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히야신스
산수유 부채
거실 격자창 너머 한 귀퉁이가 크림빛이다.
이틀전까지 붓끝처럼 또르르 말려있던 목련의 꽃망울이 함성처럼 터졌다.
잎 없이 핀 꽃은 허공에 수없이 띄워놓은 흰색 등롱이다.
몽환적이다.
봄 아침, 혼자 바라보는 흰빛은 슬프고도 화려하다.
그 고적한 흰빛이 밀물처럼 밀려와 온몸을 적신다.
허드렛일 하던 장주사가 살았던 빈 집,
지난 폭설에 꺾여진 가지에 살구꽃 몽오리가 몽실몽실하다.
찢어진 가지에 속살이 다 드러났는데도 어찌 저렇게도 탐스럽게
꽃망울을 맺을 수 있었던고. 꺾어진 가지엔 수액의 흐름도 꺾였을텐데......
분홍빛 꽃몽오리에 볕꽃이 피어 눈부신다.
우리집 거실에서 보면 늙은 그 살구나무꽃은 도시 이승의 꽃 같지가 않다.
푸른 이끼 낀 거무스름한 살구나무 가지끝에 튿어져나온듯 핀 살구꽃은 고매하다.
매화처럼.
살구꽃이 피면 돌골은 고향 마을 같다. 마을은 꽃구름 속에 잠길 것이다.
첫댓글
살구꽃은 복사꽃보다 색깔은 연하지만 향기는 더 진하지요.
매화 향기가 고매한 선비적 품격이라면 살구꽃 향기는 질박한 엄마의 이미지랄까요.
살구꽃 향기를 맡으면 울컥 추억이 치밉니다. 살구나무 가 서 있던 산골 외딴집,
늘 고향 같은 '돌골'에서 사시니
서정이 물씬 묻어나는 몽환의 봄을 맞으시는군요.
'살구꽃'... 우리고향에도 어릴적 고목 살구나무가
몇그루 있었는데, 늘 봄 전령사를 했습니다.
살구꽃이 피면 참꽃 꺽으러 갈 마음의 준비를 했었지요.
용흥 고가도로 및 한 집에 핀 살구꽃이 고향을 불렀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자운영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