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左), 김정은(右)© 제공: 중앙일보
푸틴(左), 김정은(右)
이번 주 한반도에선 북·러 정상회담과 한·중 고위급 회담이 동시에 이뤄진다. 남·북·중·러 간 치열한 외교전이 예고된 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4년 만의 방북이라는 역대급 이벤트를 통해 북·중·러 연대를 가속화하기 위한 ‘큰 그림’을 구상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시기 중국은 서울서 한국과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 입장에선 벌써부터 감지되는 북·중·러 사이 미세한 균열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의 방북 시 북·러 관계 격상, 군사·경제 협력 심화, 북한 근로자 파견 확대 등이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꼽힌다. 하나하나 그 결과에 따라 동북아 안보 구조의 판 자체를 흔들 수 있는 대형 이슈들이란 지적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최근 연일 한국에 유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한·러 관계를 의식하며 북한과 협력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서 푸틴은 지난 5일 “한국이 분쟁 지역에 무기를 공급하지 않은 데 대해 대단히 감사하다”며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했다. 이에 정부는 러시아를 향해 북·러 협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특수 국면에 한정된 ‘시한부’인 반면, 한국과의 미래 파트너십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러시아가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을 양국 관계의 ‘레드라인’으로 삼은 상황에서 한국이 이를 넘지 않았듯, 한국 또한 러시아의 대북 핵심 군사기술 이전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의사를 재차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차관급으로 격상돼 내주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 외교안보 대화 또한 한국엔 기회 요인이다.
김정은의 최대 치적으로 포장될 북·러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리는 가운데 서울에선 한·중 고위급이 만나 협력을 약속하는 그림 자체가 북·중·러 연합 구도에 김을 빼는 효과를 지닌다. 중국으로선 다소 부담스러운 타이밍일 수 있는데도 일정을 조정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는 것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외교가에선 최근 북·러 간의 도 넘은 밀착이 역설적으로 한국이 중국을 견인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보유국’인 러시아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길 희망하는 북한이 지나치게 밀착하는 모습은 ‘동북아 내 유일한 핵보유국’인 중국엔 여러모로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북·중 간에는 올해 수교 75주년이 무색할 정도로 최근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중국도 참여한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선언에 공개 반발했다. 중국은 최근 북·중 정상의 친교를 상징하는 다롄의 ‘발자국 동판’을 치웠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북한 또한 한·중, 한·러 관계를 최대한 갈라치기 하며 신냉전 구도 고착화에 애를 쓸 거란 우려가 나온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북한은 한·미·일 대(對) 북·중·러 구도를 생존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보고 절실하게 강화하려고 한다”며 “최근 북한이 ‘한국과 따로 살겠다’며 주장하는 ‘두 국가론’ 또한 중·러가 북한에 대한 외교를 강화하는 데 있어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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