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시내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13곳 중 8곳을 무더기로 지정 취소하면서 일대 집값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성동구, 마포구, 동대문구 등 비강남권 자사고가 폐지되면 대치동, 목동 등 학원가가 형성된 지역의 집값이 더 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대학 입시에 내신 비중이 높아진 만큼 미풍에 그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1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운영성과 평가를 통해 △경희고(동대문구) △배재고(강동구) △세화고(서초구) △숭문고(마포구) △신일고(강북구) △이대부고(서대문구) △중앙고(종로구) △한대부고(성동구) 등 8개 자사고가 지정취소 절차를 진행한다.
이 가운데 서초구 세화고와 광의의 강남권으로 분류되는 강동구 배재고를 제외한 6곳이 비강남권 지역이다. 세화고와 배재고는 지난해 각각 25명, 12명의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해 서울대 진학률 상위 50위권에 포함됐다.
일각에선 비강남권 지역 자사고 해제로 일대 집값 하락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요한 입지 여건의 하나인 교육 관련 메리트가 약해진다는 인식에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만혼,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면서 과거처럼 교육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이나 그동안 비강남권 지역의 자사고와 특목고 등이 강남권 부동산 수요를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대 집값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견해도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마포구, 성동구, 서대문구, 동대문구 등은 학군이 아닌 직주근접 수요로 집값이 오른 지역”이라며 “지역 내 자사고가 폐지된다고 해도 집값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사고 감소로 강남, 서초, 양천 등 학원가가 밀집된 지역의 집값이 더 뛸 것이란 관측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권에 있는 자사고는 일반고로 전환되더라도 주변 학군이 좋기 때문에 큰 타격이 없다”며 “문제는 비강남권 자사고 폐지인데,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이 모인 학교가 사라지면 학원가가 밀집된 지역으로 교육 수요가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교육 특화지역인 대치동, 목동 일대 전셋값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자사고 폐지에 따른 강남8학군 부활이 현실화될지는 학교 배정을 앞둔 내년 초 이사철에 대치동, 목동 지역 등의 전셋값 동향으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된 입시 제도로 자사고 폐지가 강남권 아파트 가격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내신의 영향력이 예전보다 확대된 현 입시체계에서 강남8학군이 부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강남권 집값이 단기간 많이 올라 진입장벽이 높아진 상황이라 평준화 정책이 매매가격을 끌어올린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엄식 기자 us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