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타고 투표'…투표장 표정 이모저모
<경북>
○…109세로 경북 최고령인 경산 하양읍 환상리 홍남출 할머니는 거동을 하지 못할 정도로 노환이 심해
이날 투표를 하지 못했다.
하양읍사무소 관계자들은 "1897년 출생한 홍 할머니가 그동안 단 1번도 투표를 거르지않아 이번에 '거
소(居所) 투표'까지 권유했으나 기력이 너무 떨어져 생애 처음으로 기권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반면 광복회원으로 독립유공자인 김종호(100·경산 진량읍 평사리) 할아버지는 이날 오전 7시 아들 병영
(77) 씨 부부와 함께 진량 다문초교에 마련된 진량 제3투표소에 나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정정한
모습의 김 할아버지는 밝은 표정으로 "유공자 모임에 참석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면 아플 겨를이 없
다."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구미시 최고령자로 올해 106세인 추차남 할머니와 남편 장창식(97) 씨는 31일 오전 9시 30분쯤 마
을통장 정우훈(45) 씨의 승합차로 인동동 구미정보고 급식소에 마련된 인동동 제6투표소에 나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추 할머니는 "요즘 살기가 모두 어렵다고 하는데 이번에 모두 훌륭한 지역일꾼이 뽑혀
시민들이 먹고사는 걱정이 없도록 열심히 일하면 좋겠다."고 했다.
○…운문사(고흥윤 주지스님) 선방 소속 스님과 승가대학 학인스님 210여 명(사진)은 이번 선거에도 빠
짐없이 귀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스님들은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운문면 제2투표소 방지초교 옛 문명
분교까지 버스를 이용해 투표장을 오갔다. 스님들만 투표하는 데 1시간 30여 분이 소요됐으며 투표장 관
계자는 스님 투표율은 98%라고 귀띔했다.
○…상주 외남면사무소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1급 장애인 김종달(55·외남면 신촌리) 씨가 가족과 함께 휠
체어를 타고 직접 투표 주권행사를 했다. 김 씨는 당초 선관위로부터 거소투표 안내문을 받아 부재자 투
표 대상자였으나 투표 당일 직접 투표소를 찾아 투표하겠다는 의사를 전해 이날 직접 투표에 나섰다.
○…고령군 쌍림면 쌍림초교에 마련된 제1투표소에서는 2005년 사할린에서 영구 이주해 대창양로원에
거주하고 있는 유유원(87) 씨 등 9명이 모국에서 첫 주권을 행사했다. 유 씨는 "눈 수술 때문에 고국에서
첫 투표를 하지 못할 뻔했는데 다행히 투표를 하게 돼 기쁘다."며 "조국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다."고 소감
을 밝혔다.
○…성주군 선남면 선남초교에 마련된 선남면 제1투표소에서는 부친상을 당한 유성용(45·선남면 장학
리) 씨 부부가 오전 6시쯤 투표했다. 유 씨는 "오늘 장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투표를 마쳤다."며
"다행이 날씨가 좋아 투표는 물론 장례식도 잘 치를 수 있겠다."고 바쁜 걸음을 보였다.
○…외지로 나간 울릉 주민 400여 명이 투표를 위해 30일 오후 4시 여객선 편으로 귀향하자 울
릉군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율이 90%를 넘어 전국 1위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31일 울릉읍 제2투표소에는 새벽부터 200여 명의 주민들이 한꺼번에 몰렸고, 제1투표소에서는
김정아(21·울릉읍 도동1리) 씨가 첫 투표를 했다.
북면 뉴스 : 울릉도 최고령 박우영(1900년, 106세) 할머님께서는 부재자투표(거소투표)를 하셨
고, 북면 제1투표소에는 김경란(24, 울릉군 북면 천부1리)씨가 5시부터 기다려 첫 투표를 했
으며, 많이 쑥스럽더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의성읍 제1투표소(의성초교)에는 뇌졸중으로 재활치료 중인 김현주(68·의성읍 후죽리) 씨가 오전 4
시 투표소에 도착, 두 시간을 기다린 끝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사과 주산지인 점곡과 옥산면사무소
투표장에는 주민들이 작업 전에 투표를 하기 위해 오전 5시부터 유권자들이 몰려 한때 행렬이 100m에
이르기도 했다.
○…영덕읍 남석리 박현규(44) 씨는 연로한 가족을 투표장으로 이끄느라 고군분투했다. 박 씨는 이날 오
전 11시쯤 야성초교에서 어머니 김옥희(74) 씨와 장모 박말아(98) 씨를 모시고 부인과 함께 투표를 한
뒤 곧 바로 영덕초교로 옮겨 외할머니 서순이(94) 씨의 투표를 도와 드리는 열성을 과시했다. 박 씨는
"연로하신 외할머님과 어머님, 장모님 모두 투표에 꼭 참여하고 싶다고 해 즐거운 마음으로 투표를 도와
드렸다."고 했다.
○…상주 상산초교 계림동 1투표소에는 새터민(탈북 정착주민) 최형국(47·냉림동) 씨가 첫 주권을 행사
했다.
2004년부터 상주의 차량 정비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최 씨는 지난 총선에서는 자신의 신분 노출을 우려,
투표를 하지 않았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역할하고 싶어 투표를 했다는
것.
최 씨는 "이번 선거는 남한에서의 첫 선거로 감동적인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며 "이제 사회 적응에 자신
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 합천 합천읍 가 선거구 투표소인 종합복지회관에서는 황재열(51)·권태숙(51) 씨 부부가 부친상
장례일인데도 첫 번째로 한 표를 행사했다. 황 씨 부부는 "오늘이 발인이어서 문중 어른들의 만류가 있었
지만 귀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선거연령이 19세로 낮아지면서 젊은 유권자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자신의 기표용지를 촬영했다.
31일 아침 영천시 문외동 시민회관 투표소에서 투표한 정모(19·대학생) 양은 "처음하는 투표라 가슴이
벅찼다. 내가 선택한 후보와 투표용지를 기념으로 폰카메라에 남겨두고 싶어 찍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첫 투표를 한 젊은이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사후에 악용
될 가능성이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한국 영주권을 취득한 지 만 3년이 지난 19세 이상 외국인'에게 첫 투표권이 주어진 가운데 한국에
시집 온 지 15년이 된 이마무라 노부코(45·경주 동천동) 씨가 이날 오전 동천동 투표장에서 남편(44)과
함께 처음으로 투표했다. 노부코 씨는 "이제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되었다는 것이 실감난다."고 소감을 밝
혔다.
- 2006년 05월 31일 - [매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