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싫어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저를 무척이나 싫어하는 동료가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동기인 제가 더 많은 성과를 내서 시기질투를 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동료는 제가 판단하는 말을 많이 해서 싫고, 제가 이해득실을 따지는데 그걸 인정하지 않아서 싫다고 합니다. ‘주변에 친구가 없는 것만 봐도 너는 인생을 헛사는 것이다’ 하고 막말도 했습니다. 실제로 고마운 사람들이 저에게 아무 말 없이 떠난 경험이 있었던 터라 그 말이 제 마음에 콕 박혔습니다. 제 날카로움 때문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그것이 제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주는 것 같아 고통스럽습니다. 그 동료의 말이 제게 너무 상처가 돼서 휘둘리게 됩니다. 그 동료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제 험담을 해서 인간관계를 깨뜨리고 있습니다. 그 동료가 너무 밉습니다.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동료에 대한 미운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스님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직장에 다녀요?”
“네.”
“그 사람은 애인도 아니고, 남편도 아니고, 가족도 아니기 때문에 질문자가 그 직장을 그만둬버리면 그 사람하고는 만날 일이 없어지잖아요. 직장을 그만둬 버리는 길이 제일 쉽지 않을까요? 그 길을 선택하면 되는데 왜 선택을 못하는 거예요?”
“고민해 보긴 했는데 너무 싫은 그 친구 때문에 직장을 포기하는 게 좀 억울한 감정이 듭니다.”
“그 친구 때문에 직장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렇지요. ‘방콕이 음식도 싸고 구경거리도 많아 좋은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못 살겠다’, ‘인도가 너무 좋은데 거리가 너무 지저분해서 못 살겠다’ 이런 생각들은 그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나에게 좋은 걸 내가 선택하면 되는 것이지 상대를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디를 가도 모든 사람에게는 다 그런 요소도 있고, 모든 상황에는 그런 일이 생길 소지가 있습니다. 그 회사가 좋지만 그런 친구나 그런 상사가 있는 게 또한 그 회사의 현실이잖아요. 그게 도저히 싫어서 못 견디겠다면 그냥 회사를 그만두면 됩니다. 그 친구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하고 회사에서 내가 얻는 이익하고 둘을 비교해 보면 어때요? 아직은 회사에서 얻는 이익이 더 많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거겠죠. 어떻게 생각해요?”
“맞는 것 같습니다. 일도 너무 재밌어서 계속하고 싶은데, 그 동료를 매일 봐야 하는 게 고통스러운 마음입니다.”
“그 동료는 내가 바라는 만큼의 좋은 사람은 아닐지라도 회사에서는 그런 사람도 필요하니까 그냥 두고 보는 게 아닐까요? 모든 사람이 그 사람은 필요 없다고 한다면 벌써 회사에서 그 사람을 내보냈겠지 왜 남아 있겠어요? 그러니 그 사람도 내가 좋아하는 회사의 일부예요. 그걸 감안하고 내가 이 회사에 다닐지 말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게 도저히 싫으면 아무리 회사가 월급도 많이 주고 일이 재미있다 하더라도 포기해야 합니다.
남자가 인물도 잘생겼고, 돈도 많고, 똑똑하고, 다 좋은데 자꾸 바람을 피운다면 내가 선택해야 될 거 아니에요? 남자가 바람피우는 걸 받아들이고 같이 살든지, 다른 열 가지가 좋아도 나는 바람피우는 남자는 싫다고 하면 그만두든지, 둘 중에 자기가 선택을 해야지요.
‘그 남자는 바람만 안 피우면 참 좋은데’ 이런 얘기는 할 필요가 없어요. ‘이 회사는 다 좋은데 그거 하나만 문제다’ 이런 얘기도 할 필요가 없어요. 상사 문제도, 동료 문제도, 아랫사람 문제도, 월급 문제도 다 감안을 해보니까 아직은 회사를 다니는 게 이익이 많은 겁니다. 그래서 지금 그 회사를 다니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도 '이것만 없었으면 좋겠다' 자꾸 이런 생각을 하니까 괴로운 것입니다. 그 사람도 그냥 이 세상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예요. 세상 어디를 가든지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어요. 그 사람이 '네가 뭐 잘났어? 네가 문제야' 이렇게 얘기할 때 그 말이 일리가 있으면 '그래, 당신 말이 맞네' 이렇게 받아들이면 되고, 일리가 없으면 '그건 당신의 관점이니까 당신 혼자 그렇게 생각해라. 나는 나대로 산다'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그 사람이 저를 바라보는 모습이 사실일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그 사람이 저의 문제점을 얘기했을 때 자꾸 그 말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세상에 어떤 주장도 사실은 없습니다. 그 사람이 얘기하는 것은 그 사람의 관점이에요. 나를 좋다는 사람의 말도 사실이 아니라 그 사람의 관점이에요. 내가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면 그 무리 속에서는 그런 관점을 갖는 사람이 많은 것일 뿐입니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어떤 사실에도 좋고 나쁨이 없다는 것입니다. 좋고 나쁨이라는 것은 사람의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보는 관점에서 ‘좋다’, ‘나쁘다’ 하고 말하는 것이지 사실은 좋은 것도 없고 나쁜 것도 없습니다. 옳은 것도 없고, 그른 것도 없습니다. 공(空)입니다. 사실은 공(空)이기 때문에 ‘내가 나쁜 게 사실일까’, ‘내가 좋은 게 사실일까’ 이런 생각 자체가 잘못된 거예요. ‘신이 있는 게 사실일까’, ‘신이 없는 게 사실일까’ 이런 생각도 잘못된 겁니다. 이 사람은 신이 있다고 믿는 것이고, 저 사람은 신이 없다고 믿을 뿐이에요. ‘두 사람의 믿음이 서로 다르구나’ 이렇게 바라봐야 합니다.
회사 동료들 중에 어떤 사람은 내가 너무 잘난 척한다고 봅니다. 어떤 사람은 나를 똑똑하다고 봅니다. 어떤 사람은 나를 솔직하다고 봅니다. 이렇게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서로 다릅니다. '이 사람은 이렇게 보네‘, ’저 사람은 저렇게 보네' 이렇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런데 나를 칭찬하는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고, 나를 나쁘게 보는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나쁘죠. 그래서 인생살이가 좋았다 나빴다 하며 힘들어지는 겁니다.
'세상 사람들 중에는 이렇게 보는 사람도 있고, 저렇게 보는 사람도 있구나!'
이렇게 받아들이면 아무 문제도 없어요. 질문자는 모든 사람이 나를 좋게 봐주기를 원하기 때문에 지금 괴로운 겁니다. ‘사람들은 다 자기 마음대로 보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리고 나를 험담하고 다니는 사람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초기에는 조금 기분이 나쁩니다. 그 사람이 나를 험담하고 다녀서 내 이미지가 나빠지니까요.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알고 봤더니 그 사람 안 그렇네. 생각보다 괜찮다' 이렇게 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금 크게 보면 별 문제가 아니에요. 그래서 스님이 처음부터 얘기를 듣자마자 웃은 겁니다. 별일 아니기 때문이에요. 이런 게 인간 세상입니다.”
“그렇다면 그 동료를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계속 살아도 될까요?”
“미워하면 질문자가 손해죠. 그 사람은 그냥 자기가 생긴 대로 사는데 내가 그 사람을 미워하면 나만 괴롭지요. 질문자가 바보라면 그 사람을 계속 미워하면서 사세요. '그래봤자 나만 손해네' 하는 생각이 들면 미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 사람은 미워할 대상도 아니고, 칭찬할 대상도 아닙니다. 그 사람은 그냥 그렇게 말할 뿐이에요.”
“감사합니다.”
“그 사람을 계속 미워하면서 괴롭게 사는 것도 질문자의 선택이고, '알고 봤더니 그렇게 생긴 인간이네. 미워해봤자 나만 손해네' 하고 미움을 털어버리고 사는 것도 질문자의 선택이에요.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도 나의 관점일 뿐입니다. 누군가는 그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것도 그 사람의 관점이에요. 그 사람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바라보는 것일 뿐입니다.
어떤 사람은 고양이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고양이를 싫어합니다. 그건 그 사람의 취향이지, 고양이나 개에게 좋아할 만한 요소가 있거나 싫어할 만한 요소가 있는 게 아니에요. 그냥 고양이는 한 마리 짐승이고, 개도 한 마리 짐승인데,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뿐입니다. 그걸 보고 내가 미워하면 나만 손해지요. 산에 가서 나무가 크다고 기분 나빠하고, 나무가 작다고 기분 나빠하고, 그러면 나만 괴롭습니다.
산에는 큰 나무도 있고, 작은 나무도 있고, 양지에서 자라는 식물도 있고, 음지에서 자라는 식물도 있고, 다양한 종류가 있잖아요. 그것처럼 사람도 생긴 것이 다양하고, 얼굴 빛깔도 다양하고, 성격도 다양하고, 믿음도 다양하고, 취향도 다양합니다. 내가 볼 때는 왜 저렇게 생겼나 하지만 그렇게 태어난 걸 어떡해요? 내가 볼 때는 사람이 왜 저런 생각을 하나 싶지만 그 사람은 태어나서 그렇게밖에 생각을 못 하는 걸 어떡해요? 왜 저 사람은 저걸 믿나 하지만 저 사람은 어릴 때부터 부모도 그렇게 믿었는 걸 어떡해요? 그게 안 좋아 보이면 나는 그렇게 안 하면 될 뿐입니다. 그러면 질문자의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질문자가 좀 더 지혜롭다면 그런 사람 때문에 회사를 때려치울 필요가 없는 겁니다. 질문자가 어리석으면 동료가 내 마음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회사를 때려치우게 되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 사람이 저를 참 힘들게 하긴 했지만 세상에는 그런 일이 늘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그 사람이 나를 힘들게 한 게 아니에요. '그 사람을 보고 내가 힘들었다' 이렇게 표현해야 됩니다. 나를 힘들게 하려고 그렇게 말했는지 그 사람한테 한 번 물어보세요. 그 사람은 그냥 자기가 느낀 대로 말했을 뿐이지, 질문자를 괴롭히려고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라고 대답할 겁니다. 자기 성질을 못 이겨서 그렇게 말했을 뿐이에요. 그러니 ‘그 사람이 나를 힘들게 했다’ 이렇게 보지 말고 ‘그 사람 행동을 보고 내가 힘들어했네. 그래봐야 나만 손해네’ 이렇게 받아들여 보세요. 그런 사람도 세상의 한 부분으로 보면 됩니다. 그 사람 때문에 내가 괜히 힘들어할 필요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