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보급이 전 세대에 걸쳐 활성화된 요즘.
시청자들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남기고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며 더 나아가 같은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들끼리 조직을 결성한다.
드라마 '다모'를 사랑하던 매니아층이 모여 시작된 '다모폐인'을 필두로 이후 인기 드라마에서는 이런 드라마 폐인이 곧잘 등장하고 있다.
이런 드라마 폐인을 거느린 드라마로는 이미 종영한 `불새` `파리의 연인`과 현재 방송 중인 `풀하우스` `형수님은 열아홉` `단팥빵` 등 이 대표적이다.
`불새`와 `파리의 연인`은 어록까지 있을 정도로 시청자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각각 `불새리안`과 `파리젠느`라는 열성적인 폐인의 응원 속에 방송 당시 시청률 1위라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다.
`풀 하우스` 폐인들은 드라마의 성격처럼 톡톡튀고 상큼하다. 그들은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쓸 때 `풀스``합추위`라는 머리말을 단다. `풀스`란 `풀하우스`의 애칭이고 `합추위`란 `이영재 한지은의 합방 추진 위원회`의 준말이라고 한다. `풀스`와 `합추위`의 응원 속에 `풀하우스`는 고공 인기 행진 중이다.
앞서 세 드라마에 비해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강한 흡입력으로 폐인이 형성된 드라마로는 `형수님은 열 아홉`과 `단팥빵`이 있다.
`형수님은 열아홉`의 폐인들은 `형수마루`로 자신들을 표현하며 `단팥빵`의 마니아들은 자신들에게 `단팥빵 철인`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알린다.
철인 단팥빵이란 `일요일 달콤한 늦잠을 포기하고 단팥빵을 보기위해 9시에 일어나는 열혈 시청자를 뜻하는 말`이다.
또한 이 두 드라마의 출연진을 비롯한 제작진들은 게시판을 통해 감사의 글을 전해 폐인들을 기쁘게 하기도 한다.
연예부 이선정
'폐인'의 시대다.
'다모폐인'을 앞세워, <불새리안> <파리젠느>를 거쳐 <풀스> <형수마루> <단팥빵>까지 방송사를 가리지 않고, 마음에 드는 드라마가 있으면 어디든 달려간다.
원조는 지난해 7월말에서 9월초까지 방영된 MBC 특별기획 미니시리즈 <다모>다. 당시 <다모>는 TV 드라마에서는 드물게 사전제작을 했고, '퓨전 사극'을 표방하며 사극의 전형을 깼다.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구성, 잘 짜여진 출연진의 환상적 연기와 수려한 영상미 등으로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모처럼 '괜찮은' 드라마에 자발적으로 시청자들이 모여들면서 '조직'이 태동했다. 드라마 게시판을 중심으로 생겨난 '조직'은 정보와 각종 자료를 공유하며 끈끈한 연대를 키웠고 '다모'와 함께 죽고 사는 '다모폐인'으로 승화됐다.
'다모폐인'은 드라마는 끝났어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살아있다. 드라마 게시판은 게시물이 200만건을 훌쩍 넘어 300만게시판이 운영되고 있다.
'다모폐인'의 뒤는 '불새리안'이 이었다. 올 4월초부터 6월말까지 방영된 MBC 월화드라마 <불새>는 <다모>에서 황보 종사관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서진이 출연하면서 매니아가 재집결 됐다. 에릭 강풍과 맞물려 '불새리안'은 시청률을 견인하며 인기태풍을 몰고 오는 주역으로 '안방'의 조타수였다.
'불새리안'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SBS 특별기획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파리젠느'의 폭풍을 몰고 오며 큰 반향을 남겼다. <파리의 연인>은 최종회 시청률이 57.6%에 달하며 <대장금>에 버금가는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각광받았다.
'파리젠느'는 인기를 선도하는 '본업'에 드라마를 작가-PD와 함께 만드는 '부업'까지 진출했다. 드라마의 내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성장하며 <파리의 연인> 결말 파동을 주도했다.
현재 방영중인 KBS 2TV 수목드라마 <풀하우스>와 SBS <형수님은 열아홉>에도 '풀스'와 '합추위', '형수마루'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풀스'와 '합추위'는 '다모폐인' '파리젠느' 등과는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드라마 전체보다는 비와 송혜교 등 '특정 스타'로 경사 되는 다소의 편향성이 엿보인다. 시청률이 안나와도 실망하지 않고 더욱 끈끈하게 뭉치는 '형수마루' 역시 윤계상이 활동의 정점에 있다.
<파리의 연인> 후속작으로 27일 첫 방송에 들어간 SBS의 <매직>은 강동원을 중심으로 '폐인'들이 모이고 있다.
드라마가 너무 좋아, 드라마에 푹 빠져,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인터넷에 모여 드라마를 얘기하고, 죽도록 좋은 느낌을 나누며 드라마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것은 폐인들의 힘이다.
폐인이라면 좋은 자료는 돌려보고, 스토리와 구성을 제안하고, 또 예측하는 것은 당연하다. TV가 가지는 일방통행의 한계를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통해 가능한 쌍방향으로 소통하면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시도도 욕심이 아니다.
폐인들은 드라마를 구성하는 연기자와 스토리와 영상과 구성 등 드라마의 모든 것이 너무 좋아 자발적으로 뭉쳐진 열혈'조직'이다.
드라마를 구성하는 일부에 경사 된 가치를 두는 폐인은 '팬클럽'의 변형일 뿐, 진정한 '폐인'의 열정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폐인은 폐인답게 드라마 전체에 푹 빠져야 된다.
MBC 일요 로맨스극장 '단팥빵'을 보기 위해 일요일 달콤한 늦잠을 포기하고 9시에 일어나는 '단팥빵 철인'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