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28.
어느새 새해도 1월 말이 다돼간다.
이틀이 하루처럼 지나가더니 언제부터인가 일주일이
반나절처럼, 한 달이 하루처럼 지나갔다.
썩을 대로 썩은 정치권의 내로남불과 치졸한 권력싸움을
보느라 지쳤기에 그들을 외면하고,
요즘은 트로트 경연대회인 MBN의 현역가왕과 TV조선의
미스트롯 3에 푹 빠졌다.
출연자들은 한결같이 각고의 노력과 훈련으로 회가 거듭
될수록 일취월장(日就月將)하고, 경연이 끝나면 경쟁상대를
안아주며 서로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경연은 숨도 가쁘지 않은지 어느새 예선을 거쳐 준결승을
치르며 서서히 결승을 향해 치닫는다.
현역가왕에서 내가 응원하던 레트로(retro) 창법의
'신미래'는 떨어지고,
미스트롯에서 '복지은' 등 우승후보로 꼽는 가수들이
화려한 안무와 함께 파워풀한 성량으로 관객을 즐겁게
한다.
한일전 대표를 뽑는 현역가왕에서 하얀 드레스를 입고 나온
가수 '린'이 가냘픈 손사위와 함께 '한오백년'을 부르고,
무반주로 시작하는 노래를 들으며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가에 눈물이 스며든다.
발라드 가수가 트로트 가수로 변신하고자 안감힘을 쓰며
부르는 노랫소리에 가슴이 저며오고 나도 모르게 어깨가
안으로 좁혀지니 그 노래에 감동을 했나 보다.
내가 언제 이렇게 노래 한곡에 몰두하고 가슴 저리고
아파한 때가 있었을까.
{ ♩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 말구~~♬ 절규(絶叫)를 하며 부르는
한오백년,
♬ 엄마! 엄마! ~~서럽게 부르는 사모곡 ♭,
♪ 엄마손은 약손 아가배는 똥배 ♬ } 등의 노래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서러워진 내 모습을 발견한다.
피를 토하듯 한(恨)을 절절히 풀어내고 뱉어내는 그녀들의
아름다운 모습과 소리에 진한 감동을 느끼며 창밖을 바라보는
내 눈가에 눈물방울과 함께 여운이 녹아내린다.
왕관을 쓰는 우승자는 단 한 사람이다.
누군가는 승자가 되고 많은 사람은 패자가 된다.
수십 년 내공을 쌓은 가수도, 신출내기 가수도 긴장을 하고,
감정을 몰입해 신들리듯 한을 절절히 토해내는 경연장에서
누군가는 용(龍)이 되어 승천을 하고, 누군가는 이무기로
끝날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잉어가 되어 등용문(登龍門)의 문턱인 하진(河津)
이라는 급류와 폭포를 뛰어넘어 푸른 용(龍)이 될 수도 있겠다.
두 경연대회에서 우승자는 각 1명이지만 용은 일곱 마리가
탄생하는데 출연자 다들 훌륭한 기량을 보이기에 누가 될지
점칠 수가 없다.
고생과 수양, 각고의 노력 끝에 급류를 제대로 훌쩍 넘은
7명의 잉어가 용이 되고, 푸른 비늘이 반짝거리는 여성
청룡으로 되는 날이 머지않았으니 그냥 묵묵히 지켜보며
응원이나 해야겠다.
2024. 1. 28.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