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악산
챔피언은 링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단지 링에서 인정받을 뿐이다.
――― 조 프레지어
▶ 산행일시 : 2014년 3월 2일(일), 맑음
▶ 산행인원 : 4명(드류, 더산, 베리아, 제임스)
▶ 산행시간 : 8시간 46분
▶ 산행거리 : 도상 17.3㎞
▶ 갈 때 : 상봉역에서 07시 49분발 춘천 가는 전철 타고 가평역에서 내려 시내버스로
환승하여 가평터미널로 와서 09시 30분발 익근리 가는 시내버스로 환승함
(환승은 대중교통요금 환승제가 적용되는 것을 말함)
▶ 올 때 : 청계저수지 윗마을에서 일동택시 불러 일동으로 와서 동서울 가는 버스 탐
▶ 시간별 구간
07 : 49 - 상봉역
09 : 30 - 가평터미널
10 : 00 – 가평군 북면 익근리 명지산 입구, 산행시작
10 : 17 – 승천사(昇天寺)
10 : 43 – 명지폭포
11 : 08 – Y자 갈림길, 명지산이 왼쪽은 2.1㎞, 오른쪽은 2.5㎞, 오른쪽으로 감
12 : 06 – 능선마루
12 : 34 – 명지1봉(1,252m), 점심(30분 소요)
13 : 35 – 명지2봉(△1,249.9m)
13 : 55 – 명지3봉(1,212m)
14 : 44 – 귀목고개, ┼자 갈림길 안부
15 : 32 – 귀목봉(1,033m)
16 : 02 – 890m봉, ┣자 능선 분기봉, 한북정맥 진입
17 : 18 – 청계산(849m)
18 : 25 – 포천시 일동면 기산리 청계저수지 청계 마을, 산행종료
1. 명지2봉에서 명지3봉으로 이어지는 주릉의 북사면
▶ 명지1봉(1,252m)
지난겨울을 온통 가평에서 나다시피 했다는 더산 님과 베리아 님이 가평군내의 교통사정
을 빠삭하게 꿰고 있다. 가평터미널에서 익근리 용수목 방면으로 가는 버스 타는 법. 버스
가 정확하게 09시 30분에 문 열어 승객을 태우고 출발하니 빈 주차장의 버스 문 위치에 배
낭 더러 주인 대신 줄서게 하고 인근 가게에 들려 아침 요기한다. 길게 늘어선 배낭이 금방
만차다.
그런데 오늘 따라 버스기사님이 규칙을 깨뜨린단다. 길 건너 편의점 창문에서 바라보는데
출발시각 12분 전에 버스를 대더니만 바로 손님을 받는 것이 아닌가! 명지산 입구까지 만
원버스는 덜컹거리며 30분을 가야 한다. 배낭 보다 사람이 우선인 것은 당연지사. 후다닥
뛰쳐나가 간신히 좌석을 차지했다. 택시 타고 휙 하니 가는 것보다 버스 타고 이렇듯 산골
마을 들리며 쉬엄쉬엄 가는 것이 이른 봄 나른한 정취다.
명지산 입구 주차장에는 벌써 많은 차들이 왔다. 대형버스로 강릉에서 왔다는 일단의 등산
객들은 그곳의 3m가 넘는 지긋지긋한 눈을 피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내 그간 명지산을
오르내리기는 주로 주계곡 왼쪽의 백둔봉 능선을 타거나 오른쪽 사향봉 능선을 탔는데 그
도 물려 오늘은 정작 생소한 계곡길 대로를 간다.
봄의 교향악 서곡을 연주하는 계류 기웃거리다 뭉게구름 머무는 하얀 산릉 우러르다 승천
사 일주문을 지난다. 길옆 승천사가 적적하다. 탁발하러 나간 스님을 기다리는지 미륵불이
마당 한가운데 서서 길목을 지키고 있다. 언덕바지 잠시 오르고 왼쪽 가파른 사면 60m 아
래 명지폭포가 있다. 명지폭포가 겨울잠에서 깨어났을까? 진 땅 주춤주춤 내려 보러간다.
아무리 잠옷인 빙의로 가렸다지만 왜소한 모습에 적이 실망이다. 다리품이 아깝다. 그래도
지난 여름날의 쾌사를 상기하여 소 가장자리 빙판에 자리 펴고 탁주 나눈다. 계류 물소리
잦아들고 등로는 점점 가팔라진다. Y자 갈림길. 명지산 정상이 왼쪽은 2.1㎞이고, 오른쪽
은 2.5㎞다. 주릉에 얼른 들고 싶어 오른쪽 골짜기로 간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 구간이기에 충분할 된비알의 너덜길이다. 포근한 날씨라 땀을 엄
청 뺀다. 계곡 벗어난 엷은 지능선은 통나무계단 이어 돌계단을 놓았다. 베리아 님 말마따
나 직업병이다. 넙데데한 사면이 나오면 으레 두 눈 홉뜨고 훑어보기 일쑤고 나무 휘감는
덩굴마다 건드려본다. 능선마루 1,079m봉 가까워서 사면을 질러간다.
양지쪽은 얼었던 땅이 거죽만 녹아 쭉쭉 미끄러진다. 이윽고 능선마루. 눈길이다. 등로 벗
어나면 눈이 꽤 깊다. 줄곧 오름길. 더산 님은 아까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갔고, 제임스 님
게는 판을 벌려줬다. 진작 나는 듯 사라졌다. 베리아 님은 내 걸음보조 맞춰가며 행운유수
와도 같은 산행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간 적조했던 만큼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등로의 심설
두께보다 더 두껍게 밀렸다.
명지1봉 정상. 오늘처럼 조망이 탁 트인 날은 드물 것. 일망무제란 이런 경우를 말하리라.
명지산 이름의 유래가 ‘맹주산(盟主山)’이란 이름에서 점차 변했다는 설에 수긍이 간다. 뭇
산이 다 읍한다. 더산 님이 삼악산을 대번에 알아본다. 약간 돌출하여 설마 삼악산이랴 의
문했는데, 몽가북계 더듬어보시라 하여 그만 말꼬리 내린다.
2. 승천사 가는 길, 일주문
3. 승천사와 미륵불
4. 빙의로 가린 명지폭포
5. 화악산과 응봉(오른쪽 뒤), 앞은 명지1봉에서 사향봉으로 뻗어 내린 능선
6. 화악산과 응봉(오른쪽 뒤)
7. 명지2봉
8. 명지2봉과 남동릉
9. 명지2봉 남동릉의 백둔봉
10. 앞은 귀목고개로 내리는 능선, 그 뒤는 운악산
11. 명지1봉 정상에서, 앞은 베리아, 뒤 오른쪽부터 더산, 나, 제임스
12. 멀리 오른쪽은 용문산
▶ 귀목봉(1,033m)
명지1봉 정상에서 사방 보고 또 보고 어질어질해진 눈으로 내리자니 너덜 빙판에 헛발질
이 잦다. 암봉 빙 돌아 주릉에 들고 암반에 자리 잡고 점심밥 먹는다. 만복으로 노곤한 것
은 아무래도 봄날이기 때문이다. 전망바위에 들려 넘어야 할 귀목봉과 청계산에 이르는 장
릉 장히 굽어보고 내린다. 직진은 약간 까다로운 암릉이라 왼쪽 데크계단으로 내린다.
지금은 황량한 등로 주변의 설원이 눈 녹은 봄날에는 노루귀, 바람꽃, 얼레지 등 산상화원
이었다. 너덜 길은 눈으로 단단히 메워져 걷기에 좋다. 한차례 뚝 떨어졌다가 데크계단 올
라 1,193m봉을 넘는다. 명지2봉은 눈길 선답의 발자국 따라 오른쪽 사면으로 돌아 오른
다. 삼각점은 일동 22, 1983 재설. 금줄 넘은 절벽 위 암반이 빼어난 경점이다. 발아래 연
인산이 납작하다.
명지3봉 가는 길. 사나운 암릉의 연속이다. 아쉽게도 눈으로만 넘는다. 그러다가 희미한
인적이 보이면 그예 올라 만학천봉 굽어본다. 명지3봉의 너럭바위는 맨입이기 매우 어려
운 천하명당이자 경점이다. 금학산은 내가 먼저 짚어냈고, 북한산은 더산 님이 발라냈고,
봉미산은 베리아 님이 추려냈다. 봉미산을 추려내는 과정이 살벌했다.
나와 더산 님은 어떻게 저 산이 봉미산이냐? 용문산 능선 타고 내려 봉긋하게 솟은 저 봉
우리가 백운봉이지 하고 우겨댔다. 멋모르는 제임스 님은 곁에서 서로 조금씩 양보하여 타
협하시라 종용하고 ……. 자세히 살피니 봉미산이 맞다. 확실히 봉황의 꼬리다. 조망 각도
를 착각했다. 다른 현상에 대해서도 허다히 봉미산처럼 착각할 게 아닌가 하니 문득 두려
운 생각이 든다.
명지3봉 내린 Y자 갈림길. 오른쪽으로 간다. 난구간이다. 북서릉 가파른 빙판이다. 또한
길기도 하다. 군데군데 통나무계단이 오히려 장애물이다. 달달 기어내리다 등로 옆 1급 슬
로프인 설원 나오면 냅다 지친다. 명지산에서 귀목봉을 내려다보기에는 다만 밋밋하게 오
르다 약간 되똑하다 여겼는데 뚝뚝 떨어져 준봉으로 만든다.
바닥 친 안부는 귀목고개다. 거친 숨 할딱이며 논남기 쪽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을 만난
다. 명지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느냐고 묻는다. 빈 손인 그들의 행색과 물음 자체를
감안하여 명지3봉 너럭바위까지 2시간을 견적해준다. 내려오는 데 걸릴 시간까지 계량하
면 3시간 30분이 빠듯할 것. 지금 시각 14시 44분이다.
귀목봉을 주력(酒力) 보충하여 오른다. 더산 님이 등로 옆 눈밭 헤집느라 뒤에 있어 든든하
다. 이제는 저기가 정상이려니 여긴 공제선 귀목봉이 자꾸 뒤로 무른다. 봉봉을 넘고 넘는
다. 체념해서야 귀목봉 정상이다.
13. 귀목봉과 청계산(왼쪽), 그 너머로 해룡산과 왕방산, 국사봉이 보인다
14. 명지1봉
15. 명지1봉, 그 왼쪽 뒤는 국망봉, 그 왼쪽 뒤는 명성산
16. 연인산
17. 명지1봉, 화악산, 응봉
18. 연인산, 멀리 천마산도 보인다
19. 오른쪽이 귀목봉
20. 운악산, 멀리 왼쪽으로 도봉산과 북한산이 보인다
21. 연인산
▶ 청계산(849m)
햇살에 힘이 빠졌다. 사면 두루 훑었지만 빈 눈인 것도 걸린다. 대물은 꼭 놓친다. 서두른
다. 귀목봉 암릉을 데크계단으로 내리고 연신 빙판 피해 등로 옆 잡목 붙들어가며 막 내리
쏟는다. 멀리서는 줄달음할 것처럼 보이던 장릉이 울뚝불뚝 솟은 산맥이다. 능선에는 오후
들어 바람이 인다. 차다. ┣자 능선 분기봉인 890m봉. 한북정맥 길에 들어선다.
861m봉이 준봉이다. 양지쪽 펑퍼짐한 사면을 누벼 돌아넘곤 한다. 소나무 숲길 잰걸음하
다 느닷없는 ‘망구대 분기점’이라는 이정표를 지난다. 암만 둘러보아도 분기할 데가 아니
고, ‘대’ 또한 있을 것 같지 않다. 청계산이 침봉이다. 그 전위봉도 뾰쪽하다. 데크계단 숨
가쁘게 올라 청계산 정상이다. 전에 없던 큼지막한 정상 표지석을 세웠다.
청계산은 내릴 때도 되게 가파르다. ┣자 갈림길. 오른쪽이 청계저수지로 내린다. 등로를
잘 다듬었다. 등로 따라 내린다. 북진. 등로는 얕은 안부에서 649m봉을 오르지 않고 왼쪽
사면으로 급격히 떨어진다. 더구나 진창길이다. 굵은 밧줄이 길게 달렸다. 밧줄이 없다면
민둥한 사면이라 아주 애 먹을 뻔했다. 장갑 꼈으나 밧줄을 워낙 길게 훑어 손바닥이 화끈
하다.
계곡으로 내려서고 너덜길이다. 너덜 휘감던 계류는 꽁꽁 얼었다. 난구간의 연속이다. 너
덜 사이 빙판을 아슬아슬한 곡예로 내린다. 산자락 돌아드니 개활지가 펼쳐지고 펜션촌이
나온다. 이국의 풍경이다. 일당을 넉넉하게 채웠겠다 발걸음이 느긋하다. 일동 택시 부른
다.
22. 귀목봉에서 청계산으로 뻗은 능선
23. 귀목봉 남릉 850m봉
24. 앞의 골짜기는 장재울골, 오른쪽 능선은 청계산으로 가는 능선
25. 멀리 가운데가 명지1봉
26. 연인산
27. 멀리 뒤가 각흘봉과 명성산(왼쪽)
28. 청계산
29. 청계산 정상
30. 앞은 길매봉, 뒤는 운악산
31. 길매봉과 운악산 서쪽 지능선들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
첫댓글 더산님! 살아 계신 모습을 뵈니 반갑고 베리아님! 롱타임 노씨임다.^^
그나마 간간히 보이던 거시기는 두분으로 씨가 마르지 않았겠냐는 염려와
고향같은 가평은 청량리서 열차타고 다녔었던 그시절이 참 좋았던 것으로..
조망이 대단하군요~~~ 복받은 산행입니다. ㅎ 하산주는 하셨는지???
청계산 가는 도중에 재미 좀 봤습니다. 택시기사님이 추천해 준 터미널 옆
순대국집에서 머릿고기와 순대, 순대국을 주문하여 진하고 맛나게 마시고 먹었습니다.
머릿고기와 순대는 괜히 주문했습니다. 순대국이면 충분한 것을.
참 한가롭습니다.
앙상한 가지 사이에 잔설..
봄기운이 휘감고
세월은 이렇게 쉼없이...
아쉬움과 그리움이 교차됩니다.
하늘과 맞닿은 능선들이
뭉게구름과 함께 압권이네요.
넘 멋진 풍광들...
눈이 호강을 ...
감사합니다.
'짜임새'있는 명품산행기네요~!
ㅋㅋ 말되네~~~
그곳에 아직도 거시기가 살아있네요^^ 아직도 명지산은 한겨울입니다...조망도 끝내주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