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이자 영화 감독인 폼포드의 <녹터널 애니멀스>를 보았습니다.
이 분의 예술적인 감수성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발휘되나 봅니다.
이 영화는 베니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으며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킥애스'에 왕따고교생이자 꺼벙한 히어로 연기를 했던 에런존슨이 이 영화에선 정말 싸이코패스 같은 악당으로 출연합니다.
같은 사람인지 몰라 볼 정도네요.
야행성 동물이라는 뜻의 '녹터널 애니멀스'는 오스틴라이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영화 개봉과 함께 국내에 출간됐다고 합니다.
미술관의 아트디렉터이자 대표인 수잔은 극도로 비만인 여성들을 주제로 전위적인 작품을 전시하면서 그들을 정크(쓰레기)라고 표현하는 여성입니다.
어느 날 온 소포에 손을 베이면서 열어보니 전 남편이 보내온 소설이 들어있습니다.
현재의 남편은 바쁜일이 있다며 그녀의 휴일 제안을 거절하고, 혼자 집에 있던 수잔은 전남편이 보내온 소설을 읽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현재의 수잔, 과거 남편인 에드워드와의 에피소드, 그리고 소설속의 주인공 토니 이렇게 세 가지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됩니다 (액자구성)
소설속 주인공 토니는 아내와 딸과 함께 휴가를 즐기기 위해 텍사스로 향합니다.
한밤 중에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불량배 세명에게 위협을 받게 됩니다.
토니와 그의 가족은 이 세 명의 불량배로부터 처절한 고통을 겪게 되는데...
수잔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왠지 이 소설의 내용이 본인과 무관하지 않음을 느끼게 됩니다.
이 영화는 본능과 이기심에 의해 타인에게 저지르는 위해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수잔의 전남편 에드워드는 소설 속의 토니와 동일한 캐릭터의 인물로 보입니다.
토니와 에드워드 두 사람의 역할을 제이크 질렌할이 1인 2역으로 연기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세 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지만 산만하지 않고 유기적으로 엮여 있습니다.
그리고 복잡한 해석이나 은유적인 표현을 찾지 않아도 몰입감있게 빠져드는 영화 입니다.
톰포드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답게 영상에서도 그의 스타일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특히 강렬한 빨간색과 녹색을 에피소드와 캐릭터의 이미지에 맞게 사용했습니다.
빨간색은 강렬한 본능, 또는 파멸을 의미하는 것 같고 녹색은 순수하고 유약함을 표현하는것으로 보입니다.
감독의 좋은 연출과 함께 배우들의 연기도 빛을 발합니다.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2회 수상에 에이미 아담스, 거장들의 뮤즈답게 팔색조같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20대의 수잔에서 나이든 현재의 수잔까지 확연하게 다른 느낌으로 연기합니다.
소설책을 읽는 장면 연기만으로도 그녀의 느낌을 표출합니다.
역시나 연기력으로 꿀릴 것이 없는 제이크질렌할의 연기도 훌륭합니다.
에드워드와 토니 두 역할을 했어야 했는데 마치 다른 두 개의 영화를 연기하듯 합니다.
제이크질렌할은 올 해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도 주연으로 출연하는데 정말 기대됩니다.
--------- 여기서부터 스포내용입니다. 영화를 안보신 분은 안읽으셔도 됩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상처입은자가 행하는 복수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수잔은 주목받지 못하는 소설을 쓰는 에드워드에게 흥미를 잃었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에게 불륜장면을 들키게 됩니다.
또한 그에게 성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지만 에드워드가 거절하죠.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욕구를 채워줄 성공과 남자를 찾아 떠나게 됩니다.
결혼 전에 수잔이 그녀의 엄마와 대화하는 장면도 그녀를 표현해줍니다.
"착하고 아직 성공 못한 토니가 너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것은 너를 위한 것이 아니고 착한 토니를 위한 것이다"
"딸은 엄마를 닮는 단다. 내가 그렇기 때문에 너도 그럴꺼야 살아보면 안다"
마치 우리나라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한 대화가 그녀와 그녀 엄마사이에 오갑니다.
에드워드와의 결혼이 그녀에겐 그냥 스쳐지나간 추억인 듯 보입니다.
그녀가 회상하는 추억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주를 이룹니다.
영화 중간에 수잔은 그녀가 구입한 그림(Revenge)도 기억 못하고
회사 직원과의 이야기에서도 사소한 일은 종종 잊는 듯합니다.
사필귀정인지 모르겠으나 그녀 또한 남편에게 배신을 당하는 일도 생깁니다.
에드워드는 그가 직접 체험한 일을 위주로 소설을 쓴다고 이야기 한 것 같은데..
수잔은 그가 평이하게 쓴 소설에 답답함을 느꼈었고 오랜 시간이 지나 도착한
소설 '녹터널 애니멀스'는 그답지 않게 매우 강렬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이런 소설이 나오도록 체험을 하게 한 사람이 본인임을 느낍니다.
마지막 장면 에드워드가 그녀가 만나자고 한 장소에 나오지 않았는데..
마지막까지 꼼꼼하게 복수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에드워드 또한 고민하지 않았을까요?
그녀에게 받은 상처만큼 그녀를 사랑했었고 소설을 통한 소심한 복수도
그녀에 대한 미련이 자리잡고 있지 않으면 못했을 일이니까요...
이 영화는 구조상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도 얼마든지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영화입니다. 제 감상평도 제 개인적인 생각일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소설속에 토니에게서도 수잔의 모습이 보인다고 생각이 듭니다.
결국 토니도 가족을 지키지는 못했으니까요..
감독은 각본을 쓰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자전적인 이야기가 됐다고 합니다.
이 영화에선 칼라가 객체를 표현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잔이 앉았던 소파, 소설속 모녀가 죽어있던 소파, 사무실 벽에도 강렬한 레드가 쓰이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 시작할 때 전위적인 예술(?)에서도 쓰이죠.
강렬한 레드는 욕구와 본능, 파멸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이고
그녀가 에드워드를 만나러 갈때 입었던 원피스나 소설 속 토니의 자동차에서의
그린은 도덕적인 선함과 유약함을 표현하는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의문스러운 점은 수잔이 딸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입니다.
회상씬에서 그녀는 낙태를 결심했는데 어떻게 딸이 있는 걸까요?
이 장면으로 인해 여러가지 방향성을 생각하게 됩니다.
'녹터널 애니멀스'는 몰입감 있는 영화였고 본 이후에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어떻게 조명을 받을지도 궁금하구요
기회되면 나중에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