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공동선,
재작년 설날 무렵 시작한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가 만 2년이 되어갑니다. 개인적으로 두물머리에
서 맞이하는 설날은 세 번째가 됩니다. 까치들의 설날이며 섣달 그믐날인 오늘, 두물머리는 매서
운 찬 바람이 기승을 부려 스산한 외로움을 더해 주었습니다.
사람의 그림자도 찾아 볼 수 없는 두물머리 강변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들을 찾아보려 애를 쓰지
만 오늘 따라 먹이를 찾아 헤매던 들고양이들도 자취를 감추어 버렸습니다. 홀로 있다는 것이 무
섭게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혼자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견디는 것이 힘겹게 느껴집니다. 내가 사람인지 귀신인지 분간하기
도 쉽지 않았습니다. 두물머리 처녀귀신이라도 곁에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오늘 두물
머리 미사를 기다렸습니다.
4대강사업 중단과 팔당 유기농지 보존을 위한 705일, 칠 백 다섯 번째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는
수원교구 양기석 신부님의 집전으로 거행되었습니다.
양기석 신부님은 강론을 통해 "내가 사는 세상은 카톡의 이모티콘을 신기해 하는 10살 조카가
있고,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며 거리에서 1인 시위하는 젊음이 있고, 땀흘려 일군 농토와 일터,
가족의 생계를 위해 칼 바람에 거리를 지키는 이들이 있는 세상입니다.
이 세상이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가꾸어 가야 할 세상입니다. 지난 2년 동안 두물머리 생명
평화 미사를 봉헌하면서 생명의 가치에 대한 숙고와 성찰의 깊이가 더욱 크고 넓어지고 있음을
새삼 실감합니다. 두물머리를 통해 자라난 강과 자연을 지키자는 생각이 어느 새 우리 사회가
탈핵 사회로 가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힘겹게 지켜내려고 한 무수한 생명들을 단 한 번의 실수와 사고로 잃어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나에게 사랑한다고 이야기 해주는 조카들에 대한 책임감이 피곤함을 잊게 합니다. 올 한해를 탈
핵 사회로의 시금석을 마련하는 전기로 만들고 싶습니다. 섣달 그믐날 다가오는 새 해를 맞이
하는 저의 다짐입니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도 두물머리 주일미사 단골 신자인 연희 마리아 자매님과 과천 성당, 양수리 성당 신자들을
비롯한 열 네 분의 교우들께서 연중 제3주일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를 봉헌 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