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민 회관 앞에 막 도착했을 때 마침 보월님의 전화가 울렸다.
짧게 친 머리 스타일이 산뜻하다.
역쉬 불가사 권력이 좋긴 좋은가벼,보월님은 갈수록 젊어지는 듯하다.
새로 온 레인님과 인사 나누고 덕산님 차에 오르니 서경 팀은 출발.
머리받이 없는 좌석이 불편해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졸다 깨다보니
개암사란다.
개암사 뒤편에 있는 이름도 까먹은 야트막한 산을 오르는데 땀이 비 오듯 한다.
헬스클럽도 다니고, 배드민턴도 열나게 치는데
왜 이렇게 체력이 부실하다냐 혼자 씨부렁거리며 헉헉댄다.
산에 오르다보면 연약한 풀뿌리, 조그만 돌틈 하나도 고맙다.
몇 번이고 주르륵 미끄러질 뻔 한 나를 걔네들이 붙들어준다.
드디어 내소사.
백의관음보살좌상의 눈을 보고 걸으면 따라온다는데,
내 눈이 나빠서인지 가물가물 잘 모르겠다.
구태여 도를 내세우지 않고 일상사를 얘기하는 주지 스님 모습이 훈훈하다.
입재식과 마음 나누기 시간을 보내고 난 후,
정원님의 만류와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달빛 아래 천왕문과 일주문 사이 전나무 길을 걷는다.
달하 노피곰 도도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일주문 안과 밖이 무엇이 다르더냐.
달빛의 정취에 주님(酒)과 함께
마음 허공에 등불을 내걸고 휘적휘적 거닌다.
새벽 예불은 건너뛰고,
지장암에서 해안 선사의 시를 음미한다.
청련암에 오르는데,
경상도 처사님들 말투는 그리 투박하드만, 경상도 보살님들 말투는 우째 그리 정겹노.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말투만 들으면서 재미있게 따라 웃는다.
망해사에 와서는 절은 대충 보고 바다만 본다.
건너편이 보이는 곳이라 바다가 막힌 것 같아 약간 아쉬웠다.
바다…….
물 속에 있는 물고기가 갈증을 느끼듯,
바다를 보면서도 바다가 보고 싶었다.
끝이 안보이는 바다에 서고 싶었다.
망망대해...가 보고 싶다.
금산사에서 소원을 빌어보면서도,
歸信寺 뜻풀이를 해보면서도,
정다운 님들과 함께 웃고 얘기 나누면서도,
순례길, 가냘픈 궁금증이 하나 있으니…….
행주좌와 어묵동정은 언감생심 꿈도 못꾸고
가뭄에 콩나듯이 드문드문 궁금증이 고개를 드는 것 있으니…….
첫댓글 몰라유 조주 스님께 물어보소서 그리고 순례후기 참 일찍도 쓰십니다. ^^
아니 이런 글재주는 어디에 쓰려고 지금까지 감추었데요. 앞으로 자주 글쏨씨 뽐내주시구랴.
ㅋㅋ 한달을 하루같이... 의심이 깊은걸 보니.. 한소식 기다리고 있겄습니다^^
마른 똥막대기니까요ㅋㅋ...언제적 후기래요 ㅋ...정겨운 경상도 사투리 가 그립죠? 담번에 많은 시간 가져 봅시~더예......
때늦은 후기라도 반갑기 그지없네요. 맛깔나는 글에서 그 날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봅니다. ^*^
달빛 아래 약속을 잊지 않았네요.^^ 꿈 속의 꿈 이야기... 님의 의심 덩어리가 순일하게 익어가기를....... _()_
내참 이제야 후기 써 놨다고 문자해서 답글 쓰라는 이 세상에 첨 본다..덕분에 그날의 소소한 기억들 새록새록 음미합니당.됐쥬?ㅎㅎ
폰 번호 알려줬군요... 나도 담엔 답글하지 말고 문자 올때까지 기다려 볼까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