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육부가 검정 통과시킨 수상한 출판사의 역사 교과서 집필진들 살펴보니...
30일, 교육부가 검정 통과시킨 한국학력평가원의 고교'한국사' 교과서 표지.
교원단체로부터 친일 옹호 지적을 받은 한 출판사의 고교‘한국사’ 검정교과서 집필자가 우익 매체에 “한국 사회의 정신 수준이 타락했는데, 이는 '왜색을 지우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기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집필자는 같은 매체 다른 기고 글에서도 ‘일본제국주의 시대’를 사실상 옹호하는 내용을 적은 것으로 보여 역사학계에서도 ‘뉴라이트 성향 인사가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이 인사는 ‘한국사2’에서 ‘일제시대’ 관련 단원을 집필했다.
배민 교수 “일본상품 불매운동 등 반일감정, 친북적 좌파 구도와 관계 깊어”
30일, 교육언론[창]은 교육부가 통과시킨 한국학력평가원에서 낸 ‘한국사’ 교과서를 살펴봤다. 이 교과서 집필진에는 배민 현 부산외대 교수와 이병철(대표집필자) 경북 문명고 교사 등 5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한국사2’ 1단원인 ‘일제 식민 통치와 민족운동’ 부분을 집필한 배민 교수의 기고 글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 교수는 서울의 한 사립고교 역사교사로 근무하다가 올해 4월쯤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으로 직장을 옮겼다.
배 교수는 우익 매체인 ‘팬N마이크’ 올해 2월 16일자 기고 글 ‘민족주의 없는 한국사는 가능할까’에서 “한국 사회와 비교하면 일본은 50-60년대 이후에도 근면과 자조, 협동(이 전통적 쇼와시대 일본의 가치를 채택한 것이 박정희와 군사정권의 새마을 운동이었다)의 사회적 전통이 한국처럼 완전히 끊기지 않고 지속되어 왔다”면서 “여러모로 한국은 87년 체제 이후 사회의 정신 수준이 타락하고 오만해지고 사치스러워졌는데, 이는 '왜색을 지우기' 위해 노력한 아이러니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배민 교수 기고 글. ©팬N마이크
이어 배 교수는 “한국인은 영미인들과는 전혀 다른 정서와 사고를 하는 사람들인데, 반일을 하다 보니, 정확히 90년대 개방화 이후 중국 사회가 걸어온 길을 함께 답습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그 결과, 물질주의, 중금주의의 만연 속에 개인의 지적, 도덕적 노력이 점점 약화되어 가는 흐름 속에 있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같은 매체 2012년 2월 22일자 기고 글 ‘개인주의와 한국사적 고찰’에서는 “개인의 사적 권리에 대한 자각 및 사적 자치에 대한 인식은 이전의 조선이나 대한제국 시절과는 다른 조선총독부의 행정 체제를 통하여 더욱 확실히 자리 잡힐 수 있었다”면서 “조선총독부가 시행한 행정 조치들에 의한 재산권 보장이 병행됨으로써 조선 민사령에서 규정된 개인의 사적 권리는 비로소 사회적으로 확립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고 적었다.
이어 배 교수는 “현재 한국에서 개인주의에 대한 가장 큰 대항 이데올로기는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보다 사회주의적인 사회적 시각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9년 일본상품 불매운동’ 사례를 내세웠다.
“한국 사회에서 2019년 거세게 일어난 일본 상품 불매운동과 같은 집단주의적 반일 감정은 순수한 민족주의적 열정에 도취되어 일어난 현상이라 보기 힘들다. 그보다는 자국(한국)에 대한 상대적인 국제정치 상의 좌표로서 좌와 우의 정치세력에 의해 도식화된 친미, 친일적 우파와 친중, 친북적 좌파라는 구도와 관계가 깊다. 말하자면, 일종의 정치적 편향성, 특히 한국인들의 사회적 좌경화의 결과로 민족주의적 옛 집단 감성이 소환되어 나타난 현상에 가까웠던 것이다.”
일본이 벌인 한국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로 일어난 국민적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겨냥해 ‘친북적 좌파’, ‘좌경화’란 단어를 써가며 색깔론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배 교수는 지난 2020년 2월 ‘교원노조를 중심으로 한 급진적인 전체 사회주의 교육, 일탈적인 성 이데올로기 교육 등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내걸고 창립한 올바른 교육을 위한 전국교사연합 공동대표도 맡았던 인물이다. 당시 이 단체 회원은 60여 명이었다.
해당 기고 글의 ‘친일성향’ 논란에 대해 교육언론[창]은 배 교수에게 질문했지만 배 교수는 “해당 시각(친일 성향이라는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현재와 같은 진영논리로 역사교과서를 바라보는 시각이 팽배한 상황에서 제 생각을 자세히 말하는 것은 의미 없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배 교수와 함께 해당 '한국사' 교과서를 집필하며, 대표집필자를 맡은 이병철 교사가 근무하는 경북 문명고는 올해 3월 30일, 학생들을 영화관으로 불러 영화‘건국전쟁’을 집단 관람시켰다. “청소년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키우겠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독재자 이승만 찬양 논란을 빚은 이 영화는 편향적 내용 탓에 교육적 활용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올해 3월, 이승만 찬양 영화 '건국전쟁'을 집단 관람시킨 경북 문명고. ©문명고 홈페이지
문명고는 2017년, 박근혜 정부가 만든 고교‘한국사’ 국정교과서를 전국에서 유일하게 채택했던 학교이기도 하다.
이 교사는 교육언론[창]에 “나는 해당 영화 관람계획을 세우지도 않았고, 집단 관람에 참여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국정교과서 채택 당시엔 이 학교에 근무하지 않았다.
“해당 검정 교과서...위안부 성 착취 누락, 친일 행적 정당화 가능성”
한편, 이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친일‧독재 옹호 역사교과서 검정 통과, 매우 유감’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한국학력평가원의 친일‧독재 옹호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교육부의 검정 결과에 매우 유감을 표한다. 교육부는 검정을 철회하라”면서 “해당 교과서에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성 착취 행위를 누락시키고, 일제에 협력한 친일 지식인들이 친일 행보를 걸었던 이유에 대해 학생들에게 되묻는 표현을 기술함으로써 친일 행적을 일부 정당화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