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차 이용을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대구로 서울로.. 평소에는 좌석 여유가 있지만, 출퇴근시간, 주말과 맞물렸을 때 예약하지 않으면 매진되는 경우가 많아 낭패 보기 쉽습니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도 방법이 있습니다. 열심히 휴대폰으로 손가락 품 팔아 반환표를 노리면 한 장 정도는 거의 구할 수가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 입석도 붐볐지만 예매해 둔 덕에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돌아올 차표가 신경 쓰였습니다. 4시에 약속이 있으니 돌아오는 차표는 8시 정도면 적당하다 싶어 예약을 해두었지만 혹시나 길어지면 어쩌나 싶어 9시대, 10시대를 보니 이미 매진되어 있어 수시로 들어가 본 덕에 두 시간대 다 표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대구서 구미 가는 표를 같은 날 시간대별로 세 장이나 예매를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모임이 사정이 생겨 생각보다 빨리 끝나는 바람에 6시 반부터는 차표만 있다면 바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열심히 코레일 시간표를 반복적으로 눌러댔습니다. 결국 손가락품을 판 덕에 ‘매진 사태’에서도 6시 32분 차표를 끊었습니다. 이후 차표 3장은 반환하였는데, 이 표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었겠지요. 누군가의 반환표가 제게 큰 도움이 되었듯이요. 차표를 끊고 안도감이 들자 대구로 갈 때의 상황이 생각났습니다. 플랫폼에서 차를 기다리는데 70대 노부부께서 차표를 보여주시며 여기서 이번에 오는 차를 타면 되는지 물어보십디다. 보니 입석이었습니다. 대합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창구에서 표를 사는 대부분의 승객은 어르신들이었던 게 떠올랐습니다. 인터넷, 휴대폰이 모든 생활의 중심이 된 이 시대에 어르신들은 IT장애우가 되셨구나,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사례를 우리 주변에서 수도 없이 많습니다. 요즘 휴게소에 가면 음식 주문은 사람이 받는 대신 대부분 키오스크가 그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돈을 들고도 어쩔 줄 몰라 하시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얼마 전에도 휴게소에서 주문을 하고 돌아서는데 70대 초반의 어르신 한 분이 꾸깃꾸깃 구겨진 5천원권, 천원권 지폐를 몇 장을 들고 난감한 표정으로 서 계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주문을 해드리겠다 하니 고마워하셨습니다. 원하시는 메뉴를 선택하고 돈을 펴서 넣으려니 워낙 구겨진 상태가 지속되어서인지, 잘 들어가지가 않아 애를 먹었습니다. 제가 도와드리지 않았더라면 그 어르신은 점심 한 끼를 포기하셨거나, 엄청 오랜 시간을 첨단기계와 싸우느라 허기지셨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몰라도 어르신들께는 ‘무인’시스템이 커다란 벽입니다. 통과하기 어려운 장애물입니다. 평생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아내가 십 수년째 강의를 하고 있는 지자체의 교육원도 처음에는 직접 가서 신청서 작성하고 수강료 내고 접수하였는데, 편리성 추구, 인원 제한에 따른 선착순의 순서 임의 조정 등을 막기 위해 인터넷, 현장 접수 병행을 하더니만 얼마 전부터는 전량 인터넷 접수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선착순이다보니 새벽에 일어나 신청하여도 이미 늦어버린 경우도 생겼습니다. 그도 문제가 되니 이젠 인터넷 신청을 받아 무작위추첨방식으로 바꾸었답니다. 자식이 있는 분은 그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독거노인분들은 신청 자체를 못하시니 수강자 명단에서 빠져버렸다고 아내가 안타까워하더군요. 행정 간소화, 편의성 추구의 장점이 있고 지인 통한 편법 등록을 막는 좋은 방편이기도 하나, 어르신들에 대한 역차별이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IT에 취약한 어르신들이 상대적 불이익을 당하는 이 구조가 안타깝기 이를 데 없습니다. 행정을 하는 이들이, 정치를 하고 법과 시행령을 만드는 이들이 행정편의주의 일변도에서 벗어나 어르신들께서 불이익, 불편함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챙기는 것도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더욱 깊어집니다. 누군가의 편리를 위해 누군가의 행복추구권이 박탈되고 있는 현실, 주차장에 일정 비율로 장애우 주차장을 배정하듯이, 어르신과 IT취약계층을 위해 인터넷 예매, 예약 배정비율을 제한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예수는 절대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석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세동벽화마을, 그림애북카페, 매원마을에서 연휴의 첫날을 즐겼습니다. 문화생활과 자연을 즐기는 데는 인터넷, 필요 없습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3113788308
경복궁 야간관람, 인터넷 도움 없인 어렵습니다.ㅎㅎ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3113884571
예수가 인터넷을 사용했는가(모셔온 글)=========
산상수훈을 설파하기 위해
예수가 인터넷을 사용했는가
자신의 복음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예수가 스팸메일을 사용했는가
사도 바울은 성능 좋은 메모리와 업 버전을 사용했는가
그의 편지들은 바울@로마.컴이라는 이메일 명으로
성경게시판에 올려졌는가
마케도니아에서 떠날 때 그는 문자 메시지로
'가도 되는가'를 묻고 출발했는가.
모세는 바다를 가르기 위해
전자 게임기의 조종간을 작동했는가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기 위해
위성 추적 장치의 도움을 받았는가.
그는 십계명을 손으로 썼는가.
아니면 영구히 보관되도록 CD에 기록했는가.
예수는 어느 날 나무 위에서
정말로 우리를 위해 죽었는가.
아니면 그것은 단지 홀로그램인가
또는 컴퓨터 합성인가
그것은 무선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가.
만일 당신의 삶에서 신의 목소리를 듣기 어렵다면,
다른 목소리들이 너무 많이 들려
신의 목소리가 당신 귀에 가닿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당신의 노트북 컴퓨터와 인터넷과
다른 모든 멋진 도구들을 내려놓으라.
그리고 순수함으로 돌아가라.
그러면 신이 당신 곁에 있으리라.
-----작자 미상(교황청 홈페이지에 오른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