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파괴력을 갖지만 때로는 멈추기도 한다.
속도에 떠밀려 변화하는 시대에 시간이 정지해
있는 풍경은 뭉클하다.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중앙선 화본역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꼽아서 인지 나도 덩달아 아름다워 보인다. 지금은 기차가 서지 않는 폐역으로 옛 모습을 살려서 복원했다. 주민들이 과거 이 역을 이용하여 신녕과 영천시장을 오가던 생활의 터전 노릇을 하였다고 한다.
복원하여 보존 유지하는 것은 이 역이 지내 온 삶의 밀도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청운의 꿈을 안고 도시로 간 출발점이 되기도 하고 만남과 이별의 공간, 그리고 삶의 현장에서 겪는 애환이 함께 했기에 그 소명을 다했어도 남기고 싶은 역이 되었을 것이다. 물매가 가파른 맞배지붕과 그 아래를 받치고 있는 박공벽은 추억과 그리움이다.
역사 가까이 급수탑이 있다. 1930년대 말에 지어진 것으로 높이가 25미터로 꼭대기에 물탱크가 있고, 하단 지름이 5미터이며 내부에 관이 두 개 있는데 물탱크에 물을 끌어 올리는 것과 저장한 물을 증기기관차에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벽면에 당시 인부가 쓴 석탄정돈 석탄절약이라는 글씨가 눈길을 끈다.
역의 남쪽에 당시 쓰던 철도관사가 개망초 무더기 사이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현대를 속도 막시즘의 시대라고 하던가. 기차가 서지 않는 속도의 유배지 같은 간이역에 한 번 쯤 유폐 당해보는 것은 어떨까?
첫댓글
시간의 유배지 화본역
배워 주셨어 감사합니다~~^^
과연 시간이 유배된 기차역이 맞군요. 중앙선 태백선의 고지대 철도역은 정다운 추억의 시골집 같은 역이 여럿 있죠. 경춘선을 타고 김유정을 만나러 가면 새로 지은 화려하고 큰 역사 옆에 원래의 역사를 부수지 않고 보존하고 있어 오고가는 방문객들에게 추억을 선사하죠. 화본역도 그리 보존하고 있군요. 잘한 일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화본리 다녀온지 8년정도 되었던거 같습니다, 개망초가 뒤덮힌곳 추억을 살려준 좋은곳 다녀오셔서 사진 올려주셔서 또 회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