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특검 수사와 함께 이른바 '내곡동 20-30번지 미스테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곡동 땅의 내력에 관한 이야기다. 시형 씨가 이 땅을 원주인 유 모 씨에게 사들이기 앞서 서울시 공무원이 이 땅을 보유하고 있던 정황이 주목받고 있다.
내곡동 특검팀(이광범 특별검사)는 30일 서울시 시정개발원 간부인 박 모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특검팀이 박 씨를 소환한 것은 박 씨가 내곡동 20-30번지를 생면부지의 유 모 씨에게 증여했기 때문이다.
내곡동 20-30번지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 땅의 내력은 68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68년도에는 최 모 씨가 이 땅을 소유하고 있었다. 78년 김 모 씨 외 3인에게 소유권이 넘어간다. 친인척 등에게 땅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다가 2004년, 2005년 두차례에 걸쳐 서울시정개발원에 재직중이던 박 모 씨가 이 땅을 사들인다.
박 모 씨가 이 땅을 사들일 당시 서울시장은 이명박 대통령이었고, 서울시정개발원장은 이 대통령의 측근인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다. 박 씨가 사들인 20-30번지는 20-17번지의 입구에 해당하는데, 20-17번지는 역시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인 2006년 그린벨트에서 해제된다.
2010년, 박 씨는 20-30번지를 돌연 생면부지의 유 씨에게 증여를 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증여세도 박 씨가 냈다고 한다. 유 씨는 앞서 84년부터 20-17번지를 소유하고 있었고, 이 땅에 한정식집 '수양' 건물을 지어 운영했다. 공교롭게도 이 곳은 박 씨가 근무하고 있는 서울시정개발원과 자동차로 10분 가량 떨어진 거리에 있다.
▲ 내곡동 부지에 있었던 한정식집 '수양' 전경
유 씨는 박 씨로부터 20-30번지를 증여받은 후 이듬해인 2011년 자신의 땅인 20-17번지와 함께 이시형 씨와 청와대 경호처에 땅을 매각한다. 이 시점이 '내곡동 파문'의 시작이었다. 매각 직후 유 씨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수많은 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박 씨는 유 씨에게 왜 땅을 증여했을까?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과정이 지나치게 허술했다는 점도 의심을 보탠다. 시형 씨가 매입 대금을 큰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을 통해 현금으로 마련하고, 어머니 명의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아 마련한 과정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다. 마치 급하게 땅을 사들일 일이 있어서 진행했거나, 딱히 법을 엄수하며 땅을 매입할 필요가 없었다는 식으로 진행된 것처럼 보인다.
미스테리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다. 유 씨를 대리한 부동산 업자는 지난 19일 특검팀에 소환됐지만 그는 대리인일 뿐이다. 특검팀은 현재 유 씨와 연락이 닿은 상태라고 한다. 귀국도 요청했다고 하지만, 유 씨가 특검팀의 요청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유 씨에게 땅을 증여한 박 씨 역시 의혹이 불거진 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거래 과정에서 별로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고만 말한 후 함구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내곡동 땅과 이 대통령의 간접적인 인연은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고 볼 수 있다. 왜 이명박 대통령이 논현동 사저를 두고 굳이 내곡동 땅을 사들여야 했을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이같은 의문을 풀어줄 사람은 유 씨와, 박 씨다.
2007년부터 '땅 스캔들'에 휩싸여온 이명박 대통령
땅과 관련된 이 대통령의 '스캔들'은 처음이 아니다.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을 비롯해, 이 대통령의 작고한 처남 김재정 씨가 약 67만 평의 땅을 전국에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난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주목을 받았었다.
김재정 씨가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고위직에 있을 당시 땅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는 등의 정황을 토대로 "이 대통령의 차명 부동산"이라는 의혹이 일었지만 당시 이 대통령은 "남의 이름으로 한 평의 땅도 갖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의 수사 방향은 여러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시형 씨의 실정법 위반 여부와 함께, 청와대의 배임 여부는 특검이 밝혀내야 할 1차 과제다. 여기에 이상은 다스 회장이 시형 씨에게 빌려준 현금 6억 원의 출처가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 다스 실소유 논란'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