 얘기 좀 해요.
기풍 : (끌려가며) 어, 이씨~ 왜 그래?
S#73. 기풍집 안 (밤)
기풍 : 뭐? 당신 미쳤어? 그걸 말이라고 해!
채린 : (침착하게) 물론 결정은 당신이 하는 거야. 당신도 알다시피 어음을 돌리는 순간, 회사는 공중분해 될수 밖에 없어.
법정관리가 되고, 회사를 처분해서 빚을 갚는다 쳐도 우선권은 은행, 그리고 2금융권인 신탁회사. 그 다음이 당신이야.
백억 중에 당신에게 돌아갈 몫은 십분지 일? 아니, 백분지 일도 장담 못해.
기풍 : 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
채린 : 사실을 말할 뿐이야. 백화점이 정상화가 돼서 원금에 이자를 얹어 받든, 백억을 통째로 날리든 당신이 결정해.
칼자루는 당신이 쥐고 있으니까.
기풍, 돌아버릴 것 같다. 고함을 치며 여기저기 발길질을 해대고, 배추까지 내던지며 난리를 치지만,
팔짱을 끼고 끄덕않고 서 있는 채린.
제 풀에 지쳐서, 헉헉대는 기풍.
기풍 : 좋아. 한 가지만 묻자. 당신 회사 살릴 자신 있어?
채린 : 내 아버지 회사였어.
기풍 : (버럭)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이라는 거야!
채린 : (버럭) 송재환씨가 목숨을 건 회사야! 그 분이 내 아버지구! 알아?
기풍 : 못 살리면, 백화점 못 살려내면 어떡할꺼야? 당신 몸뚱이라도 팔아서 갚겠다는 거야, 뭐야?
채린 : (이를 악문다. 치욕스럽다)
기풍 : 거봐, 그럴 오기도, 배짱도 없는 여잘 뭘 보고 믿으라는 거야? 못 갚으면, 내 앞에서 할복이라도 하겠어?
채린 : 난 죽지 않아. 절대로!
기풍 : 안돼, 그 정도론 안돼. 할애비도 못 믿는 판에 당신 뭘 보고 믿어?
채린 : ..어떡하면 믿을 수 있겠어?
S#74. 호텔방 (밤)
비장한 얼굴로 짐을 꾸리고 있는 채린.
채린모 : 이 밤에 어딜가겠다는 거야? 너 지금 미쳤니? 승우가 알면 어쩌려구 그래?
이때, 울리는 전화벨 소리.
채린모 : (어쩌지도 못하고 안달만 나 있다)
채린 : (짐을 싸들고 나간다)
채린모 : 채린아~ (전화를 받는다) ..어, 최서방..
S#75. 차 안 (밤)
운전을 하면서, 핸즈프리로 전화를 하고 있는.
승우 : 밤늦게 죄송합니다. 채린이 핸드폰이 꺼져 있어서요.
S#76. 호텔방 (밤)
당황스러워 어쩔줄 몰라하는..
채린모 : 글쎄.. 친구네 집에 가겠다고 나갔는데.. 몰라, 누구네 집인지 얘기도 안해주고 갔어.
S#77. 차 안 (밤)
승우 : 곧 연락하겠죠. 너무 걱정마세요. 예. (끊는다)
뭔가 알수 없는 불안감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S#78. 기풍방 (밤)
런닝셔츠 바람으로 침대에 뒹구는 기풍.
기풍 : 하~ 씨~ 미치겠네.. 이거 어떡하는 게 맞는 거야? 그냥 확 어음을 돌려 버려?
하는데, 쾅쾅 문 두들기는 소리가 들린다.
기풍 : 누구야? 이 시간에~
문을 열면, 가방을 들고 서 있는 채린.
놀라서 바라보는 기풍.
채린 : 매일 여기서 눈 뜨고, 눈 감으면 믿을 수 있겠어?
채린의 굳고 당찬 표정과 어이없는 기풍의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