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7384] 雙明齋[쌍명재] 이인로(李仁老)-제 초서 족자(題草書簇子)
題草書簇子[제초서족자] - 李仁老[이인로]
초서로 족자에 쓰다.
紅葉題詩出鳳城[홍엽제시출봉성]
:붉은 잎에 시를 써서 궁궐에서 내 놓으니
淚痕和墨尙分明[루흔화묵상분명]
: 눈물 흔적 먹에 아롱져 더욱 분명하여라.
御溝流水渾無賴[어구류수혼무뢰]
御溝어구= 대궐에서 흘러나오는 개천.
: 어구의 흐르는 물 의뢰 할 수 없이 흐리니
漏洩宮娥一片情[누설궁아일편정]
누설 漏洩= 漏泄물 등이 새는 것. 물 등을 새게 하는 것.
洩=샐 설.동의자= 泄
: 궁녀의 한 조각 정을 바깥으로 흘려 보내네.
紅葉題詩[홍엽제시] : 唐[당] 禧宗[희종] 때 궁녀 韓氏[한씨]가
다음과 같은 詩[시]를 써서 御溝[어구, 궁중의 개울 물]에 흘려
밖으로 보낸 시에
流水何太急[유수하태급] : 흐르는 물은 어찌 저리도 급한가
深宮盡日閒[심궁진일한] : 깊은 궁전에 한가한 날이 다하네.
慇懃付紅葉[은근부홍엽] : 은밀히 깊은 정 붉은 잎에 부치니
好去到人間[호거도인간] : 기꺼이 가서 인간에게 이르기를.
于祐[우우]라는 선비가 장안을 걷다 개울에 떠내려 오는
단풍잎을 운명처럼 발견하고는 이 시를 읽고 화답하는 시
會聞葉上題紅怨[회문엽상제홍원]
: 일찍이 낙엽 위에 붉은 원망 지었다 들었는데
葉上題詩寄何誰[엽상제시기하수]
: 낙엽 위에 시를 지어 어느 누구에게 부쳤던가
라는 구절을 역시 붉은 잎에 써서 宮城[궁성] 뒤 개울의 上流[상류]에서
궁중으로 띄워 보냈습니다.
그 뒤에 궁녀를 放出[방출]하여 시집보낼 때에 于祐[우우]가 마침
韓氏[한씨]를 만나 첫날 밤에 붉은 잎을 내보이니,
한씨도 역시 그 붉은 잎을 내놓으면서 시를 짓기를,
一聯佳句隨流水[일련가구수류수]
: 한 련의 아름다운 글귀 흐르는 물 따랐으니
十載幽愁滿素懷[십재유심만소회]
: 십년동안 그윽한 시름이 가슴에 가득하였네.
今日已成鸞鳳侶[금일이성란봉려]
: 오늘에야 난새와 봉황이 이미 짝을 이루니
方知紅葉是良媒[방지홍엽시량매]
: 장차 붉은 잎이 좋은 중매임을 무릇 알겠네.
東文選卷之二十[동문선20권] 七言絶句[칠언절구]
1478년 간행본 인용.
李仁老[이인로,1152-1222] : 자는 眉叟[미수], 호는 臥陶軒[와도헌].
다른 호는 雙明齋[쌍명재]
한림원에 보직되어 詞疏[사소]를 담당.
한림원에서 誥院[고원]에 이르기까지 14년간
詔勅[조칙]을 짓는 여가에도 詩詞[시사]를 짓되 막힘이 없었다.
그래서 ‘腹藁[복고, 뱃속의 원고]’라는 일컬음을 들었다.
출처=동문선 제20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東文選卷之二十 / 七言絶句
題草書簇子
紅葉題詩出鳳城。淚痕和墨尙分明。
御溝流水渾無賴。漏洩宮娥一片情。
제 초서 족자(題草書簇子)-이인로(李仁老)
단풍잎에 시를 써서 봉성(궁성(宮城))을 내보내니
/ 紅葉題詩出鳳城
눈물이 먹에 아롱져 더욱 분명하여라
/ 淚痕和墨尙分明
어구의 흐르는 물이야 도무지 믿을 것이 못 되누나
/ 御溝流水渾無賴
궁녀의 한 조각 정을 바깥으로 흘려 보내네
/ 漏洩宮娥一片情
[주-D001] 궁녀의 …… 흘려 보내네 :
궁녀(宮女)가 가을철의 붉은 잎에 시를 써서 어구(御溝 궁중의 개울)에 띄워 밖으로
흘러 보낸 옛날의 이야기를 두고 지은 것이다.
그 예(例)로는 당나라 때에 궁녀 한씨(韓氏)가 붉은 잎에 시를 써서 물에 흘려 밖으로
내보냈는데, 그 시에, “흐르는 물은 왜 이다지도 급한고, 깊은 궁중은 종일토록 한가한대
은근히 붉은 잎을 부치노니, 잘 가서 인간에 이르러라
[流水何太急 深宮盡日閒 慇懃付紅葉 好去到人間].” 하였다.
우우가 개울에서 이 시를 읽고 화답하는 시를 역시 붉은 잎에 써서 궁성(宮城) 뒤
개울의 상류(上流)에서 궁중으로 띄웠더니, 그 뒤에 궁녀를 방출(放出)하여
시집보낼 때에 우우가 마침 한씨(韓氏)를 만나 첫날 밤에 붉은 잎을 내보이니,
한씨도 역시 그 붉은 잎을 내놓으면서 시를 짓기를,
“한 절의 아름다운 글귀 흐르는 물 따랐으니,
십년동안 시름이 가슴에 가득하였네.
오늘날 봉황의 짝을 이루니,
홍엽이 좋은 중매인 줄 이제야 알겠네
[一聯佳句隨流水 十載幽愁滿素懷 今日已成鸞鳳侶 方知紅葉是良媒].” 하였다.
ⓒ 한국고전번역원 | 김달진 (역) | 19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