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단편 영화제에 이어 두 번째로 동성 아트홀을 찾아 갔다. 그리고 동화 헨델과 그레텔을 재구성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소아 오종의 크리미널 러버를 보았다.
내가 간날이 오종영화상영의 마지막 날이였는데 아차싶었다.
교수님이 소개해주신 영화제라서 가기전에 감독은 어떻고 어떤 작품이 있는지를 살피면서
크리미널 러버를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약 1시간 반, 영화가 끝났고 나는 아무 생각없이 나왔다. 다른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인 듯 싶었다. 알 수 없는 듯한 표정이었다.
할말이 없다는 것 바로 그자체였다. 크리미널 러버에는 사랑과 공포와 스릴러, 그리고 에로와 코믹 갖가지 장르가 넘나들며 공존해 있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나서 ‘재밌었다’ 라든지 혹은 ‘무서웠다’ 라든지의 말들을 할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아도 마땅한 한 마디의 평가를 찾기란 예사로 어려운 것이 아니였다.
프랑스의 한 시골 고등학교에서다. 앨리스는 같은반에 잘생긴 권투선수인 새드와 그 친구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그것을 계기로 순진한 닉을 사악한 살인계획에 끌어들였다.
앨리스의 살인동기는 그저 새드의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싶은 것 뿐인 듯 싶었다. 뤽은아무것도 모른채 앨리스가 쳐놓은 질투의 늪에서 새드를 향해 칼을 내리쳤다.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뒤 시체를 묻기 위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게 된 이들은 그만 길을 잃어버렸다. 점점 지쳐만 가던 그들은 산속에서 오두막을 발견하게 되고, 주인이 있는걸 알면서 안으로 들어가 먹을 것을 먹으며 허기를 채웠다. 그러다가 주인이 들어오고, 그둘을 지하에 가두었다.
지하엔 그들이 죽인 새드의 시체가 있었고 그것을 보며 경악을 했다. 자신들이 죽인 새드의 시체를 지하실에 고이 눕혀놓은 오두막 주인을 식인종이라 여기고 두려움에 떨었다. 오두막 주인은 윗층에서 그들에게 뺏은 물건들을 살피다가 앨리스의 일기를 발견하고 읽게 된다.
그 일기엔 앨리스가 새드를 죽이게 된 동기부터 모든 것이 적혀있었다. 모든 비밀을 알게된 주인. 그는 지하실에 있는 닉을 불러내어 자신과 함께 생활을 한다.
그리고 평소에 닉이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일기를 통해 알게되면서 도움을 주려고 한다. 말이 그렇지만 실제로 내눈에는 동성애자처럼 보였다.
그렇게 몇일을 지냈을까 ? 앨리스는 지하에 갖혀서 지낸 앨리스는 이성을 잃은듯 했다. 정말 본능만 추구하는 짐승처럼 말이다. 배고픔에 지하에 있는 쥐를 잡아먹고 급기야 성적인 본능까지 정말 인간의 본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뤽은 어떻게 앨리스를 구해서 탈출할까 하던 차에 우연한 기회를 통해 닉은 앨리스를 지하에서 꺼내어 탈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어느 산속에 아름다운 풍경인 계곡에서 그둘은 사랑을 나누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닉이 겪었던 성적인 문제를 다 해결하고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을 마지막 장면일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갑자기 살인을 저지른 그들을 경찰이 쫓았던 것이다. 그둘은 도망쳤다. 하지만 모든 것이 예상과 빗나가고, 결국 살인을 계획했던 여자는 총에 맞아 죽게되고 동성애를 강요하던 오두막 아저씨는 경찰에 붙잡혀 죽도록 매를 맞는다. 온전히 살아남는 것은 그 여자를 사랑하던 그의 연인 뤽 뿐이었다.
마지막에 뤽의 눈빛. 정확히 카메라를 뚫어지게 노려보는 그의 눈빛이 여전히 가슴속에 남는다. 그의 눈은 마치 ‘네가 계획된 데로 된거니?’ 라는 듯한 비꼬는 냉어를 내뱉는 듯 했다
이 영화를 단정지어 말하자면 싸이코 스러운 연인이 싸이코스러운 한 남자를 만나 멋들어지게 결말을 짓는 현대판 타락 헨젤과 그레텔 정도 일것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긴장감을 늦출수 없었다. 줄거리가 천천히 흘러가다 갑자기 반전으로 급하게 흘러갔다가, 정말 흥미로웠다.
저번 단편 영화제를 보고도 느꼈던 건데 이번에도 역시 느낀것이 있다면 블록버스터의 흥행성을 위한 영화보다 이런 작품성있는 영화를 보게된 것이 너무 뿌듯했다.
내가 이수업이 아니었다면, 교수님의 추천없이 평생 이런 작품을 볼 기회가 있었을까?
앞으로 이런 영화제들이 열리면 꼭 동성아트홀을 찾아야겠다. 작품성있는 영화도 보고 나 하나라도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찾으면 대구 영화가 더 발전하지않을까 하는 생각에 말이다.
이런게 일석이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