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게시판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이기에 관리자님께 양해 말씀 드립니다.
이런데 글 올리는걸 별로 안좋아하기에 며칠을 망설이다가 올립니다.
늘 좋은 글을 올려주시는 공수월님께서 며칠전 올려주신 질문에 대한 답이 될것 같아
게시판과 글 성격이 달라도 올립니다.
진짜 미국에 오고싶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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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던 내용이었지만 다시한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구요. 저 스스로도 도피인지? 막연한 아메리칸 드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올해 36세되고 5살 된 아들이 한명있는 가장입니다.(물론 아내도 한명입니다^^)
지방에 고만고만한 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대학졸업후 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습니다.
전역후 금융회사에 들어와 지금껏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별히 잘 하는것도 없고 제 또래의, 저와 비슷한 업종에 계신분들이 그러하듯
아침8시까지 출근해서 열심히 컴퓨터앞의 숫자와 씨름을 하고,
보통 10시정도에 퇴근을 합니다.(분명 입사때는 9시-6시까지근무라고 적혀있었지만)
결혼한지 7년 되었구요.
결혼할때 4천만원짜리 전세에서 시작해 지금은 5억짜리 아파트(3억대출)에 살고있습니다.
- 매년 열심히 벌어서 전세금 올려주는데 다 부었는데 올해는 도저히 전세를
못올려줄것 같아 울며 겨자먹기로 대출받아 집을 사게되었습니다.
금융권에 있으니 일반기업에 있는 친구들보다는 연봉이 조금 더 높습니다.
하지만 잠깐의 달콤함일뿐 늘 불안속에서 사는것도 하루이틀이지
매일매일을 그렇게 살아가려니 너무나 힘이듭니다.
매일아침 출근길이 흰셔츠 입고, 넥타이매고 지옥에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실시간 보고되는 실적과 싸워야하고, 고객들의 컴플레인,
왼쪽으로 떨어지면 교도소, 오른쪽으로 떨어지면 교도소밖...교도소 담장위를 걷는듯한
두려움과 경기 흐름에 따라 커지는 소득차이 때문에 늘 불안합니다.
기본적으로 가정에 지출되는 돈은 거의 정해져있는데
소득이 그에 못미치니 정말 미칠 따름입니다.
매달 2백만원정도 마이너스인 생활을 계속해야하니 이것또한 어렵고,
줄이자니 뭘 줄여야할지 난감합니다.
사치하는 집도 아니고,
부모님 용돈을 줄여야할까요?
사자마자 1억이 떨어진 집의 대출금은 마음대로 줄일수는 없네요 --;
생활비를 줄여보자니 아내가 카드내역서를 보여주는데 제가 봐도 줄일게
별로 없어보입니다.(대부분 마트에서 사는 식료품, 애가 옷등이네요)
차를 한대 줄이려고 하니 아들 픽업, 장보러가는 아내가 불편해 할것 같구요
(아내는 대학교 시간강사를 하다가 바뀐 비정규직법규(2년이상 근무시 정규직고용)
때문에 시간강사도 못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숨만 쉬고 있어도 기본적으로 나가는 돈이 있기에 벽에 꽉 막힌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많은 분들중에 저보다 더 나은 환경에 계신분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으신분들도 분명히 계실겁니다. 그분들께는 배부른 투정이라 생각되겠지만
상대적으로 각자의 살아가는 환경이 있기에 각자 입장또한 틀림을 인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울며 자전거를 타고 있는것 같습니다.
뒤에는 아내와 아들을 태우고, 자전거를 타고 달려갑니다.
한번 달리면 패달을 밟을때 밟아줘야 쉽게 나가는데, 한번 속도를 늦추거나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달리기엔 너무나 힘이 든다는걸 알기에
심장이 터질도록 패달을 밟고있습니다.
24시간중 가장 오랜시간을 같이 있어야하는 동료가 가장 큰 경쟁자이구요,
아내보다 가장 오랜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료를 밟아야 제가 올라갈것 같은
그런 구조속에서 저보다 훨씬 좋은대학나오고, 훨씬 스펙좋고, 훨씬 집안좋은
애들과 경쟁을 해야하니 이까지 온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다가도 어느날 회사가 매각이 된다는 소리가 들리면 또 하늘이 무너집니다.
인수하는 경쟁회사의 경쟁자들은 점령군이 되어 포로심문하듯 성과를 측정하고
레포트를 적습니다.
1원짜리 숫자하나까지도 데이터가 나오는 구조이므로 과대포장할수도 없습니다.
진짜 하루라도 발을뻗고 잘수가 없습니다.
업계에 있는 사람들이 매년 10여명 정도가 알게 모르게 자살합니다.
자살하는 사람이 이해가 갑니다. 그분들 대부분 평범한 셀러리맨보다 좋은집,
좋은차 타고 다니십니다.
오늘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내일이 안보여서 자살하는것 같습니다.
자살이란게 어쩌면 주변사람들의 시선에 의한 살인일지도 모릅니다.
이 업계에서 한번 주춤거리거나, 잘 안되는 케이스가 된다면
주변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고, 실패자란 낙인이 찍혀서 조롱속에
살아야한다는 강박관념일지도 모르고요.
저역시 지금 돌아보면 무엇을 위해 지금까지 살아왔는지 모르겠습니다.
큰집, 큰 차가 나를 위해 필요했던것인지?
내가 큰집, 큰차를 위해 살아온것인지?....
엄마품에 안겨살던 아들이 5살이되니 이제 말도 잘하고, 이쁜짓을 많이합니다.
핸드폰의 영상통화로 "아빠 언제와?" 이렇게 물을때면 눈물이 납니다.
가장 귀여운 시기를 저는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살고있기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직장다니시는 분이 그렇지만 아침일찍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는데
5살된 아들이 깨어있는것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주일에 하루이틀정도 보게되겠죠.
그냥 평범한 부모님 아래서 평범하게 인문계고등학교 나와 경영학과 다녔습니다.
군대가기전까지 형광등 갈아볼일이 거의 없었구요.
기술이란게 있을리 전무합니다.
종이조각에 불과한 금융자격증 4-5개 정도 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는순간 종이쓰레기에 불과한데 지금 대학생들은 그 종이쓰레기를 얻고자
휴학도하고, 학원도 다니고... 거기에 목숨을 거는걸 보면 답답하기도 합니다.
그 시간에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게 나을것 같은데...)
5살된 아들의 교육비는 한달에 80-100만원 사이로 들어갑니다.
- 저도 제 동기들중 일찍 결혼한애들이 애들 유치원다니는데 사교육비가 100만원들어간다고
했을때 미친놈들이라고 욕했습니다.
유치원비 50만원,
태권도10만원(1주일에 3일.태극1장,품새 배우는게 아니고 뜀틀하고 그냥놉니다.)
레고수업 10만원(1주일에 2일. 레고쌓기 놀이하는겁니다.)
한글선생님 10만원(1주일에 2일 하루 30분)
등등....
학교들어가면 더 심해질텐데.... 참으로 걱정입니다.
안시키면 된다고 하지만, 내 아이만 못하게 되니 유치원에서 놀림감이되어
애가 기가죽어오기에 할수없이 보냅니다.
다행히 우리는 노는것만 보내지 유치원생을 영어학원보내고, 수학학원보내지는 않습니다.
도대체 무엇을위해 살아가는지를 모르겠습니다.
진짜 주변의 눈이 무섭습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가장친한친구에게 이런이야기를 하면
그냥 조금 적게 벌고, 조금 편하게 살라고합니다.
이친구는 자전거를 타고있는 심정을 잘 모릅니다.
뭐 할거 없냐고? 가족들을 먹여살릴수 있다면 똥이라도 펄수있다고하니
똥펄 각오가 되어있으면 한국에서 똥 퍼라고 합니다.
이 친구는 제가 살아온 인생과 지금의 포지션을 잘 알기에 진심어린 말을
해주는게 맞습니다.
렌트비 1000불하는 스투디오에 살면서 굴러만가는 차를 타고라도
처자식이 좀더 나은환경에 살수있다면, 더불어 가족들과 조금더 오랜시간을
보낼수 있다면 진짜 범죄빼고는 다 할수있을것 같습니다.
작년에 두달간 뉴욕에 출장을 가있었습니다.
뉴욕에 10년째사는 친척형님을 뵈니 기가찹니다.
나름 태권도장을 하며 먹고사는데는 지장이 없지만
한국에서는 재건축 되어야할 건물에 살고있으면서도 렌트비는 엄청나더군요.
근처 포트리에 사는 친구집을 가니 조금 분위기는 틀리더군요.
돈을 많이 가지고 시작하느냐 아니냐로 여유가 생기느냐 아니냐는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미국에 계신분들이 편하고 여유롭다는거 절대 아닙니다.
그 안에 녹아들어있는 눈물과 노력... 절대 인정합니다.
그냥 조금더 숨을 쉬고싶을 뿐입니다.
미국가면 해결되냐구요??
익명성을 얻을수 있지 않을까요?
누구네집 아들... 잘나간다고 하더니 어떻게 되었다더라.
어디 어디 차장... 회사 짤리고 뭐한다더라.
누구네 엄마... 무슨 아파트 살다가 후진동네로 이사갔대.
누구네 아빠는 무슨차 타는데 우리는 ?
니네집 몇평이니?
우리 세식구...
사치라고는 모르고 공부만 해온 아내,
아빠랑 신문지 말아서 만든 칼로 칼싸움 하고 싶은게
최고의 재미인 우리아들....
우리 세식구에게는 큰집, 큰차 없어도 행복하게 살수있을것 같은데
....
그런 마음입니다.
사무실에서 눈치보며 한줄한줄 적다보니 저도 무슨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지우려다가 적은게 아까워 올립니다.
첫댓글 다른 질문을 드립니다. 금융계에서 CFA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좋은것 인가요? 사위가 미국에서 갖고 있는데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 하더라구요.
모든재산 정리혀서 언능 미국으로 오셔유 아이들 어릴때 천천히 여유롭게 삽시다 얼추 정리하시면 30만불 은 족히 될것같으신데 충분합니다 날씨좋은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로 오세요 형광등 하나 못갈아도 미국에오면 저절로 기술자 됩니다 참고로 널린게 골프장이고 그린피 엄청쌈니다 아울러 부부관계 아이들관계 다회복됨니다 언능오셔유.....
님의 한숨소리가 저 한테 까지 들리는 듯 합니다.ㅜㅜ 적어도 연봉 5천이상 받으시는 분 같고...증권사나 투신사 쪽에 계시는 것 같은 데...님의 현재 위치는 한국의 전형적인 중산층의 혹은 그 이상의 모습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님의 문제가 한국에 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지/직업에 대한 회의인지 /미국에가면 해결되는 문제인지 숙고해 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공감백배..^^
별로 댓글 달지 않고 읽기만 하다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같아 몇줄 씁니다.
한국에서 대기업 20년 경력이 있고 세계 47개국을 출장또는 주재근무를 해 본 사람입니다.
어디서 사는것이 좋으냐 하는것은 객관적인 기준보다는 주관적인 각자의 기준과 판단이 더 우선시 된다라고
철저히 생각하는 사람중의 하나입니다.옛날 인도 주재근무를 하고 돌아 온 친구는 정말 다시 인도에 가서
살고 싶다고 몸살을 앓더군요.
님이 지금 처해 있는 상황 백번 이해하고 공감이 가는 면도 많습니다.
또한 미국이라면 님이 누리고 싶어하는 그 소박한(?) 행복은 충분히 이루어 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반대로 잃어 버리는 많은 것들도 있습니다.
원글님은 지금 괴로워 하고 힘들어 하지만 님의 현재 위치는 한국 사회에서 그 나이 또래의
젊은이들이 가지고 싶어도 가지지 못하는 10-20%의 레벨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어떻게 보면 기득권을 포기하고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가치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후회하지 않을 정도의 확고한 것인지를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혼자서는 판단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름 미국에서 잘 정착햇다고 볼 수도 있는 인생 선배로서 필요하다면 조언이라도 해 드리지요.
지금도 어떨 때는 한국에서 잘 나가던 시절이 그립고 그냥 한국에서 살 걸 하는 후회도 하면서
1주일에 한두번 골프 치는 걸 낙으로 조용히 살고 있는 오십대 중반 그 유명한 58년 개띠의
지나 가는 몇마디였습니다.
재산이 이미 장사를 시작하고 좀 실패해도 상관없을만큼 많으시다면 모르겠지만 아니라면 다시 생각해 보세요. 장사를 하지않는한
영어실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대개의 한국의 경력과 기술은 싸그리 무시되는게 이 곳입니다.
한국에 말도못하고 돈도없는 제3세계 대학교수가 와서 산다고 생각하면 비슷합니다.
직접적인 전쟁의 위협,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있음. 한반도는 땅이 좁아서 숨을 곳이 없음, 아울러 도망도 못감....
지나칠려다 도저히 안되겠어 글을 남깁니다. 원글님의 심정 이해가 가고도 남습니다. 저도 한국에서 직장생활 할 때는 대기업 8년, 글로벌한 미국회사의 아시아 매니져까지 했습니다. 그러다가, 현재 있는 회사에서 잡 오퍼를 받고 정말 커피 한잔을 다 마시기도 전에...연봉 협상 같은 것 해보지도 않고 미국으로 가자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왜냐구요...
말씀하신 것처럼 질주하고 있는 자전거에서 뛰어 내려서 달구지를 밀고 가더라도 느긋하게 밀고 가고 싶어서였습니다.
5년간 미국회사 경험 (한국에서요)을 하는 동안 출장차, 업무차 제가 다녀본 미국은 숫자하나 틀렸다고 결재판이 하늘로 날아 다니는 한국의 사무실이 아니었고,
꼬마가 야구시합 한다고 휴가 내고 응원하러 가는 아빠들...해가 중천에 떠 있는 봄날에 (한 오후 4시~5시)쯤 집에 와서 와이프와 함께 유모차 밀며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고 일요일 밤 10시에 다 모여서 회의해가며 장표 만들어 보고하고 욕먹는 그런 생활과 너무 비교가 되더군요...그래서 왔습니다.
물론, 심심합니다. 노래방 하나 없고 마땅히 엔터테인할 것도 없는 곳이지만 애기들을 위해서 잔디밭 가꾸고, 낙엽 쓸고 지붕 고치고..그런 일을 통해 내가 가족을 위하는 가장이구나...내가 돈벌어 오는 기계가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 무언가를 하는구나...그런 느낌을 받고 삽니다.
조금이나마 간접경험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자살을 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된다? 그 정도면 생활환경을 바꿔보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단 생각입니다.
말씀은 안하셔도 뭔가 심한 고충이 있으시겠지요.
삶의 터전을 옮긴다는건 힘들기도 하지만 많은 준비를 하시면 또 의외로 살만한 세상이란걸 알게도 해 주는것 같아요.
학벌, 자격증,명함 등을 내려놓을 준비는 되신 분 같은데요. 일단 부인께서 먼저 기술?을 준비하시는 건 어떨까요?
저 자신 기술을 내심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지 1-2년이면 될줄 알았는데, 6년이나 걸렸습니다. 낮밤으로 낑낑대며.
아직 ~ing. 글로 보아 사려싶은 분 인것 같으니 어디서나 알차게 사실것 같습니다. 화이팅!
그냥 미국이 애들 공부시키기 좋아서 가겠다는데 왜들 그러는지 몰겠어요
눈팅만하다가 리플한번달아봅니다
잘준비해서 가셔서 행복하게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