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원 치매센터에
모든 걸 다 잊은 몸들이
오직 하루 세끼 챙기는 힘으로 버티고 있다
꼬박 꼬박 꼬박
악착같은 허기가 그들을 놓지 않는다
거처란
밥을 해결하는 곳, 그곳이 바로 절명지 아닐까
처음부터 우리는 허기의 먹이였으니
머리부터 차례로 들이밀며
온 몸 고스란히 그 입 속에 갖다 바치느라
평생 먹는 일이 최선이었다
무엇을 먹는지 무엇에 먹히는지
고통도 없이
서로가 서로를 잊어버린 사마귀처럼
아내 얼굴도 남편 얼굴도 까마득히 잊은 채
끄덕 끄덕 끄덕
말없이 밥만 떠 넣는 저 무표정
덩그러니 남은 몸은 허기의 부표 같다
[어두워서 좋은 지금],천년의시작, 2011.
첫댓글 악착같이 사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어금니 꽉 깨물고 버텼는데 이제 다 잊고 평안을 얻으면 좋은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