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564호]
홍연(紅緣)
안예은
세상에 처음 날 때 인연인 사람들은 손과 손에 붉은 실이 이어진 채 온다 했죠
당신이 어디 있든 내가 찾을 수 있게 손과 손에 붉은 실이 이어진 채 왔다 했죠
눈물진 나의 뺨을 쓰담아 주면서도 다른 손은 칼을 거두지 않네 또 다시 사라져
산산이 부서지는 눈부신 우리의 날들이 다시는 오지 못할 어둠으로 가네
아아 아아아 아아아 고운 그대 얼굴에 피를 닦아주오
나의 모든 것들이 손대면 사라질 듯 끝도 없이 겁이 나서 무엇도 할 수 없다 했죠
아픈 내 목소리에 입맞춰 주면서도 시선 끝엔 내가 있지를 않네 또 다시 사라져
아득히 멀어지는 찬란한 우리의 날들이 다시는 오지 못할 어둠으로 가네
산산이 부서지는 눈부신 우리의 날들이 다시는 오지 못할 어둠으로
당신은 세상에게 죽고 나는 너를 잃었어 돌아올 수가 없네 다시 돌아올 수가 없네
아아 아아아 아아아 고운 그대 얼굴에 피를 닦아주오
- 안예은 첫 정규앨범, 『안예은』(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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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을 아시는지요? 케이팝스타 시즌5에서 혜성처럼 등장했을 때만 해도 뛰어난 신인 아티스트의 출현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본인의 정규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의 작사/작곡/편곡 그리고 노래까지 본인 혼자 만든, 드라마 역적의 삽입곡을 전부 혼자 작업한, 그는 천재 아티스트였습니다.
30년 전 스물여섯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유재하. 그의 첫 앨범이자 유고 앨범인 『사랑하기 때문에』(1987) 이후 저를 가장 경악하게 만든 사건이었습니다.
저 '홍연'은 그가 영화 '왕의 남자'를 보고서, 연산군의 시점으로 쓴 시(가사)입니다.
발군의 피아노 연주 실력이야 그렇다 해도, 타고난 음감(音感)과 음색(音色)이야 그렇다 해도, 저런 문장과 감수성까지 겸비하였으니, 이거야 원 물건도 이런 물건이 없습니다.
그런 그를 지난 여름 만났더랬습니다.
그의 진솔한 얘기를 이제서야 정리하였고, 태백 9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그가 이번에 미니 앨범과 함께 단독공연 '비밀서랍장'을 통해 돌아온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가수를 넘어 스타를 넘어 그가 진정한 아티스트로 영원히 빛나길 바라는 아침입니다.
2017. 8. 7.
월간 태백/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올림
첫댓글 부안, 신안, 목포, 보성, 벌교, 순천, 광주를 돌아보고 왔는데요,
가는 곳마다 붉은 배롱나무꽃이 삶의 평안을 주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