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소금강, 기암괴석의 석문공원(石門公園)산행 후
초당林 숲속 길은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전남 강진군의 도암면 석문里, 대구면 용운里소재)
삼일후면 절기상으로 입추(立秋)다.
우리는 가을에 들어선다는 뜻으로 이날부터 입동(立冬) 전까지를 가을로 친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로 접어들었다는 뜻인데 아직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기는
하지만,
밤이 되면 비교적 선선한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고 했다.
여름의 흙일도 대충 끝나고 이제 서서히 가을채비를 준비해야 할 시기란다.
세시(歲時)에서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이슬이 진하게 내리며, 쓰르라미가 운다고 하였다.
올해는 한낮의 기온이 35-6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와 열대야가 밤낮으로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계속되는 찜통더위로 긴급재난통보가 스마트폰으로 심심찮게 전달된다.
그런 와중에서도 서울과 충청지방,
중부 일부지역이 폭우가 쏟아져 내려 주택과 도로가 침수되었고 농작물이
심각한 피해를 입어 이 지역에 정부가 국가재난지역 선포를 내렸었다.
수해복구를 위해 군 병력과 자원봉사자들을 동원해 수해복구 작업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그러나 호남지방은 장마 같지 않은 장마가 끝나고,
바야흐로 여름의 절정인 8월이 이제 시작되었다.
그동안 찌는 듯이 무더운 불볕더위와 잠 못 이루게 하는 열대야가 우리를 내내
괴롭혀 왔는데,
8월 역시 지금보다 더 더운 여름이 될 것이란 기상청예보가 나왔다.
그러나 절기상으로 이때엔 농촌에서는 참깨, 옥수수 수확을 하고,
일찍 거두어들인 밭에는 김장용 배추와 무를 심기 시작할 때다.
과거에는 태풍과 장마가 자주 발생하는 때라 논에서는 병충해 방제가 한창이고,
태풍으로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느라 분주할 때였다.
이 무렵부터 논의 물을 빼기 시작하는데,
1년 벼농사의 마지막 성패가,
이때의 날씨에 달려 있다고 할 만큼 중요한 시기로 아직 남아 있는 늦여름의
따가운 햇살을 받아 벼가 누렇게 익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때부터 처서(處暑) 무렵까지는 비가 내리지 않아야 풍작(豊作)을
기대할 수 있다.
또 바다에서는 달과 태양이 일직선상에 놓여 밀물과 썰물의 차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사리현상이 발생하면서,
서남해안 지역의 저지대가 침수되고 농작물이 피해를 입기도 했었다.
예부터 입추(立秋)무렵은 벼가 한창 여무는 시기이기 때문에 비가 내리는
것을 가장 큰 재앙(災殃)으로 여겼다.
해서 각 고을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고 맑은 날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하늘에 기청제((祈晴祭))지냈는데,
기우제(祈雨祭)의 반대 개념이다.
이때는 벼가 한창 자랄 때라 벼의 자라는 소리가 들릴 정도라는 뜻을 지닌
속담으로,
“입추 때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라는 말이 있다.
장마가 끝나고 입추 무렵이 되면 날씨가 좋고 일조시수가 많아 벼의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그 생장(生葬) 속도가 빠르다는 뜻으로.
그래서 귀가 밝은 개는 벼가 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라는 좀 과장된
표현이 생겨나기도 했다.
올해는 한창 더운 가운데 가을 기운이 일어선다니
여름휴가가 한창인 낼 모래인 8월 초(7일)가 바로 입추(立秋)이다.
이 무렵 곡식들은 이삭이 나오고 산에는 칡꽃이 피어난다.
아직은 무더위가 마지막 힘을 써 한낮엔 너무 뜨거워 농사일하기가 힘들 때다.
일을 하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옷을 다 갈아입어야 한다.
그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달게 받으며 곡식들은 영글어가기 시작한다.
1년 24절기에서는 무더위에도 자연의 흐름을 읽고 입추(立秋)라 했으니,
우리 조상들이 이 얼마나 지혜로운가.
농사를 지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때는 태풍이 몰려오고 큰비가 오는 때라 기후환경에 신경을 매우 써야 할 때다.
7월 한 달은 몸 건강이 안 좋아 산행을 하지 못했다.
설사와 변비가 교대로 내 몸을 괴롭히며 원기를 회복하지 못하게 했다.
무더위에 기력이 떨어지면서 바 같 출입도 뜸해졌다.
매주 금요일이면 산행을 하려고 준비를 하지만 건강이 허락 해주지 않는다.
그제 “운파”회원한테서 전화가 왔었다.
“이번 주 산행은 산도 높지 않고 숲길을 걷는 트레킹코스이니 웬만하면 함께
산행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나는 수요일부터 대변조절을 하면서 마음에 준비를 하였고,
드디어 오늘 강진 석문공원과 초당林 숲길 트레킹코스에 참여하게 되었다.
날씨도 무더운데 43명의 회원들이 산행에 참여를 했다.
아침 산행버스 실내온도는 에어컨바람 때문에 추위를 느낄 정도였지만,
산악회 원로이신“노형”님이 금일봉을 산악회를 위해 쓰라고 나 회장에게
기증했다는 훈훈함도 있었다.
산행버스는 오전 10시에 강진 석문공원주차장에 도착했다.
석문공원 산행 로는 3개의 코스가 있었는데,
제1코스= (가족 길, 1 시간코스)
관리소 -노적봉 -구름다리 -세종바위 포토 존 -석문공원
제2코스= (연인 길, 2 시간코스)
관리소 -석문 정 -노적봉 -구름다리 -세종바위 포토 존 -석문공원
제3코스= (누비 길, 3 시간코스)
관리소- 석문 정 -노적봉 -구름다리 -세종바위 -통천 문 -세종바위-
포토 존 -석문공원으로 원점회귀 코스였다.
산행은 곧 바로 시작되었으며 3시간 동안 공원을 탐방하고 오후 1시 30분까지
산행버스로 내려오기로 했다.
강진 석문공원(石門公園)은
전남 강진군의 도암면 석문里에 있는 바위로 이루어진 공원이다.
북동쪽의 만덕山에서 남서쪽의 덕용山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중간에 하천(河川)
으로 인하여 단절된 구간이 있으며,
이 하천 양안에 솟아 있는 암석지형은 험악하고 모양은 마치 돌문처럼 생겼다.
지명은 이러한 암석의 모습에서 유래하였다.
석문산은 그곳의 아름다운 기암괴석으로 인하여 강진의 소금강(小錦剛)으로도
불린다.
(해동지도)에서 처음으로 확인되었는데 “험악하다'”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으며
관련지명으로는 석문山, 석문川, 석문里, 석문 암(庵), 석문협곡(峽谷)등이 있다.
나는 “운파”회원과 함께 후미 팀에 한 조가 되어 석문山을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개념도 없이 뒤 따라 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조 산행이사가 선두인
제 3코스인 누비 길로 (3시간 소요구간)이었다.
오늘의 내 체력을 생각치도 않고 남 따라 덩달아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은 바위산으로 숲이 별로 없어 내려쬐는 햇살에 불볕더위처럼 뜨거웠고,
현재 기온은 35-6도를 오르내리며,
바람 한 점 없는 열 받은 바위들은 숨찬 더위를 내뿜고 있었다.
바위를 네 발로 기어오르는데 갑자기 현가증이 일어나며 힘이 쭉 빠진다.
나는 긴장하고 정신을 바싹 차렸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따라가느라 버거운 삶들은 더운 날씨와 열대야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렇다고 그 변화를 잠시 쉬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와 상관없이 돌아가는 시곗바늘처럼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하고,
나 또한 변화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은 떨어지는 반면 주변의
변화에는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인간의 이기적인 자기중심적 생각 때문이리라.
어쩌다 나무 그늘을 만나 쉬면은 “양파”회원이 불러주는 하모니카 노래를
들으면서 지친 마음의 피로를 풀기도 했다.
오늘은 산세가 작고 등산로가 간단해서인지 산행 1팀 들을 거의 다 만났다.
석문山에는 세종바위, 큰 바위 얼굴, 통천門, 거북이바위, 매 바위, 기도 굴,
뻐꾸기바위, 부엉이바위 등이 있었다.
석문공원 물놀이장 바로 옆에 있는 119m의 현수형 출렁다리인
“사랑, 구름다리”는 주변 기암괴석과 석문山, 만덕山으로 이어지는 절경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운파”회원과 구름다리를 두 번이나 건너다보니 일행들을 잃어버렸다.
둘이서 다시 석문山에 있는 팔각정을 찾아 올라갔더니 나 회장과 8-9명의 남녀
산행 2팀들이 팔각정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우리도 합석해서 같이 먹고 하산을 함께 했다.
산행버스는 초당林 숲속 길이 있는 천태山(549.4m)으로 이동했다.
천태山은 전남 강진군 대구면 용운里에 있는 산으로 강진만을 굽어보고 있는
강진의 명산이다.
이곳은 산세가 깊으면서도 전망이 뛰어나고 수려한 계곡이 숨어 있는 곳이다.
정수寺 좌측에는,
강진군에서 1995년에 시설한 사방댐이 있고 깊은 계곡이 있어 가뭄에도
수량이 풍부하여 여름철에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란다.
사방댐에서 임도를 따라가면 참나무, 편 백, 백합나무 등이 울창하게 잘 가꾸어진
초당林 숲속길이 위치하고 있었다.
오후 4시 30분까지 숲길 트레킹을 끝내고 산행버스로 돌아오라고 했었다.
숲은 울창했지만 바람이 없고 더워서 회원들은 숲길로 들어가려는 의지가 없었다.
산행1팀 선두그룹이 아스팔트도로와 나란히 연결된 숲길을 따라가더니 다시 되돌아
나오는데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는 계곡길이 아니라고 한다.
산행이사는 보이지 않았고 우왕좌왕하다가 산행버스가 정차하고 있는 주차장으로
되돌아왔다.
주차장 쪽에서 직진을 하면 물놀이장이 나오고,
연수원으로 가는 덱-그 숲길이 있다고 해서 심신이 지친 몸을 이끌고 회원들을
따라갔다.
말이 물놀이장이지 비가오지 않아 가뭄을 겪고 있는 이곳은 지하수를 이용한 인공水로
계곡에 3단으로 물을 저장해서 물놀이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초당林 숲길 산행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고,
그늘진 나무 밑에서 삼삼오오 앉아서 잡담으로 지루한 시간을 때우기 시작했다.
어느 여름날에
(팡팡 자작詩)
무더운 여름날 오후에 / 혼자서 숲 속을 걸어보라
땀은 비 오듯 / 온몸으로 흐르고 /
가픈 숨은 요동치고 있으니
한 모금의 물이 얼마나 소중하고 / 실바람 한 점이 /
그렇게 시원한 줄을 몰랐다
질투 없는 사랑은 / 열정적인 사랑이라 말할 수 없듯이 /
기다려주지 않는 것은 / 세월이며, /
우리에 인생이다.
그것은 멈출 수 없는 시간 때문이란다.
열기로 닳아 오른 대지는 / 부끄러운 나신(裸身)을 /
푸른 초목(草木)으로 가리고
파랗게 게 질린 하늘은 / 흰 구름으로 얼굴을 감추고
이따금씩 흰 구름 사이로 / 붉은 해가 나와 /
여름 얘기 들려주려하네
날씨 탓도 있었겠지만 오늘 산행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회원들이 더러 있었다.
초당林 숲길에서 제대로 된 트레킹 길을 찾지 못했거나,
시원한 물놀이의 꿈이 깨진 아쉬움이리라.
날씨가 너무 더워 운영진에게 전화로 1시간 먼저 산행버스로 갈 테니 차에 에어컨
을 틀어 놓으라고 했다.
산행버스에 도착하니 산행버스 최 사장이 하산酒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원한 된장국에 밥반찬, 그리고 오늘은 잘 익은 수박도 나왔다.
나 회장 얘기로는,
15만 원이 넘는 하산酒 경비를 산행버스 최 사장이 개인부담을 했다고 한다.
(2017년 8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