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여행기(7) - 오스트리아 빈, 체코 체스키크롬로프

[김희국]

4월 27일(금)

쉔브른 궁전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별궁으로 황제의 수렵용 궁전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궁전으로 천 개가 넘는 방이 있고 궁전 내부는 화려하고 우아한 로코코 양식으로 꾸며져 있다.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처럼 넓은 정원에는 예쁜 화단과 아름다운 조각들이 세워져 있다. 내부는 일부만 공개되고 있는데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과 그 가족들의 초상화와 나폴레옹 그림도 있다. 테레지아 여왕은 개혁적이고 선구적인 정책을 실시했다. 교회와 귀족들의 각종 특혜를 폐지하고 고문과 농노제를 없애고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등 국가의 기초를 튼튼하게 했다. 그는 ‘나는 언제나 임신하고 있으리라’라는 신념으로 무려 16명의 자녀를 출산하고 왕실 결혼으로 토지를 상속받게 해서 광활한 영토를 전쟁 없이 지배할 수 있었다. 프랑스 왕 루이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그의 막내딸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 편에 섰다가 패전한 오스트리아는 국토분할에 직면하여 미국.영국.프랑스와 소련을 끈질기게 설득하여 결국 4개국 모두의 철수로 분단을 면하고 중립국 오스트리아가 탄생하게 되었다. 쉔부른 궁전에서 정원이 내다보이는 멋진 샹들리에가 있는 큰 방에서 오스트리아가 중립국으로 선포되었는데 이를 기념하여 그 방의 바닥에 글을 새겨 놓았다. 일방적으로 희생을 당한 우리나라가 패전국 일본 대신에 분단이 되고 그로 인해 70년이 넘도록 통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와 비교가 된다. 오스트리아의 뛰어난 외교로부터 크게 배워야 한다. 이어서 벨베데레 궁전으로 가서 오스트리아가 가장 아끼는 화가 구스타브 클림트와 에곤 쉴레의 그림을 구경했다. 마침 크림트의 서거 100주년으로 박물관 안에서 사진촬영을 허용한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그림을 감상했다. 특히 작품 ‘키스’는 독특하고 멋지다. 그동안 한 번도 오스트리아 밖으로 나간 적이 없고 그림의 예상 시가는 1조원을 상회한다고 한다. 입구에 있는 상점에서 작품 ‘키스’ 복사본을 한 장 구입했다. 값은 50유로이다.

점심 식사 후 시내 슈테반 성당을 구경하고 주위 카페에서 친구들과 비엔나커피를 맛보았다. 이곳에서는 까페 멜랑제(Melange)라고 부른다. 17세기에 오스만제국과 전쟁 중에 오스트리아군이 오스만 군대 막사에서 검은 알갱이 수백 포대를 발견했다. 낙타 배설물로 알고 버리려던 것을 터키어 통역사가 그것이 바로 오스만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원두라고 알려주었다. 오스만 군대에서는 술 대신에 커피 원두를 병사들에게 나눠주어 긴장을 풀도록 했던 것이다. 커피원두를 갈아서 끓여 마셔보니 너무 쓰고 진해서 거기에다 우유와 꿀 등을 섞어 마시게 되었고 빠르게 대중화 되어 ‘비엔나커피’가 된 것이다. 빈의 랜드마크인 슈테판 성당은 12세기에 세워졌는데 137m의 웅장한 첨탑과 25만 개의 벽돌로 치장된 화려한 모자이크 지붕이 참 아름답다.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슈테판 성당에서 열렸다. 다시 버스를 타고 체코로 향했다.

구릉과 평탄한 목초지가 이어지는 시골길을 따라 샛노란 유채꽃이 만발한 넒은 밭이 펼쳐진다. 어디를 봐도 그림 같은 곳이다. 약 2시간 반 정도 달려 중세 시골마을 체스키크롬로프에 도착했다. 프라하에서 남서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곳인데 중세 도시의 모습을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는 작은 중세도시로 ‘보헤미아의 진주’로 불리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이곳은 모든 건물이 18세기 이전에 지어진 것으로 마치 중세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 같은 느낌이다. 마을 입구에는 망토처럼 생긴 3층으로 된 아치모양의 ‘망토 다리(Cloak Bridge)’가 있는데 성을 망토처럼 보호하기 위해 요새화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망토다리 밑을 통과하면 마술처럼 고풍스럽고 운치 가득한 집들과 다리, 골목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돌길을 따라 올라가면 작은 광장이 나오는데 모차르트의 영화 ‘아마데우스’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언덕 높은 곳에 체스키 크룸로프성이 있다. 13세기 중엽 대지주였던 한 귀족가문이 강이 내려다보이는 이 돌산 위에 성을 지으면서 도시기 형성된 것이다. 파란색 투명한 블타바강이 S자 모양으로 마을을 감싸 안아 흐르고, 언덕 위에 세워진 중세의 성채에서 내려다보이는 아래 마을은 붉은 삼각형 지붕과 둥근 탑, 뾰족한 교회 첨탑이 어우러져 동화마을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1992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서 주목을 받게 되었고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마을 안 골목길은 미로처럼 얽혀있고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수공예품을 파는 중세풍의 상점과 카페, 식당 등이 어우러져 마치 순간 시간여행으로 중세 어느 마을에 온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