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4가 춘천막국수
40년 전통을 이어 오면서 그때 그 맛을 내고 있다.

춘천막국수 비빔식으로 나온다.

맵지도 자극적이지도 않고 그저 옛맛 그대로 담백한 맛이다.양념보다 국수가락에 미각을 맞춰야 한다.

춘천막국수는 국물이 없다. 먹다가 뻑뻑한 느낌이 들면 육수를 조금 부어서도 먹는다.
나는 막국수 맛을 잘 모른다.
메밀막국수보다 밀국수를 먹고 자란데다
정통막국수보다 쟁반막국수라는 걸
먼저 접했기 때문이다. 막국수보다 국물에 찍어먹는
메밀국수를 즐겨먹기도 했었다.
제대로 된 도토리묵은 양념간장 한 가지만 있어도 맛있다.
굳이 상추와 오이 등을 넣고 무치지 않아도 된다.
마찬가지로 막국수도 진짜 맛은 채소가 많이 들어간 쟁반막국수가 아니다.
채소 맛에 메밀의 맛이 죽어버린다.
닭갈비집이나 유원지 등지에서 형편없는 쟁반막국수를 먹었으니
더 더욱 나와 친해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강원도를 드나들면서 맛본 막국수 맛에
혀가 차츰 적응해 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막국수는 "딱 이 맛이다" 라고 말 할 수는 없었다.
집마다 다른 요리법 때문이다.
아.. 어렸을때부터 먹어보지 못한 음식의 참맛을 찾아 간다는 게
참으로도 힘들구나. 막국수가 양념 맛이라면 그나마 좀 나으련만..
(양념 맛은 좀 볼 줄 알아서)
강원도 음식이 대개 그렇듯 양념 맛은 아니다.
나비가 올라온다던 날 하늘의 구름은 바람과 함께 역동적으로 흘러가고
서쪽하늘에서는 붉은 노을이 구름과 대비되는 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그날저녁 산채원 촌장과 약속이 있었다.
잘 알고 지내는 분이 꼭 찾아가 보라는 막국수 집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얼마나 맛있게 하길래 강추 까지 하는 걸까?
맛을 찾다보니 주위 분들에게 종종 맛집을 소개 받을 때가 있다.
얘기만 듣고도 "아 그 집 맛집이겠구나" 하는 느낌이 오는 집이 있는데
지금 얘기 하려는 춘천막국수 집도 느낌이 좋은 집이었다.
그날 저녁 순대국밥 잘한다는 용답시장으로 갈까?
닭 내장탕으로 맛내기를 잘하는 상왕십리로 갈까? 하다가
지리적 여건을 따져서 을지로 4가 춘천막국수(02-2266-5409) 집으로 결정 내렸다.
을지로 4가 1번 출구로 나오면 코앞에 간판이 보인다.
40년 전통이라....안으로 들어가니 역시나 중 장년층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오른쪽 방안에도 손님들로 가득 찼다.
주위를 둘러보니 깔끔 떠는 집으로는 다가오지 않는다.
"일단 막국수는 한그릇씩 맛봐야죠?"
"그럽시다"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막걸리는 어디 막걸리에요?"
"서울 쌀 막걸리"
"동동주는요?"
"통으로 나와요"
"그럼 동동주주세요"
"9,000원 입니다"
이집은 선불이다. 뭐.... 3,000원짜리 막국수면 참 저렴한 가격인데...
선불쯤이야... 봐준다.
막국수 외에도 싼 가격에 한잔 할 수 있는 안주가 여러 가지 있다.
빈대떡은 두장에 4,000원 꿩이나 토끼탕도 15,000원에 맛 볼수 있다.
수육이나 무침 만두등도 있다.
막국수가 나왔다. 메밀 면 위에 무절임과 열무김치가 들어갔고 빨간 양념이
위에 올려져 있다. 묵은 닭 살도 보인다. 그릇 구석에 설탕 약간 들어가 있으니
단맛이 싫다면 주문할 때 설탕 넣지 말라고 하거나 국수가 나왔을 때
설탕을 걷어내면 된다.
요리저리 비벼서 한입 먹어보니
손님들이 많은 이유가 느껴진다.
메밀과 밀가루 전분이 섞인 게 아니고 100프로 메밀만 사용했다.
다른 집에서는 느낄 수가 없는 이 맛.
국수가 쉽게 끊어지면서도 그렇다고 퍼진 국수처럼 무른 맛은 아니다.
닭살은 누린 맛이 나지만 쫄깃하면서 깊은 맛이 나고 부드러운 메밀국수와 딱 어울린다.
3분의 2쯤 먹다가 육수를 조금 부어서 국물자작하게 해 먹으면
국수가 술술 들어가면서 비빔 막국수와는 또 다른 맛이다.
입맛 까다로운 산채원 촌장도 그동안 맛본 국수 중에 제일 맛있다고 평한다.
동동주가 나왔지만 막걸리 같다.
신맛이 살짝 나면서 누룩향도 난다. 내 입이 거부하지 않는다.
쭈욱 들이키니 잔 바닥에 보이는 찹쌀가루들....역시...맛 좋은 이유가 있구나.

양파와 양배추가 들어가 있어 씹히는 맛이 난다. 그래서 먹는
맛이 심심하지가 않다.
녹두 빈대떡을 주문했다.
양념간장이 나오는 걸 보니 곰삭은 듯 보이면서도 맛을 보면 깊은 맛이 난다.
빈대떡은 양파와 양배추 갈은 돼지고기를 넣고 부쳐낸다.
맛을 보면 놀란다. 빈대떡으로 소문난 열차집 보다 맛있다.
열차집은 뭘 먹지 않고 가도 반쪽도 먹기 전에 느끼함을 느끼는데
이집은 그렇지가 않다. 그래 좋다! 앞으로 빈대떡은 이집이다.
자꾸 변해가는 입맛을 따라 가기보다 옛 맛을 유지해 나가는
이집의 주방장이 누굴까 궁금했다.
놀라지 마시라 60은 거뜬하게 넘긴 할아버지가 맛을 내고 있다.
정확한 연세는 이 집만의 비법이라고 하니 알 수는 없었다.
이집의 역사가 40년은 넘었지만 할아버지는 이집에서 맛을 낸지
20년 정도 되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 변하지 않고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잠시 이런 생각을 가져본다. 20년 30년 되었다고 하는 집들
비록 오래 장사는 하고 있지만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그렇게
2~30년씩 그 집과 함께하고 있을까? 맛이 자꾸만 변해가는 걸 보면 정답이 나온다.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가 중요하다.
앞으로는 이런 집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30년 전 주방장이 지금도 음식을 만드는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