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장작패기
2021년 11월 13일 토요일
음력 辛丑年 시월 초아흐렛날
올해로 이 산골짜기에 삶터를 정하고 들어와 살아
온지도 어언 21년째, 도시에서는 해보지도 못했고,
해볼 수도 없던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연의
품안에서나 경험을 하게 되고, 자연에서 살아가며
이맘때 일상이 되는 수많은 일들 중에 하나가 바로
'장작패기'라고 할 수 있다. 언제인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어느해 이맘때 일기에도 썼던 기억이 난다.
바로 도끼질에 대한 추억이다. 이곳에 터전을 잡고
살기 시작했던 이듬해 지금은 작고하여 마음속에
살아계신 아버님께서 도끼질하는 법을 알려주셨다.
그래서 도끼질은 왼손잡이다. 당시 왼손잡이셨던
아버님께 배워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평소에는
모든 것이 오른잡이인데 왼손도 많이 쓰긴 하지만
습관이 들어 유독 도끼질은 왼손잡이가 더 편하다.
어제 아침나절 오래간만에 그 도끼질을 해보았다.
전날 엔진톱으로 잘라서 장작 크기로 토막을 내
놓은 나무들 중에 그냥 땔 수가 있는 자잘한 것은
현관옆 다용도 창고로 옮겨놓았으나 큼지막하여
쪼개지 않으면 안되는 통나무는 도끼로 쪼개야만
비로소 장작이 되어 난로 땔감나무로 땔 수 있다.
몇 해 전부터 죽데기를 사다가 쓰고 지난해부터는
토막나무를 사다가 쓰다보니 도끼질을 하는 것이
예전보다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 뒷산에서 나무를
해다 땔 때는 엔진톱을 사용하는 톱질은 물론이고
도끼질은 늦가을부터 시작하여 겨우내 해야했다.
도끼질은 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요령이 없으면 꽤
힘든 일이다. 나무에 따라 목리(木理)라고도 하는
나뭇결이 각기 다르고 나무의 조직 상태에 따라서
도끼질이 쉽기도 하고 어렵고 힘들기도 한 것이다.
특히 아카시아 나무, 단풍나무, 느티나무와 같은
결이 곱고 단단한 나무는 도끼질을 하면 도끼가
튕겨나올 정도로 쪼개는 일, 장직패기가 꽤 힘들다.
이런 나무는 도끼로 먼저 힘차게 찍어놓은 다음에
함마(큰 망치)로 도끼 윗부분을 내리쳐서 쪼갠다.
또 곧게 자라지 못하고 꾸불꾸불 구불어져서 자란
나무, 나뭇결이 얽혀있는 나무도 마찬가지로 꽤나
쪼개기가 힘들다. 오랜 세월 장작패기를 하다보니
온갖 것을 다 경험하게 된다.
장작패기를 하면서 꽤나 재밌는 것은 제아무리 큰
통나무라고 하더라도 반을 쪼개고 나면 나머지는
쫙쫙 잘 쪼개진다. 도끼질이 힘들기는 해도 해보면
쪼개지는 소리는 물론이고 통나무 하나가 대부분
넷 조각 이상의 장작이 되는 것이 재밌고 흥미롭다.
거의 대부분의 나무는 도끼질을 하는 것이 어렵진
않다. 올해는 자잘한 토막나무를 때고 있어 아직은
큰 토막나무는 때지않고 있으나 머잖아 큰 토막도
본격적으로 때게 되면 아주 큰 것은 도끼질을 해야
한다. 그러나 제재소에서 사온 나무라서 대부분이
사각형 형태이고 도끼질을 하기가 한결 수월하고
쉽다. 아주 큰 토막은 없지만 난로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의 크기는 도끼질을 해야만 한다. 어제 패놓은
장작은 아마 못해도 열흘 이상은 땔 분량은 되어서
큰 토막나무 도끼질은 시간을 두고 시나브로 하면
될 것 같다. 도끼질은 주로 아침나절에 하게 된다.
해가 나면 얼었던 땅바닥이 녹아 질퍽거리게 되어
장작작업에 지장을 초래하기때문이다.
저녁무렵 잠시 둘째네 집앞 축대의 꽃대자르기를
했다. 빨리 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은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하루에도 몇번씩 지나다니면서 영 눈에
거슬렸다. 예초기로 하기에는 돌이 많아 어려워서
낫으로 했다. 아직 몇군데가 남았는데 더 추워지기
전에 해볼 참이다. 오늘은 영하 6도까지 기온이 뚝
떨어졌지만 바람이 잠잠하여 어제보다 덜 추운 것
같다. 오늘부터 풀린다고 했으니 기다려보자.
첫댓글 늘 준비하는 삶!
그러면서 삶속에서 느끼지 번뜩이는 지혜를
보면서 박수를 보냅니다. 장작을 패서 하나를
4개로 나누고 또 따스함을 준비하는 정성에
다른 그 무엇보다 훈훈한 겨울이 될 듯합니다.
오늘도 따스한 사랑으로 멋진 날 되세요
장작패기는 힘들기는 하지만 촌부가 좋아하고 즐겁게 하는 일입니다. 딱히 뭐라고 꼬집을 수는 없지만 희열을 느낀다고나 할까요? 그 힘듬은 희열에서 훈훈함으로 이어지거든요. 오늘은 조금 춥군요. 건강 조심하시는 나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겨울에도 바지런해야 하는 산골생활이네요.
어설픈 로망으로는 생활하기 힘들겠읍니다.
항상 진솔하신 삶의글 재미와 걱정으로 읽읍니다.
추운날 건강하세요~~
그렇지요.
시골, 산골생활은 스스로 하기 나름이지요. 무슨 일이든 잘한다는 생각보다 어떻게 꾸준히 하느냐고 중요할 것 같습니다. 로망에는 그만큼 치러야 하는 댓가가 숨어있으니까요. 늘 격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지십니다.
오늘도 즐거움 속에서
행복만 가득 하시기를 소망 합니다
근정님!
체구는 돌쇠에 못미치지만 흉내는 내는 것 같지요?ㅎㅎ 늘 감사합니다.^^ 건강 챙기시는 오늘 되세요.
저도 어릴 적에는 장작을 패면서
영웅이 된 느낌이 든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옹이가 박힌 저 나무토막을 사모님이 쪼개는 거에요?
확실한 내공 같습니다 ㅎㅎ
ㅎㅎㅎ 아닙니다.
도끼로 찍어놓은 다음 아내가 붙잡고 있으면 촌부가 함마로 내리쳐서 쪼개려는 것입니다. 도끼질로는 쪼개지지 않아서 이런 방법으로 하지요.^^
@산골촌부 뽀식이 ㅎㅎ 그렇군요?
두 분이 참 재미있게 사시는군요?
늘 행북하시기 바랍니다
@꿈 나그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