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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억은 몇 가지로 나눌 수 있을까?
1. 지속시간에 따라 감각기억, 단기기억, 장기기억
기억을 지속 시간에 따라 감각저장, 단기기억(작업기억), 장기기억으로 나누며 이들은 부호화, 파지, 인출 단계에서 처리 방식이 다르다. 기억을 더 나눌 필요는 없을까? 많은 심리학자들은 작업기억과 장기기억은 다시 몇 가지로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들리는 작업기억(단기기억)을
1)중앙집행기-처리
2)음운루프-언어정보와 시 · 공간정보를 일시적으로 저장
3)시 · 공간 잡기장
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나누었다. 중앙집행기는 처리와 관련이 있다는 것과 언어정보와 시 · 공간정보를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저장소로 성격을 규정한 음운루프와 시 · 공간잡기장은 서로 독립적일 수 있다는 것은 여러 연구들에서 검증되었다.
장기기억은 어떻게 나누면 좋을까? 장기기억을 나누는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여기서는 자신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지 여부에 따라 외현기억과 암묵기억의 두 가지로 나눈 다음, 외현기억과 암묵기억을 다시 몇 가지로 나누어보는 분류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외현기억(망각 진행)과 암묵기억(망각 미진행)
외현기억과 암묵기억은 자각 여부 외에도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외현기억과는 달리 암묵기억은 망각이 별로 일어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처리 깊이도 기억 수행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기억상실증 환자의 경우, 외현기억은 장애를 보이지만 암묵기억은 장애를 보여 주지 않는다. 기억상실증 환자 H.M. 에게 두 개의 윤곽선으로 된 복잡한 형태를 거울을 통해 보면서 형태를 둘러싼 두 윤곽선 사이로 선을 그리는 과제를 하루에 10번씩 3일 동안 하게 하였다. 둘째날 그 과제를 다시 수행하게 하면 그 과제를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첫날보다 선을 벗어나는 오류를 범하는 횟수가 줄어들어 학습이 일어났음을 보여 주었다. 즉 외현기억에서는 장애를 보여 주었으나 암묵기억에서는 장애를 보여 주지 않았다. 또 외현기억과 암묵기억은 각기 관련된 뇌 영역도 다르다.
외현기억은 의미기억과 일화기억으로 분류
-의미기억-어제 어디서 학습했는지와 무관
-일화기억- 정보를 획득한 시간적, 공간적 정보가 그 정보의 인출이나 사용에 관련이 있는 기억
자신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외현기억은 다시 의미기억과 일화기억으로 나뉜다. 의미기억은 이후에 그 정보를 인출하는 데 우리가 그 정보를 언제 어디서 학습했는지가 관련이 없는 기억이다. 단어에 대한 지식이 대표적인 의미 기억이다. 일화기억은 정보를 획득한 시간적, 공간적 정보가 그 정보의 인출이나 사용에 관련이 있는 기억이다. 좀 전에 학습한 실험 목록에 어떤 단어가 있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재인과제는 일화기억을 측정한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암묵기억에는 반복점화, 절차기술, 조건형성, 습관화 등이 포함된다. 이전에 보거나 들은 적이 있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지만 그 자극이 다시 제시되면 수행이 향상되는 것을 의미하는 반복점화가 암묵기억의 대표적인 예이다.
단어 목록을 하나씩 보여 준 다음, 목록에 있던 단어와 그렇지 않은 단어들에 대해 목록에 있었는지 판단하게 하는 재인과제를 실시하면 목록에 있었다는 것을 재인하지 못하는 단어들이 있다. 재인 실험을 마치고 이어서 단어의 철자 중 일부분만 알려 주고 그 철자들로 만들어지는 단어를 말하게 하는 단어완성 과제를 시켜보면 일부분만 보여 준 단어가 목록에 없던 단어일 때보다 재인은 못했지만 목록에 있던 단어일 때 단어를 훨씬 더 잘 완성해 낸다. 이것이 반복점화이다.
절차 기술은 넘어지려는 자전거를 넘어지지 않고 타기와 같이 어떤 작업을 하는 절차 등에 관한 지식을 말하는데 절차 기술은 그 내용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고전적 조건형성 그리고 자극에 반복 노출되면 자극에 대한 반응성이 줄어드는 습관화도 암묵기억의 일종이다.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특징적인 기억들
1. 섬광기억- 충격적 사건 기억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에서 잘 알려져 있듯이 장기기억은 망각이 급속히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건이 일어난 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생생히 기억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성수대교 붕괴 사고 같은 충격적인 사건의 경우, 그 소식을 어디서 들었는지, 누구에게서 들었는지,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어떤 기분이었는지 등을 세세히 기억해 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기억을 섬광기억(flashbulb memory)이라고 부른다.
섬광기억 현상은 장기기억은 급속히 망각된다는 생각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현상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섬광기억은 본인이나 주위 사람들이 그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더 자주 되뇌고 반복적으로 인출한 결과일 뿐, 질적으로 다른 기억이라고 보아야 할 근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2. 사진에 대한 기억
일반적으로 장기기억의 인출은 급속히 감소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정확히 기억되는 경우도 있다. 고등학교 동창의 사진이나 외국어 단어의 뜻과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바릭과 그의 동료가 발표한 연구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34년이 지난 후에도 동창들의 90% 이상을 졸업사진에서 재인하였다. 사진에는 단어에 비해 정보들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부호화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사람들은 어렸을 때 살던 동네에 대해 40년이 지난 후에도 많은 부분을 기억하였다. 이 연구들은 과잉학습을 하고 분산학습을 한 경우, 지속적으로 기억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3. 건망증
나이를 먹으면 건망증을 많이 호소하는데 건망증은 왜 생기는 것일까? 익숙한 사건인 경우, 주위를 적게 기울일 가능성이 높고 그 사건에 관한 도식을 이용해서 부호화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사건에 비해 많은 부분을 생략해서 부호화할 가능성이 높다. 주의를 제대로 기울이지 않고 대충 부호화할 가능성은 동시에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 경우에 더 높다. 더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에 부수적인 일은 제대로 부호화가 되지 않고 그 결과, 기억을 하지 못하는 건망증을 경험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안타까운 일은 앞으로 할 일에 대한 기억에서 더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기억을 잘 하는 법
기억 과정을 부호화, 파지, 인출의 세 단계로 나누는데 현재 많이 알려진 기억 향상 전략들은 대부분 인출이 용이한 정보들과 연결하거나 관련된 내용을 조직화하게 해서 부호화를 잘 하게 하는 방법들이다.
기억해야 할 항목들 간에 연관성이 별로 없는 경우는 인출이 용이하도록 언어적 체제화를 하거나 심상을 이용한 체제화를 하는 방안들이 권장되고 있다. 반면, 기억해야 할 정보 간에 의미적인 연관성이 있는 경우는 정교화와 조직화를 하는 방안들이 권장되고 있다.
언어적 체제화를 이용하는 방법은 첫 글자만을 이어서 외우는 방법이 잘 알려져 있고 영어에서는 운율을 이용해서 조직화하는 방법등이 알려져 있다. 심상을 이용한 체제화 방법은 익숙한 인출단서와 기억해야 할 정보를 연결하는 심상을 만들어서 학습한 후에 인출할 때 이 심상을 이용하는 방법인데 장소법, 걸이단어법, 핵단어법이 잘 알려져 있다. 즉 이 방법들은 쉽게 인출할 수 있는 장소나 걸이단어(peg word)나 핵단어(keyword)와 기억해야 하는 단어들을 연합하는 심상을 형성하게 한다. 그래서 나중에 인출할 때는 장소, 걸이단어, 핵단어에서 인출된 심상에서 해당 단어나 정보를 찾아서 인출하는 방법이다.
'장소법'은 기억해야 할 항목들을 익숙한 건물이나 자주 다니는 길에 있는 주요한 대상들과 연합한 심상을 만들게 하는 방법이다. 걸이단어법에서는 학습을 통해 익숙해진 걸이단어를 이용해 심상을 만든 다음, 이 심상을 이용해 인출하는 방법이다. 핵단어법은 외국어 단어 학습에서 권장되는 방법이다. 외국어 단어 학습에서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단어의 뜻을 익히는 것이다. 그래서 외국어 단어와 그 단어의 뜻을 이어주는 핵단어를 만든 다음, 이 핵단어와 뜻을 연결하는 심상을 만드는 방법이다. 핵단어를 만드는 방법으로 널리 알려진 방법은 외국어 단어와 발음이 유사한 모국어 단어를 핵단어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즉 외국어 단어에서 핵단어를 연상해 낸 다음, 이 핵단어와 외국어 단어의 뜻이 연결된 심상을 인출하는 방법이다.
SQ3R, PR4R 방법- 분류, 평가, 요약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고 그 내용을 기억해야 하는 경우는 기억해야 하는 내용 사이에 의미적인 연관성이 있으므로 이를 사용하여 조직화하고 정교화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다. 토마스와 로빈슨이 제안한 SQ3R, PR4R 방법이 대표적인 방법인데 중요한 내용들을 연결하는 정교화 처리와 조직화 처리를 요구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목차, 요약 등을 보고 몇 개의 부분들로 나눈 다음, 각 부분별로 질문을 만들고 책을 읽고 나서 이전에 만든 질문에 대해 답을 한 다음, 그 답에 대해 평가를 한다. 만약 답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해당 부분을 읽고 답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다시 한다. 마지막으로 글의 내용을 요약해 보는 것이다.
시험에 대비해 학습할 내용을 몇 번에 나누어 학습하는 분산학습도 효과적일 수 있다. 분산학습에 대비되는 방법은 한 번에 오랫동안 학습하는 집중학습인데 분산학습을 하면 학습 맥락이 다양해져 인출 단서가 다양해질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유념할 점은 학습하자마자 검사할 경우는 집중학습이 효과적이었다는 결과가 보고된 적도 있었다는 점이다.
어떤 인출 단서가 사용되는가가 인출 성공에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효과적인 인출 단서를 찾아내 사용하는 것을 익히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억을 잘 하기 위해서는 부호화가 잘 되어야 하므로 과잉학습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과잉학습이란 학습할 내용을 한 번 제대로 인출하면 거기서 학습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후에도 조금 더 학습하는 것을 가리키는데 학습할 내용이 자신에게 중요할 경우는 과잉학습을 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려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