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모든 일은 나로 인하여 생긴다. 바람이 슬쩍 생기는 것도 내가 있어 바람이 생긴다. 세상 살다보면 외부의 세계를 알고 싶고 거기에서 오는 복잡다기한 문제들이 어떻게 이해하면 될 것인가 하는 생각들이 밀려온다. 세계는 다원적 가치로 변하고 있다. 유전적 다양성이 생물학에서 중요하다. 이에 따르는 문화적 다양성은 그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인류는 적자생존의 법칙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안정적인 생존의 법칙이 없는 것일까. 생명이 발현되면 단순하게 진행할 방법을 차치하더라도 바라보는 견해만으로 단순화하고 싶다. 그것이 내 마음을 편안하게 안치하는 것이다. 외부의 물질의 흐름만 중요시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중심이 없다. 이것이 얼마나 삭막한 일이 아니겠는가. 껍데기는 떠난다. 그러나 껍데기는 영화롭다. 한 세대를 감싸다가 평화의 땅으로 내보냈다. 생명의 근본은 원자의 핵으로 구성됐다. 씨앗 하나가 우주를 바라보고 있다. 물질의 구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질 속에 보이지 않는 힘을 알고 싶어서다. 새 생명은 어디로 갔는지 껍데기만 남아 있다. 그러나 그 껍데기 한 몸이 다시 생의 귀환으로 보인다. 겨울나무 끝에서 생명을 안고 있는 영원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남의 나무에서 자란 덩굴성 식물인 참마이다. 한참 자랄 땐 잘 보이지 않는다. 여름날에 복잡한 시기를 떨쳐버리고 마른 잎만 남아있다. 잎이 떨어지고 이 식물만이 찬란했던 그 시절을 되뇌이고 있다. 우리말 명사 앞에 `참`자를 붙는 이름이 있다. 참취, 참매, 참꽃 등은 사실이나 진리에 어긋남이 없이 옳고 바른다는 뜻이란다. 참마의 뿌리는 몸짓이 왜소하지만 생명력이 강인하다. 덩굴성 식물이지만 그 길이가 길지 않아 다른 나무에 피해를 최소화한다. 가장자리에 있는 씨앗을 떠나보내고 마른 꽃잎만 겨울 하늘에 펄럭이고 있다. 참마는 암수딴그루다. 잎사귀 한가운데 씨앗 하나 있는데 홍일점을 그려 놓는다. 생명이 있는 곳에 에너지가 있다. 잎은 탄성력을 발휘하여 씨앗을 멀리 날아가게 한다. 혼돈의 세계 속에서도 어떻게 만나냐가 중요하다. 이것은 분명 질서 있는 만남이다. 겨울밤 저녁 하늘에서 질서정연하게 우주가 움직이고 있다. 참마의 씨앗은 혼돈 이후 별들 사이에 새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나온 삶이 복잡다기한 일만 생각하지 않겠다. 장편소설에서 산문으로 줄여 추상같은 시를 쓴다. 이 세상 질량의 근원은 씨앗이다. 생명의 근본은 무엇이 흐르고 있을까.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근원의 힘은 분명하다. 이렇게 간소화하고 간소화해서 여기까지 왔다. 생명이 잉태한 자리만 보아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우리의 근본이 착하고 착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