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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성 | 나혜석(1896~1928)
“에미는 선각자였느니라”
나혜석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의 유일한 신여성 나혜석.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최초의 여성 소설가’ ‘최초의 여성 세계여행자’ 등 늘 최초라는 타이틀과 함께했다. 일거수일투족이 세간의 관심사가 되었고, 그만큼 삶의 질곡도 많았다. 이렇게 시대를 앞서 간 그녀는 분명 조선 여성의 선각자였다. ‘남자와 여자는 권리가 동등하다. 남자들은 예사로 첩을 들이면서 여자들에게만 외간 남자를 사귀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은 불평등하다’ ‘여자도 사람이다’라는 말로 여성들의 잠들어 있던 자의식을 깨웠으니 말이다.
남편과 자식들에 대한
의무같이
내게는 신성한 의무 있네
나를 사람으로 만드는
사명의 길로 밟아서
사람이 되고저
나는 안다 억제할 수 없는
내 마음에서
온통을 다 헐어 맛보이는
진정 사람을 제하고는
내 몸이 값없는 것을
나 이제 깨도다
아아! 사랑하는 소녀들아
나를 보아
정성으로 몸을 바쳐다오
많은 암흑 횡행할지나
다른 날, 폭풍우 뒤에
사람은 너와 나
- <인형의 노래> 中
자유로운 영혼 | 전혜린(1934~1965)
“(딸 정화에게) 고맙다, 내게도 따뜻한 가슴이 있다는 걸 알게 해줘서”
전혜린 여성에게는 대학교육도 유학도 희귀하던 시절, 전혜린은 독일 뮌헨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고국에 돌아온 뒤에는 여자는 강단에 세우지 않는다는 완고한 전통을 깨뜨리고 스물다섯 살의 나이로 서울대에 출강했다. ‘한국에서 1세기에 한 번쯤 나올 희귀한 천재’라는 격찬을 들었다. 그러나 서른하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소설을 쓰겠다는 소망을 남기고…. 번역집 <생의 한가운데>, 에세이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가 있다.
내가 살았던 (독일) 슈바빙의 분위기가 가르쳐준 것,
언제나 아무도 안 사는 그림을,
그리고 아무도 안 읽을 시를 쓰면서
굶다시피 살면서도 오만과 긍지를 안 버리는
이 구역에 사는 모두가 가난했고 대개가
외국이나 타지방에서 모여든 화가나
학생이었던 그들한테서 나는 자유가
무엇인지를 배웠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中
따뜻한 멘토 | 이상은
“딸아, 프랑스 향수보다 마음의 향기가 더 오래 간단다”
이상은 연세대학교 가정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상담학을 공부했다. 극동방송 상담실장으로 자녀교육에 관한 상담을 진행해 왔다. <프랑스 향수보다 마음의 향기가 오래 간다>는 엄마가 딸에게 주는 메시지를 담은 책으로 1994년에 출간돼 현재 20쇄를 찍었다. 엄마가 마주앉은 딸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구성된 짧은 글 속에 결혼생활, 다이어트, 데이트, 쇼핑, 옷차림, 음식, 자녀양육, 취미 등에 대한 충고가 꼼꼼하고 촘촘하게 새겨져 있다.
진짜 여자가 되고 싶은 소녀,
아직도 어린 몸에 화장기 없는 맨얼굴이 예쁘지만 긴 바람을 가르는 나붓한 생머리를 휘날리며 들어오는 너에게 이 글을 보낸다.
진정 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기 원하기에.
…
아가씨에서 아줌마, 할머니가 되어도 변치 않는 단 한 가지, 그것은 네가 여자라는 사실, 거기에는 지혜가 따라야 빛나는 법이니, 네가 변함없이 사랑받는 존재이기를 바란다.
…
살다 보면 내 맘 같지 않은 일투성이인 게 인생이란다
쓸데없는 남의 말에 신경 쓰지 말고 너만의 지혜를 뿌리고 다녀라.
소문만 듣고도 궁금해서 한 번쯤 만나보고 싶은 사람
나는 네가 그런 여성이었으면 한다.
…
쑥스러워하지 않고 자기를 표현하는 것은 결코 교만이 아니란다.
여러 사람 앞에서 자신을 멋있게 소개하는 연습을 하렴.
자신감 있는 당당한 삶을 얻게 된단다.
딸 조현진 양에게 보내는 편지 영어 전문가 박현영
“너에게 주는 가장 값진 선물은 우리가 만든 10분의 기적”
사랑하는 우리 딸 현진이에게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도 참 오랜만이네. 현진이를 떠올리며 펜을 잡는데, 지난번 엄마 생일 때 네가 써준 편지가 기억나는구나. 넌 ‘엄마 때문에 평생토록 최고의 꿈을 꿀 수 있게 됐고 멋진 희망을 품게 됐다’고 말했지. 그 말 한 마디가 엄마를 얼마나 감동시켰는지 모를 거야.
칠삭둥이로 유독 약하게 태어난 너. 천식이 심하고 심장도 안 좋아서 툭하면 병원에 실려 가곤 했지.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학교에 나가는 날보다 못 나가는 날이 더 많은 너를 보며, 엄마는 마음이 많이 아팠단다.
네가 어릴 때부터 엄마는 강연이다, 촬영이다 해서 늘 늦게 들어오는 탓에 다른 엄마들처럼 놀이공원에도, 하물며 쇼핑도 함께 자주 가지 못했지. 이런 엄마에게 가끔씩 투정을 부리기는 했지만 할머니 손에서 자라면서도 말썽 한 번 안 피운 네가 정말 자랑스럽단다.
엄마에게 있어 현진이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지만, 늘 함께 있을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까워. 대신 엄마가 일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일터에 한 번씩 데리고 가곤 했지. 새벽 6시에 시작하는 라디오 방송부터 어린이 방송 촬영장, 동시통역을 진행하는 큰 규모의 행사장까지…. 집에서와는 달리 과장된 표현을 하는 엄마 모습이 낯설다고 했지? 하지만 열정적으로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아서 엄마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엄마는 큰 힘을 얻었단다. 일하는 엄마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어. 네가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말이야.
그리고 결심했어. 언제나 밤늦도록 잠들지 못하고 엄마 오기만 기다리는 네게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을 해야겠다고. 그건 맛있는 음식도, 예쁜 옷도 아닌 ‘현진이를 위한 세상 단 하나의 쇼’였단다. 지방으로 강연을 다니다 녹초가 된 상태로 집으로 왔을 때도 네가 책을 안고 엄마를 부르며 뛰어나올 때, 엄마는 다시 한 번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내곤 했지. 리듬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너의 좋은 영어 파트너가 되고 싶었어. 어느 학원에서도, 어느 선생님도 해주지 못하는 엔터테인먼트 쇼를 펼친 것이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는 매일같이 특별한 시간을 가진 셈이야. 그게 단 10분에 불과하더라도, 그 이상은 없을 정도의 사랑을 담아냈기에 우리의 소중한 순간들이 되어줬어.
사람들은 엄마가 영어전문가니까 네 영어실력은 타고난 건 줄 알겠지만, 사실은 매일같이 열심히 놀며 배웠던 그 10분이 모인 기적이라고 생각해. 몸도 약하고, 할머니 손에서 자라며 내성적이기까지 했던 네가 이렇게 변하게 된 건 말이야. 너를 통해 엄마도 함께 성장했단다.
현진이를 낳기 전 수많은 방송에서 활동하며 승승장구할 때가 가끔 떠올라. 지금은 한때의 영화로운 시절로 추억하게 됐지만, 엄마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단다. 하지만 현진이가 생기고 난 뒤 또 다른 인생을 시작하게 됐어. 너를 통해 아이들의 영어교육에 눈을 뜨게 됐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어. 현진이야말로 엄마에게 꿈과 희망을 준 존재인 셈이지.
앞으로 현진이가 어떤 것을 하고 싶어할지는 모르겠어. 다만, 무엇을 하든 엄마와 보냈던 그 10분처럼 살았으면 좋겠어. 일이든, 연애든, 네 앞에 펼쳐진 매 순간순간을 온 힘을 다해 열정적으로 에너제틱하게 사는 것이지. 우리 현진이, 잘할 수 있지? 언제나 엄마가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게. 사랑해.
1990년대 국내 1세대 스타 영어강사로 이름을 날린 박현영 씨. 각종 라디오 DJ로 활동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현재 조기영어교육연구소 ‘지니뱅크’의 대표로 활동 중이다. 그녀의 영향을 듬뿍 받은 딸 조현진 양은 지난해 스토리온 <슈퍼맘>을 통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까지 능숙하게 구사하며 외국어계의 ‘엄친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딸 김재원 양에게 보내는 편지 바이올리니스트 김영희
“딸아, 주변을 돌볼 줄 아는 좋은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딸 재원아
오늘도 너는 바이올린과 한몸이 되어 연습 중이겠구나. 이 엄마는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알기에 마음속으로 조용히 응원을 보낸다.
널 가졌을 때가 생각난다. 늦은 나이에 널 임신해서 많이 걱정했는데, 건강한 아이로 태어나 정말 큰 축복이라고 생각했단다. 엄마는 널 가졌을 때부터 내심 딸이었으면 바랐어. 너도 음악을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널 낳기 직전까지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단다. 그 덕분일까. 너는 연습량이 많지 않아도 쉽게 바이올린을 할 수 있었지. 특별히 내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그냥 따라하면서 말이야. 그저 엄마와 함께 연습하고, 네가 연주하는 소리를 들어주었을 뿐이었는데, 네가 어느새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는 길에 접어들었구나.
그래도 엄마는 조금 안타까운 점이 있어. 엄마가 너를 너무 오랫동안 데리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더 일찍 다른 선생님에게 보냈더라면 야단도 맞고 숙제도 하면서 더 많은 발전이 있었을 것 같은데…. 중학생이 되어서야 다른 선생님에게 보낸 것이 후회가 될 때가 있단다.
지난해 여름 엄마는 우리 딸을 다시 보았어. 독일 쉔탈 바이올린 국제콩쿠르를 준비할 때 말이야. 아홉 곡이나 되는 작품을 준비하고, 열흘이나 되는 긴 기간을 통해 3위와 특별상을 받았을 때, 엄마는 얼마나 네가 자랑스러웠는지 아니?
너는 항상 “엄마처럼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나는 네가 엄마보다 낫다고 생각해. 어려운 악보도 쉽게 보고, 암기도 빠르고, 음악 해석도 뛰어난 너를 보면 내가 낳은 딸이 맞나 싶어.
너는 발레에도 재능을 보였지. 유연성이 좋고 재능도 있어서 발레에 완전히 빠져 있었잖아. 발레나 바이올린은 모두 예술이니까, 그때의 경험이 네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 다양한 예술을 접해보는 것은 음악에도 아주 많은 도움이 된단다. 언젠가 네가 발레와 음악을 접목한 공연을 하고 싶다고 했지? 엄마는 네가 그런 도전으로 꿈을 이뤄나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견해.
그런데 한편으로 걱정도 돼. 열일곱 살 때까지는 재주를 타고난 아이들이 두각을 나타내지만, 그 이후에는 열심히 연습해서 실력을 단단히 하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거든. 대가가 되기 위해서는 성실한 태도가 굉장히 중요하단다. 우리 딸 덕분에 엄마는 덩달아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 너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더 많이 연습하게 되거든.
만일 네가 다른 공부를 했다면, 우리 모녀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같이 나눌 대화가 많지 않았을 것 같아.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함께 이야기도 하고 때로는 함께 연주할 수 있어서 엄마는 정말 행복해. 특히 무대에서 함께 연주할 때면 정말 마음이 뿌듯하단다. 어려 보이기만 하는 네가 무대에만 서면 당당한 솔리스트의 모습을 보여주거든. 그럴 때면 깜짝 놀라기도 해. 너는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딸이지만, 함께 음악의 길을 걷는 동료이기도 하단다.
언젠가 네가 엄마에게 약음기(바이올린 울림을 잡아 소리를 작게 만드는 장치)를 선물해준 적이 있지. 엄마가 약음기를 잃어버렸는데 그걸 기억하고 선물했잖아. ‘우리 딸이 엄마를 이렇게 세심하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정말 감동했어. 또 늘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 엄마는 네 편지를 받을 때마다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단다. 물론 너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엄마에게는 축복이고 선물이야.
나는 우리 재원이가 열심히 연습한다면 이 나라를 빛낼 인물이 될 거라 생각해. 그렇다고 꼭 그것만이 최고의 삶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아. 세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면 행복할까? 그런 건 아닐 거야. 좋은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었으면 좋겠어. 음악성도 뛰어나지만 주위를 돌보며 사는 사람. 네가 선택한 삶에 만족하면서 늘 감사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웃을 보살폈으면 좋겠어. 내 분신과 같은 딸 재원아, 늘 사랑한다.
엄마 김영희 씨는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과 교수와 부산신포니에타 리더 겸 음악감독, 부산시립교향악단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딸 김재원 양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예비학교(사사 김남윤)에 재학 중이며, 쉔탈 바이올린 국제콩쿠르에 최연소로 참가해 3위와 특별상을 수상했다.
딸 김규은 양에게 보내는 편지 동안대회 수상자 유인숙 씨
“딸아, 청춘을 아름답게 보냈으면 좋겠구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딸 규은아
그동안 우리 규은이에게 받은 편지가 생각나는구나. 너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에게 편지를 많이 보냈지. 내 생일 때나 결혼기념일에도 꼭 편지를 썼어. 언젠가 너는 ‘엄마, 말도 안 듣고 공부도 못해서 미안해. 정말 저를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착한 딸이 될게요’라는 편지를 썼지. 너는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사랑스러운 딸이었어. 지금도 네가 어렸을 때부터 보내준 편지를 읽을 때마다 그렇게 설레고 가슴 벅찰 수 없어. 네 편지를 복사하고 코팅해서 가지고 다니는데, 친구들이 보면 복사해서 달라고 할 정도야. 내가 지금까지 젊음을 유지하는 것은 바로 네 편지의 힘이야.
딸을 낳아서 예쁘게 키우는 게 내 꿈이었어. 널 임신하고 나서 얼마나 행복했던지! 네가 태어나고 나서 엄마는 네 얼굴을 갸름하게 만들려고 5분에 한 번씩 왼쪽 오른쪽으로 너를 돌려 뉘었어. 네가 울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항상 내 가방 속에는 장난감이 들어 있었지.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고…. 끝말잇기 한 것도 생각나지? 네가 문학에 재능이 있는 게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 넌 참 끝말잇기를 잘했어.
엄마는 규은이가 새벽까지 공부하는 걸 보면 감격스럽단다. 엄마는 어려서부터 노는 게 더 좋아서 공부를 안 했는데, 어떻게 규은이 같은 딸을 낳았을까? 사람들이 너를 보고 “엄마와는 다르게 단아하네”라고 할 때마다 엄마는 정말 행복해. 엄마는 끼를 가지고 태어나서 능력보다 임기응변 센스나 영감으로 살아가는데, 우리 딸은 실력과 모범으로 살아가잖니. 세상에 우리같이 정반대인데도 서로 사랑하는 모녀가 어디 있겠어?
엄마는 항상 네가 기특하고 자랑스러운데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어. 스물두 살 한참 아름다운 나이인데, 공부하느라 청춘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남자에게 관심도 없고. 엄마는 그렇게 흘러가는 청춘이 너무 아까워. 꽃 같은 봄 나이잖아. 지난 일요일에 엄마가 규은이랑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있다가 그랬지. 왜 엄마랑 있냐고. 나는 그 나이 때 엄마랑 있을 틈이 없었어. 12시 통금시간에 맞춰 담 넘어 들어오고 아침 일찍 나갔는데…. 나중에는 내가 하도 뛰어서 시멘트 휴지통이 부서질 정도였어. 엄마가 문자 메시지로도 항상 말하지. “딸아, 20대 청춘을 즐겨라!”
청춘은 정말 금방 지나간단다. 엄마는 20대가 1초 만에 지나간 것 같아. 그 시간은 다시 오지 않고, 지나고 나면 그 시간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알게 되는 거란다. 규은이는 누가 봐도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워. 기회가 오는 대로 많은 사람 만나 좋은 추억 쌓았으면 좋겠어.
우리 딸, 이제 여름이 지나면 영국으로 떠나는구나. 1년간 엄마와 떨어져 지내지만 엄마는 서운한 마음보다는 자랑스러운 마음이 더 크단다. “내 딸이 세계 속에 있다”고 하는 자부심이야. 엄마는 될 수 있는 대로 우리 규은이가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곳에서 좋은 남자를 골라 데려오면 더 좋고. 규은이가 세계를 섭렵하면 이 엄마는 나중에 딸을 따라 세계를 돌면서 화보 촬영을 하고 싶어. 그때까지 지금과 같은 젊음을 유지하면서 말이야.
엄마는 우리 딸을 너무 사랑해서 우리 딸 이외에는 어떤 여자도 쳐다보지 않는 남자를 만나기를 바란다. 또 우리 딸을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예술 감각도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 아마 너를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장모를 좋아하는 남자여야겠지? 딸을 사랑하는 남자라면 장모도 사랑할 거라 믿어.
너는 내게 매일 매일 축복이고, 감사기도고, 설렘을 주는 사람이야. 내 살아 있는 의미야. 보기만 해도 정말 행복해. 사랑하는 우리 예쁜 딸 규은아. 엄마는 네가 매일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원하는 것 원 없이 해보고, 가고 싶은 데 원 없이 가고,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도 많이 받으면서…. 그게 최고의 행복이란다.
엄마와 딸이 함께하면 좋은 일곱 가지 이벤트
하나, 아침에 일어나 함께 운동한다
배우 겸 모델인 크리스티 브링클리는 어린 시절 매일 엄마와 함께 뛰었다고 한다. 함께 뛰면서 음악을 나누어 듣기도 하고 집 안에서는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블링클리는 큰 성공을 거두고 난 뒤 ‘엄마는 나에게 교양과 건강을 주었다’고 회고했다. 엄마와 딸이 함께하는 산책은, 몸 안의 군살을 없애줄 뿐만 아니라 마음속 응어리도 풀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많은 의학전문가들은 꾸준히 걷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의 많은 부분이 회복된다고 했다. 집 앞이든 공원이든 걸을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엄마와 딸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길동무다
tip 모녀가 함께 걷기 좋은 길
양재천, 올림픽공원, 분당 호수공원, 정동길, 제주 올레길, 지리산둘레길
둘, 맛집에서 함께 점심을 즐긴다
흔히 부모는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소리가 제일 듣기 좋다’고 한다. 자식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해주는(혹은 사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 그런데 아이가 자라고 성인이 되면 함께 점심을 즐기는 평범한 일조차 하기 힘들어진다. 애인과 데이트 약속을 잡듯, 하루쯤은 엄마와 약속을 잡고 특별한 점심을 먹어보는 건 어떨까?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낯선 장소에 들어가는 게 쑥스러운 엄마도 딸과 함께라면 겁날 것이 없다.
tip 깐깐한 모녀가 고른 맛집
중국집 홍보석, 베트남 쌀국수, 한정식 이웃사촌, 가로수길 스쿨푸드, 파스타집 소렌토
셋, 함께 영화를 본다
언제부터인가 영화는 연인 혹은 친구와 즐기는 문화생활이 되었다.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적어서이기도 하지만 영화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영향도 크다. ‘엄마와 함께 영화 보기’는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운 미션이다. 일단 엄마와 딸의 영화 코드가 맞아야 하고, 영화 속에서 야한 장면이나 민망한 대사가 나왔을 때 의연하게 넘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어둠 속에서 긴장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나면, 영화가 끝난 뒤엔 한층 더 돈독해진 모녀 관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tip 엄마와 딸이 함께 보면 좋을 영화
줄리&줄리아, 애자, 친정엄마, 과속스캔들, 인생은 아름다워 등
넷, 문화공연을 즐긴다
현재 공연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공연 중 하나는 <메노포즈>라는 뮤지컬이다. ‘갱년기’를 뜻하는 메노포즈는 폐경을 앞둔 여성이 겪는 우울과 감정의 기복, 삶의 변화 등을 유쾌하게 풀어내 중년 여성들의 압도적인 호응을 받았다. 이는 다시 말해 이들을 위한 공연이나 문화공간이 그동안 드물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감성을 충전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문화공연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모녀를 소재로 한 공연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으니 모녀가 함께 공연장을 방문할 좋은 기회다.
tip 모녀를 소재로 한 공연
<엄마를 부탁해> <친정엄마> <마리아 마리아> <메노포즈> 등
다섯, 함께 쓸 수 있는 물건을 선물한다
엄마와 딸이 함께 쓸 수 있는 커플 아이템이 있을까? 고개를 갸웃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커플 아이템은 꼭 세트로 나와야만 하는 건 아니다. 두 사람에게 의미 있는 물건이라면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엄마와 딸이 마사지 팩을 나누어 쓴다든지, 비타민이나 칼슘제를 함께 나누어 먹는 것도 좋은 아이템이 될 수 있다. 명품 가방을 함께 구입해서 세대를 초월해 함께 드는 것도, 오래 쓸 수 있는 액세서리를 함께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tip 함께 쓰면 실속 있는 상품들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패키지 (마사지) 팩, 대를 이어가며 쓸 수 있는 명품 백, 여자에게 좋다는 오메가-3 영양제, 세월이 흐를수록 영롱해진다는 보석 진주
여섯, 함께 여행을 떠난다
해외를 나가면 함께 여행 온 엄마와 딸을 생각보다 많이 만날 수 있다. 딸의 졸업이나 취업을 기념해, 혹은 엄마의 생신이나 수술 후 회복을 축하하며 떠난 모녀 등 사연은 다양하다. 때문에 여행사에서도 엄마와 딸이 함께하면 좋을 여행 패키지를 다양하게 준비해두고 있다. 1박 2일 국내 패키지부터, 보름 이상 이어지는 해외 패키지까지. 엄마와 함께라서 혹은 딸과 함께라서 더욱 든든하고 따뜻한 여행, 꽃피는 봄에는 놓치지 말자.
tip 엄마와 딸이 함께하면 좋은 여행 패키지
당일 코스 진주 군항제, 당진 조개잡이 체험
해외 코스 동남아시아 패키지, 일본온천여행, 홍콩쇼핑여행
일곱, 함께 예뻐진다
예뻐지고 싶은 건 여자의 변치 않는 소망이다. 수술하지 않고도 예뻐질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소개되고 있다. 동안 침에서부터, 피부 관리, 각질 제거 등등. 엄마와 딸이 함께해서 좋은 건, 두 사람이 같은 체질, 같은 피부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인 치료나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tip 요즘 새로 나온 관리들
한방 동안 침, IPL, 볼살, 다크서클 관리, 리프팅 등
국내 문화계 새 코드 ‘모녀 열전’
이름만 들어도 눈물 나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름 ‘엄마’.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단 하나의 소재다. 중견 연기파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와 엄마와 딸 사이의 소소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이유로 최근 영화와 연극 등 다수의 작품에서 엄마와 딸을 소재로 삼고 있다. 분야는 다르지만 상통하는 문화코드 ‘엄마’라는 소재는 대중의 마음을 간파라도 하듯 모두 좋은 반응을 이끌고 있다.
이와 관련한 가장 최근 작품으로는 김해숙, 박진희 주연의 영화 <친정엄마>가 있다. 고혜정 작가의 소설 <친정엄마와 2박 3일>을 원작으로 한 작품. 이미 연극무대에 먼저 올라 수많은 관객들을 울린 바 있다. 작품의 인기를 반증이라도 하듯, 최근에는 뮤지컬로까지 재탄생됐다. 영화와 연극과는 또 다른 유쾌하고도 감동적인 색다른 무대를 꾸며갈 예정이다.
‘엄마’를 소재로 한 작품에 대한 믿음 때문일까, 최근 연예계 스타급 여배우들은 원톱 주연의 영화로 컴백하며 한결같이 모녀 코드를 선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강희는 <애자>를 통해 천방지축 딸로 변신, 연기자로서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으며 송윤아는 <웨딩드레스>를 통해 시한부 삶을 사는 싱글 맘에 도전한 바 있다. 월드스타 김윤진은 오랜만에 국내 스크린에 복귀했던 영화 <하모니>를 통해 가슴 찡한 모정 이야기를 보여줬다.
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시기에 맞물려 나와 새로운 문화코드로 통하고 있다. 서로 다른 형식의 옷을 입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진한 감동을 전한다는 것은 매한가지다.
/ 여성조선
취재 유슬기 기자, 박주선 기자, 두경아 기자 | 사진 이상윤, 조선일보DB, 문예춘추사
참고 <나는 인간으로 살고 싶다_영원한 신여성 나혜석> <불꽃처럼 살다 간 여인_전혜린>
<프랑스 향수보다 마음의 향기가 오래 간다_이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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