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손녀, 그 지혜와 키가 자라가며 사랑..
입추가 지나도 여전히 후덥지근하다.
휴가는 꿈도 못 꿀 형편이다.
묵묵히 자리 지키는 일에 감사할 따름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
근처 도서관이 최상의 피서지였다.
벚나무에 붙어 우는 매미 떼 창에 귀 창 떨어질 것 같았다.
두꺼운 교리 책장을 넘기는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공부벌레들의 숨죽인 열공에 보이지 않은 철벽을 쳤다.
집중하는 시간, 아들 전화지만 참았다.
점심 먹기 위해 나서며 장남 목소리를 들었다.
며느리가 예정일보다 보름 앞서 출산할 계획이란다.
태아가 거꾸로 선 이유였다.
아내가 물구나무서기를 자주 하라 권했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늦을수록 산모보다 아이가 힘들다’는 진단에 제왕 절개를 택하였다.
폭염에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수술실 들어가기 전 며느리에게 기도하려고 찾았지만 한발 늦었다.
분만실에 입실한지 얼마 안 되어 아이가 태어났다.
아들이 보내 준 신생아 사진을 봤다.
갓난아이가 배내옷에 싸여 크게 울었다.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머리카락이 새까맣게 보였다.
축하 문자를 띄웠다.
‘찬영아 축하한다.
효진아 수고 많았다.
네 딸이 엄마 아빠 빨리 보고 싶었나 보다.
예쁘고 건강하게 태어나 정말 감사하다.
한 아기의 출생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 일생을 가져온 가정의 큰 선물이다.
축하하고 축복받을 마땅한 사건이다.
이제 차츰 실감 나게 될 거다.
날마다 생명의 풍성함을 맛보아 알고 누림의 복이 크리라 확신한다.
하루하루 강건하게 무럭무럭 자라도록 기도할게..
산모 건강 회복 위해 잘 챙기고 마음껏 섬겨라.
행복한 믿음의 가문 잘 이어 가길 바란다.’
‘네 아빠, 효진이는 아직 수술 중이에요.
기도해 주세요.’ ‘그래, 알았다.’
친손녀 이름을 미리 ‘주아’로 지었다.
주님의 아이로 예쁘게 자라길 마음에 담아 예쁠 주(姝),
예쁠 아(娥)의 한자를 썼다.
이름처럼 예뻤다.
산모는 나흘간 입원하고 산후조리원으로 갔다.
난 코로나 검사 절차로 접근하기 어려워 축하금만 보냈다.
조만간 방문할 계획이다.
짧은 동영상을 보내 줘 봤다.
하얀 옷 입은 아기 천사였다.
눈을 떴다 감았다.
입도 벌리고 웃었다.
까만 눈동자로 뚫어지게 보다 눈물이 크렁크렁 맺혔다.
새로운 가정을 꾸린 지 4년 만에 얻은 열매였다.
아들 32세, 나보다 4년 늦은 결혼이었다.
평소 아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난 아버지에게 좋은 직장을 알선 받았다.
넌 나에게 좋은 교회를 소개받았으니 만족하게 여겨라.
믿음의 가문을 알차게 이어 가라’는 부탁이었다.
하지만 동갑내기 결혼 대상자의 믿음이 어렸다.
그래도 예수 잘 믿고 세례 받을 조건으로 맞이하였다.
옥토에서 말씀이 자랐다.
코로나로 우여곡절을 겪으며 세례를 받았다.
‘위 사람은 2022년 4월 10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본 교회의 세례교인이 되었음을 증명합니다.
주후 2022년 4월 10일 신반포중앙교회 담임목사 김지훈’
세례 증서와 꽃을 든 모습 보고 ‘참 예쁘다. 너도 그렇다.’
짤막하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그 후로 아내와 더 기도하며 친 손을 기다렸다.
아내는 ‘아이 낳는 것 미루다 막내보다 늦을 수 있다’는
압력을 장남에게 넣었다.
장가 안 간 막내를 들먹이며 김칫국부터 마셨다.
그 부담에 설날 방문한 며느리가 임신 소식 전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마음의 짐을 벗은 감동에 울컥하였다.
뒤돌아서 금일봉을 담아 전하며 위로를 건넸다.
주일 예배 함께 드리며 감사 예물을 올렸다.
난 아내와 출산 날을 기다리며 기도할 뿐이었다.
아들 부부가 산부인과 다녀와 태아 초음파 사진을 보냈다.
기쁨과 감격이 쌓여 축하 글을 남겼다.
‘신기한 선물로 아이가 우리 가문에 들어왔다.
하나님의 축복이요 복덩어리임이 틀림없다.
기도하고 준비 잘하렴.. 효진이 잘 도와줘라.’
‘네 아빠, 열심히 기도하고 도움 줄게요. 감사해요’
받아 놓은 날이라 빨리 지났다.
태어날 아이 영접 위해 7월 말 새로운 보금자리에 둥지를 틀었다.
사는 곳이 남양주라 힘든 이사 일을 거들지 못했지만
‘기도해 준 도움이 컸다’고 며느리가 감사 문자를 보냈다.
바로 시부의 마음을 보탰다.
‘그래 고맙다. 어둡고 험난한 세상 믿음의 길 가면
행복한 삶이 드리울 게다.
인생은 나그네 길, 늘 이사 가는 삶의 연속이지..
하지만 본향을 향한 중심만 세워 나가면 더 튼실해질 거다.
너와 나 인생의 만남과 헤어짐이 쉽지 않다.
그러나 하나님의 섭리를 깨달으면 모든 것이 은혜다.
곧 출산을 앞두고 우리 가문에 방문할 주님의 아이가 축복의 선물이다.
믿음으로 환영하며 가장 귀한 보물로 여기고 싶다.
부디 영육이 강건하여 새로운 역사의 현장을 우리 함께 써 내려가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모두의 기쁨을 위해.. ’
‘네~ 아버님~ 말씀 한 줄 한 줄이 너무 큰 위로와 감동이어요~’
반응한 마음이 고왔다.
‘그래. 힘내렴. 기도할게..’
며칠 전, ‘아버님, 주아는 하루하루 잘 크고 있어요~’
아이 사진이 보냈다.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예쁘다’더니 볼수록 정이 들었다.
성형 위해 적금 넣을 필요가 없었다.
‘너무 예쁘다. 건강하게 자라 고맙다.
먹고 자는 것과 배설 잘한 일이 중요하겠다.
왕의 DNA보다 주님의 아이(주아)로 성장하는 모습 기대하며 기도한다.
주아로 행복하고 만족하렴’
‘네 아버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하신 일이 놀랍다.
두 88년생이 8월 8일 낳았다.
아홉 살 외손녀는 8월 9일생,
내년부터 거룩한 부담을 안고 이틀간 두 손녀 생일을 챙겨야 할 판이다.
문제는 호주머니나
그 지혜와 그 키가 자라가며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 사랑스러워가길 바란다
2023. 8. 19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