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길을 가는 것보다 초행길을 가려면 아무래도 출발부터 마음이 무겁고 산란합니다. 이리저리 마구 질주하는 수많은 차량 속에서 이 길로 들어서야 할지, 저 길로 들어서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가운데 마음은 긴장되고 초조하기만 합니다. 운전하는 사람이 불안하면 함께 차를 탄 사람들까지도 즐거운 여행이 되지 못하고 불편한 마음으로 여행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차 안에 최신 업그레이드된 네비게이션이 있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네비게이션이 말하는 대로 500미터 더 가라면 가고, 우회전하라면 우회전하고, 좌회전하라면 좌회전하면서 동행한 사람과 편안한 담소를 즐기며 원하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습니다.
살면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과연 잘하고 있는 일인지, 내가 정말 잘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최선의 삶을 사는 것인지,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갑작스런 의문으로 마음이 산란해질 때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토마스 역시 “주님, 저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5절)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 여정의 네비게이션은 예수님이십니다. 네이게이션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새로 생긴 길도 아무런 문제 없이 찾아갈 수 있듯이, 예수님의 말씀도 날마다 묵상하고 마음에 새겨 방향을 잃지 않아야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에 헤매지 않고 곧장 도달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분이 바로 우리 여정의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십니다. 초행길을 네비게이션에 의지하여 즐겁게 여행하면서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하듯이, 우리 인생길도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 사랑의 길을 따라 믿고 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영원한 삶이라는 목적지에 틀림없이 도달해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가시는 길은 바로 사랑의 길입니다.
최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