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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쉼터 스크랩 포도 / food essay_미각의 즐거움
ysoo 추천 0 조회 94 17.08.15 13:4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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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essay_미각의 즐거움


탐스러운 포도송이에 맛과 멋이 주렁주렁


<한여름 밤의 꿈>이라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포도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런데 나는 지금도 포도를 보면 이 희곡이 꼭 생각난다. 사십 언저리의 독자라면 아마도 기억하실 텐데, 그 시절에는 어린이들이 읽을 게 별로 없었다.
<소년중앙>, <새소년> 등의 잡지 외에 계몽사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전집이 고작이었다. 전집이라도 살 수 있는 집은 흔하지 않았다. 우리 집은 그럴 형편이 아니었는데도, 아버지가 지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는지, 어머니의 각별한(?) 교육열 덕인지 전집이 한 질 있었다.

계몽사에서 나온, 주황색 표지에 그림이 그려져 있고, 자주색 헝겊 책등(당시엔 천으로 책의 볼륨 부분을 감싸는 게 흔한 제책법이었다)으로 된 하드보드 표지의 책이었다. 중간중간 흑백 삽화가 그려져 있어서 글만으로는 다 상상이 안 되는 유럽의 생활 모습을 언뜻 그려볼 수 있는 책이었다.

그 책 중에 <한여름 밤의 꿈>이 있었다. 돗자리를 깔고 누워 그 책을 보다가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두런두런 속삭이는 식구들 소리에 깨어보니 모두 포도를 먹고 있었다. 그런데 내 몫이 없는 것이 아닌가.

분한 마음에 울어버렸는데, 알고 보니 나를 놀리려고 그런 것이었다. 어머니가 부엌 차가운 물에 담가놓은 포도를 가져오셨다. 울면서 그 포도를 먹은 기억….


포도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또 하나 있다.

그 시절에 포도는 일찍 나오지 않았다. 요새는 하우스 농법이 흔해서 계절을 앞당겨 과일이 나온다. 자연 재해도 피하고, 과일도 더 농익어 웬만하면 하우스에서 재배한다. 그 시절에는 제철이 아니면 과일 먹기가 쉽지 않았다. 내 기억으로는 8월 언저리나 되어야 포도가 나왔다. 포도는 늦게 익는 과일이라 여름 초입에는 어림도 없었다.


참외나 수박이 시장에 좍 깔렸다가 얼추 기울어야 포도가 나온 것 같다. 다른 과일과 달리 포도는 아주 짙은 향을 풍긴다. 비슷한 철에 나오는 백도· 황도 냄새와 상승 작용을 일으켜 시장 노점의 과일전 앞을 지나가는 일이
고역이었다. 그 미칠 것 같은 유혹의 향, 한 입 베어 물고 싶은 수밀도와 꼬리뼈가 쭈뼛거릴 정도로 방향(芳香)이 뛰어난 포도 무더기! 어머니가 어려운 살림에 어쩌다가 한 상자 사들여서 포도 잔치를 벌이는 바람에 나의 여름 유년 추억은 황홀한 냄새로 가득 차 있다.


포도의 기억은 또 군대 시절로 이어진다. 내가 복무하던 1980년대 중·후반은 군대 사병에게 복지라는 것이 이제 막 시작된 때였다. 매일 똑같은 반찬대신 잡채밥이며 자장밥이 나오기 시작했고, 우유도 매일 나왔다.

아침으로 요즘 화제인 ‘군대리아’ 햄버거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의 군대리아와는 질적으로 다른 엉성한 버거였지만 그래도 빵이 어디냐, 하고 먹어 치운 때다.

그때 후식이라는 게 처음으로 나왔다. 그런데 워낙 예산이 없었는지 주스가 나오면 겨우 반 잔도 안 되는 양이었고, 생과일은 더 황당했다. 분대가 한 여덟 명 되는데, 포도가 달랑 한 송이였다. 그걸 어떻게 나눠 먹나.

결국 전부 알을 떼어내어 나누었더니, 내게는 네 알이 돌아왔다. 그래도 덕이 있는 고참병들이 균등하게 나누자고 한 것이다. 한창 먹을 나이인 스물두어 살 때 포도 네 알이라니! 그 맛이 어떠했는지는 상상에 맡긴다.


성경에서 선악과는 대개 사과처럼 묘사된다. 중세 시대의 수많은 그림 속에서 사과를 숱하게 본다. 그런데 성경에서 가장 즐겨 다루는 과일은 포도다.
심지어 예수는 자신을 포도나무에 비유한다. 포도주는 곧 그의 피를 상징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포도는 단순한 과일을 넘어 생명의 나무, 영속성과 은혜의 과일로 설명된다.


포도가 은혜로운 과일로 간주된 까닭은 그다지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도 잘 여물어 인간을 즐겁게 한다는 포도의 식생상의 특징에서 온다. 포도는 넝쿨을 이루어 송이송이 열매를 맺는다.

근대의 농업은 더 달고 진하고 귀중한 포도를 얻기 위해 다양한 육종과 농법을 동원한다. 그러나 이는 대체로 비싼 고급 와인에 매기는 등급 제도의 출연과 함께 원료인 포도에 인간이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이면서 생긴 일이다. 넝쿨이 자라는 모양까지 일일이 방향을 잡아가며 더 좋은 포도를 얻기 위해 인간이 기울인 노력은 끝도
없다.


그전에는 포도야말로 거름 없이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과일로 인식됐다. 실제로 비옥한 토양에서는 포도가 잘 되지 않는다. 포도는 뭔가 부족한 듯한 결핍의 땅에서 잘 자란다. 최고급 와인은 포도나무가 치열한 생존 의지를 가진 거친 땅에서 만들어진다. 돌과 자갈투성이 땅은 오히려 포도 농사에 적격이다.

한 병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엄청난 와인이 생산되는 프랑스 보르도 포이야크(Pauillac)의 토지는 자갈이 가득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탈리아에서도 사시카이아(Sassicaia)라는 전설적인 ‘슈퍼 토스카나(Super toscana)’를 만드는 볼게리 지역은 토질이 험악하기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변변한 농사가 안 되어, 대부분 감자밭이었을 정도다. 가서 보았는데, 버석거리는 토질에 자갈과 쓸모없어(?) 보이는 작은 바위들이 굴러다녔다. 그게 오히려 고급 포도를 만든다니 참 희한하다.


농사는 강수량이 풍부한 땅에서 짓는 것이 당연히 유리하다. 농작물은 물과 태양으로 자란다. 그런데 포도는 강수량이 많은 곳에서는 좋은 품질을 얻을 수 없다. 앞서 밝힌 대로 무언가 결핍의 토지에서 더 뛰어난 포도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와인 농사에 부적절한 땅으로 알려졌는데,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강수량이 많기 때문이다. 결핍이 양질의 결과를 얻는 조건! 우리가 간난신고를 겪으면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건, 아마도 포도가 보여주는 역전의 신화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개천에서 용 나는, 우리말도 이와  비슷한 정서일 텐데….


비싼 와인을 만드는 포도밭을 보면 그 거친 토질과 험난한 밭의 구조에 놀라게 된다.

경사지에서 자라는 포도가 많고, 땅은 마치 개간하지 않은 것처럼 푸석푸석해 보인다. 기름 자르르 흐르는 옥답은 포도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와인을 만드는 이탈리아 피에몬테(Piemonte) 지역에서 나는 그 분명한 예를 본 적이 있다.

피에몬테의 랑게(Langhe) 지역은 한 병에 수십만원짜리 와인이 엄청나게 쏟아지는 최상급 와인 생산 지역이다. 그런데 랑게에서 별로 멀지 않은 아스티(Asti) 지역은 그다지 좋은 와인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두 지역의 토질은 한눈에도 확연히 다르다. 랑게 지역은 경사가 급해서 다른 작물은 심기 어렵고, 토질이 척박해 손에 쥐면 바스라질 것 같다. 그런데 아스타 지역은 붉은 황토도 꽤 있고 기름져 보이는 널따란 밭도 많았다. 이런 땅에 밀은 심기 좋을지 몰라도 고급 와인을 만드는 포도밭은 꾸미기 어렵다.

그래서 포도는 역설의 과일이다. 뭔가 모자라고 형편없고 쓸모없어 보이는 상황에 오히려 일품의 재화를 만들어내는 역설 말이다. 그래서 성경에서 와인과 포도에 대한 우호적인 상찬이 즐비한 것이다.
성경이란 곧 서양 문명의 뿌리고, 그들의 사고를 지배하는 거대한 저수지와 같다. 서양인을 알기 위해서는 성경을 알아야 하고, 성경은 왜 포도와 와인을 그토록 애호했는지 시사하는 바가 또렷하게 양각되어 있다.


포도는 썩지 않는 과일이다. 즉 발효되어 인간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와인이 된다. 다른 과일로도 술을 담그지만, 와인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와인은 일반 과일로 담근 술보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편이다.

무엇보다 씨와 껍질에 주로 들어 있는 타닌이 와인의 수명을 더 길게 보장한다. 또 그 타닌은 와인의 고유한 맛을 창조하는 데 기여한다. 다른 과일주는 숙성해 가치가 높아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와인은 숙성에 따라 천문학적인 가치증가를 보인다.

흔히 레드 와인만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화이트 와인도 어떤 경우는 숙성하면서 가치가 올라가며 맛이 좋아지는 경우도 많다. 화이트 와인의 본고장인 독일에서는 리슬링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을 몇십 년동안 숙성시켜 마시기도 한다. 내가 눈으로 보고 마셔본 와인 중에 20년을 숙성한 것이 있었다. 물론 맛은 기막혔다.


이탈리아에서 지낼 때 포도에 관해 좀 이상한 관습을 볼 수 있었다. 슈퍼에 깔리는 포도의 원산지를 보면 거의 외국산이었다. 우리나라처럼 칠레나 스페인에서 수입한 게 많았다. 알다시피 이탈리아는 포도 천국이다.

와인 생산량이 세계 1, 2위권이다. 당연히 전국이 포도밭이다. 그런데 슈퍼에 포도가 드물다니.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씩 웃으면서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비볐다. ‘돈’이라는 뜻이다.

아하. 자국 포도는 비싸니까 수입해서 먹는다는 뜻? 맞단다.

포도가 지천인데 수입한다. 왜냐하면 자국 포도로는 비싼 와인을 만드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조용 포도와 생식용(生食用) 포도는 품종도 좀 다른 편이다.

양조용 포도는 대개 껍질이 두꺼워 달콤한 과육부분은 아무래도 적다. 오히려 껍질이 두껍고 거칠수록 고급이다. 와인의 색깔이 진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숙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생식용은 과육이 많은 게 유리하다. 즙이 시원하고 달기 때문이다.

양조용 포도를 먹어본 적이 있었다. 욱! 너무 달다. 거의 조청을 마시는 것 같다. 너무 달아서 시원한 과육의 맛이 안 느껴질 정도다. 무엇보다 좋은 와인을 만드는 포도는 한 송이에 몇 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

당연히 생식으로 먹지 않는다. 이탈리아 최고급 와인인 바롤로 생산 지역에서 한 소녀가 아버지가 수확한 포
도를 손으로 집어 먹는 걸 보았다. 아버지가 빙그레 웃었다. 내가 포도를 따먹었다면 당장 청구서를 보냈을지도 모른다.


와인은 서양에서 그저 과일주가 아니다. 온갖 요리의 맛을 더하고, 나쁜 냄새를 없애고, 좋은 냄새를 북돋운다. 포도 과일이 술이 되어 더 쓸모가 많아진 것이다. 유럽에서는 포도를 생과일 자체로 요리에 활용하지 않는다. 온갖 파이가 많지만 포도 파이는 거의 없다. 대신 와인 상태로 요리에 도움을준다.

이를테면, 와인이 들어가지 않은 스테이크의 소스는 라틴 유럽에서는 별로 없다. 송아지의 뼈와 고기를 푹 우리고 마지막에 와인을 넣어 맛을 더 깊게 한다. 이탈리아에선 와인으로 리소토의 방점을 찍는다.

해물 리소토는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으로 맛이 깊어진다. 비린내를 없애고 향긋하고도 입맛 당기는 해물의 유혹을 증가시킨다.

레드 와인은 고기 육수의 리소토를 맛있게 만든다. 비싼 와인일수록 맛있다. 리소토를 살살 젓다가 어느 정도 익으면 와인을 붓는다. 한 컵으로 2인분의 리소토를 만들 수 있다.

건포도는 레드 와인 대신 고기 요리의 소스에 아주 유용하다. 포도가 그 자체로 요리에 쓰일 때는 대개 구워서 쓴다. 오븐에 구운 포도는 수분이 날아가고 포도 그 자체의 맛이 깊어진다. 소스에 넣거나 가니시로 아주 쓸모 있다.


글ㆍ요리 박찬일(요리연구가, 이탤리언 레스토랑 ‘인스턴트 펑크’ 셰프)

포토그래퍼 김재이 어시스턴트 이승헌



R e c i p e T i p

친환경 유기농 보양식, 포도 요리 1



청포도를 곁들인 참치 스테이크


재료(2인분 기준)
참치 400g, 올리브유 1/4컵, 허브(처빌·바질·타임등 구할 수 있는 대로), 청포도 100g, 레몬즙 한 큰술, 오렌지 껍질, 소금·후추 약간씩


만드는 법
1 참치는 연한 소금물에 해동한 후 종이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둔다.

2 오븐을 200℃로 예열한 후 올리브유 한 큰술을 골고루 바른 청포도를 넣어 10분간 굽는다.

3 팬에 올리브유를 넣고 달군 후 참치를 굽는다. 두께 2㎝면 중약불에 한쪽 면을 30초~1분 정도씩 굽는다.

4 소금·후추로 간하고 레몬즙을 뿌리고 청포도 구운 것을 곁들인다. 오렌지 껍질, 허브를 슬쩍 얹어 낸다.



친환경 유기농 보양식, 포도 요리 2



삼겹살 스테이크와 건포도 소스


재료(2인분 기준)
삼겹살 400g, 레드 와인 1/2컵, 건포도 2큰술, 옥수수 1개, 생크림ㆍ올리브유 1/2컵, 닭육수 1컵, 소금·후추 약간씩


만드는 법
1 오븐을 120℃로 예열한다.

2 덩어리째 구입한 삼겹살을 오븐에 넣는다. 4시간 굽는다.

3 건포도는 미리 물에 넣어 불린다.

4 우묵한 냄비에 육수를 넣어 끓이다 졸아들면 레드 와인과 건포도를 넣는다.

레드 와인에 불이 붙으니 주의할 것! 알코올 성분이 날아가는 중이다.

졸아들어 소스 농도 정도로 맞추고 마친다.

5 옥수수는 삶아서 알만 발라내어 생크림에 졸인다. 소금 간을 살짝 한다.

6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삼겹살을 4등분해 굽는다.

7 허브가 있으면 장식하고, 접시에 옥수수를 깔고 삼겹살을 2점씩 올린다. 소스를 뿌려 낸다.




GOLD&W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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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illac-Vineyard /


Pauillac (PDO): A Special Wine from the West

In the Southwest region of France called Aquitaine, bordering the largest European estuary named the Gironde, lies the small commune of Pauillac.

This little community of around 5,000 people is home to one of the most highly-reputed vineyards for red wine in the country. All of 3000 acres of Pauillac vineyards are located within the Haut-M?doc region, a subdivision of Bordeaux vineyards. If geography is not your strong suit, it suffices to know that the grapes these small vineries owe their specificity to their extremely favorable geographic placement. Pauillac has benefited from its fortunate circumstances and has made a name for itself through centuries of fine wine production. Ch?teau Latour is the most famous winery from Pauillac, producing luxurious bottles of red wine that can easily exceed one thousand dollars, depending on their year.



Chateau_Mouton_Rothschild_1992_Pauillac




4th January 2016

Super Sassicaia: the story of Italy’s top investment-grade wine


Top Bordeaux wine meets Super Tuscan dream

http://capitalvintners.com/super-sassicaia-the-story-of-italys-top-investment-grade-wine/



Tuscany Wine: Sassicaia 2001 ? Tenuta San Guido


http://www.thefinedining.net/tuscany-wine-sassicaia-2001-tenuta-san-gui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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