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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밀리고 쓸리며 내는 소리는 예측할 수 있어 안정적이다. 규칙적으로 밀고 당기는 파도지만 매번 남기는 포말의 형태는 제각각이다. 질서정연하고 비슷비슷하게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제각각인 인간의 삶과 파도는 그래서 닮았고, 사람들은 바다를 동경한다.
2천만 년의 시간을 건너온 주상절리가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
경주 하서리와 읍천리의 몽돌해변도 바다와 육지 사이에서 끊임없이 쏴아쏴아, 달그락달그락 경계선 밀고 당기기를 무한반복중이다. 이 몽돌해변을 중심으로 조성된 경주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은 최소 2천만 년 이전에 형성된 동해안 주상절리가 거대한 육각형 기둥으로 형성되어 방문객을 시각적으로 맞는다. 먼 옛날 호랑이가 담뱃대를 물고 연기를 뿜어내도 하나도 이상할 것 없던 시절에 화산폭발로 흘러내리던 뜨거운 마그마가 찬 바닷물과 만나 육각으로 길게 잘리며 굳은 것이 먼 시간을 건너 이 바닷가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눈에 보이는 주상절리와 귀로 들리는 파도소리의 조화는 수많은 이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은다. 이곳을 밤낮없이 찾는 이들을 위해 어둠이 내리면 영롱한 불빛의 산책로 조명이 길과 주변 바다를 밝힌다. 덕분에 평일 밤에도 걷는 이들을 심심찮게 만난다.
읍천항 부근에서는 몽돌해변과 언덕길 중에 선택해서 걸을 수 있다. |
파도소리 주상절리길 방향안내판. 이 길은 동해안 해파랑길 50개 코스 중 11코스와 노선을 공유한다(날개 좌우에 동그랗게 붙은 것이 해파랑길 상징 마크다. 붉은 색이 북쪽, 파란 색이 남쪽방면을 가리킨다.) |
경주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은 북쪽 끝인 읍천항에서 시작해도 되고, 남쪽인 하서항에서 첫걸음을 떼도 상관없다. 양쪽 모두 주차장과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고, 왕복해서 걸어도 4km에 불과해서 왕복 2시간이면 관람시간을 포함해서 충분하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하서항 진입로. |
하서항 북쪽 등대 입구. |
편의상 남쪽인 하서항에서 출발하는 것을 기준으로 설명한다. 한적한 포구였던 하서항은 파도소리길이 열리고 북적일 정도로 사람들이 찾자 펜션과 식당 등이 여럿 들어섰다. 또 하서항 북쪽 방파제는 사랑의 자물쇠를 채우는 ‘사랑의 열쇠’ 시설을 해놓아서 연인들의 방문욕구를 더 북돋운다.
하서항에서 파도소리길 시작지점인 해비치펜션 담장길 100m 구간은 파도소리길 중에서 바다에 가장 근접한다. 정확히 말하면 길과 바다의 경계가 파도 충격을 줄이는 테트라포트다. 따라서 길 바닥이 젖은 곳은 큰 파도가 칠 때 바닷물이 넘는 곳이므로 피해서 최대한 담장 쪽으로 붙어 걷는 것이 좋다.
구름 속으로도 파란 물빛이 스며드는 저녁 어스름, 주민들의 산책이 시작된다. |
길은 얼마 안가 답답하던 왼쪽 담장을 제치고 넓게 트인 공간으로 들어선다. 수천만 년 전에 태어난 주상절리가 쌓아놓은 가래떡 모양으로 여기저기 무심하게 던져진 첫인상이 강렬하다. 그리고 짧은 데크로 이어진 계단을 올라 언덕 위에서 주상절리와 바다를 발밑에 내려 보며 걷게 된다.
몽돌해변과 생을 함께 하는 파도소리길의 참나리꽃(왼쪽). 루트베키아, 개망초 등 다양한 꽃들이 더불어 반기는 길. |
이 길은 파도가 넘쳐드는 낮은 곳에서 시작하여 바다를 굽어보는 곳으로 이어지며 입체적인 바다경관을 눈에 담는다. 파도소리길을 걸으면 계속해서 이렇게 바다가 가깝고 멀어지기를 반복하는데, 그렇게 쉼 없이 달라지는 길의 변주가 파도소리길의 큰 장점이다. 여기에 제각각 모양이 달라지는 동해안 최대의 주상절리가 더해지며 이곳을 찾는 이들의 만족도를 급상승 시킨다.
야간조명이 불 밝히는 저녁마다 밤바다길 걷기의 향연이 시작된다. |
주상절리 두 번째 전망대를 지나면 멀리 새롭게 지어지는 주상절리 조망공원의 전망타워가 보인다. 2014년부터 공사를 시작했고, 2017년 9월 중순 개장을 목표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현재 조망공원 공사가 이뤄지는 곳은 동해안 주상절리의 꽃으로 불리는 ‘부채꼴 주상절리’가 있는 곳이다. 지금까지 보아온 주상절리가 단방향으로 뭉쳐있는 것과 달리 부채꼴 주상절리는 마치 부채를 펼친 것처럼 세 방향의 육각형 주상절리가 만나 아름다운 형상을 띤다.
부부 간의 고운 인연을 상징하는 자귀나무꽃이 활짝 핀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
파도소리길의 명물이 된 출렁다리. |
조망타워를 지난 뒤에 만나는 출렁다리에서 바라보는 경주의 바다경치 또한 시원하기 그지없다. 출렁다리를 지나 읍천항에 다다르면 오래 전에 조성된 벽화마을이 피날레를 알린다. 특히 어둠이 내릴 즈음 불 밝히는 파도소리길의 조명은 너무 강하지도 혹은 약하지도 않아 걷기에 알맞다. 조명을 받아 빛나는 밤바다의 물빛과 아련히 들리는 파돗소리, 쉼 없이 불어대는 바닷바람은 삶에 지친 심신의 스트레스를 몸 밖으로 밀어내기에 충분하다.
코스 요약
- 하서항~누워있는 주상절리~파도소리길 휴게소~조망공원(부채꼴 주상절리)~출렁다리~읍천항 벽화마을 (왕복 약 4km, 2시간 내외)
교통편
- 대중교통 : 양남방면 150번 버스(1시간 간격)를 타고 진리 정류장에서 하차, 하서항 방향으로 도보 약 7분이면 길 출발점에 도착.
- 주차장 : 하서항, 또는 읍천항 주차장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