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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쉼터 스크랩 바람의 옷, 모시의 재발견 / 한국의 美_ 모시
ysoo 추천 0 조회 320 17.08.17 16:3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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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모시의 은근하고 소박한 멋과 쪽빛모시가 청량감을 전해주는 모시 조각보와 모시 찻잔 받침대로 장식했습니다.




모시옷 한 벌 / 송수권(시인)


어머니 장롱 속에 두고 가신 모시옷 한 벌
삼복더위에 생각나는 모시옷 한 벌
내 작은 몸보다는 치수가 넉넉한 그 마음
거울 앞에 입고 서보면
나는 의젓한 한국의 선비
시원한 매미 울음소리까지 곁들이고 보면
난초잎처럼 쏙 빠져나온 내 얼굴에서도
뚝뚝 모시물이 떨어지지만
그러나 내 목젖을 타고 흐르는 클클한 향수
열새 바디집을 딸각딸각 때리며
드나들던 북소리
가는 모시올 구멍으로 새나고
살강 밑에 떨어진 놋젓가락 그분의 모습은
기억 밖에 멀지만
번갯불과 소나기를 건너온 젖은
도롱이의 빗물들
등 구부린 어머니의 핏물이 떠 있다
아 어머니의 손톱 으깨어진 땀냄새 땀냄새
태모시 훑다 깨진 손톱
울 어머니 손톱
밤하늘 기러기가 등불을 차 넘기면서
뿌려놓은 한숨 같은
열새베 가는 올의
모시옷 한 벌.


※ 백모시와 천연염색한 모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 한산모시짜기 기능보유자 방연옥 선생의 작품(010-6754-3424)입니다.


한국의 美_ 모시


한올 한올 정성 들여 베를 짜고, 곱게 풀을 먹여 창문에 걸어두면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은은한 빛을 담아내는 모시발.


이처럼 가슬가슬한 감촉과 은은한 비침이 멋스러움을 더하는 모시는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가 가시는 듯 청량감을 안겨줍니다.


<GOLD&WISE>는 찌는 듯한 무더위로 심신이 지치는 8월을 맞아,
자연의 숨결이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전통 여름 옷감 ‘모시’에 깃든 멋과 지혜를 엿보겠습니다.


한국의 美_모시


바람의 옷, 모시의 재발견


에디터 조민진 사진 김재이

어시스턴트 이승헌 캘리그래피 강병인 스타일리스트 박용일(YONG STYLE)어시스턴트 남경현, 조아정

소품협찬 쪽빛 모시조각보(미루규방, 02-324-6123), 도자기 그릇(이도, 02-722-0756)



한국의 美_모시


한恨을 넘어선 우리 모시


기억이 떠오른다. 빨랫줄에 널린 풀 먹인 하얀 옷가지가 쨍쨍한 햇볕 아래에서 빳빳하게 마르면 여인은 입안 가득 맑은 물을 머금어 ‘푸우? 푸우?’ 이슬로 내뿜는다.

숨 죽은 옷가지를 반듯하게 개어 다듬잇돌에 올려놓은 여인이 이번에는 갸름한 방망이 두 개를 양손에 마주 든다. 딱딱, 탁탁, 타다닥타다닥….

무디고 느리게 시작된 다듬이질 소리가 어느새 리듬을 만들어 노랫가락인 것처럼 청아하게 담장을 넘어갈 무렵이면 여인의 이마엔 땀방울이 맺히고 앙다문 입술에선 알 수 없는 설움마저 읽힌다.

그런 뒤 또 숯불다리미까지 들여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쨌거나 벌써 등줄기로 땀방울이 굴러내리는 삼복 늦은 아침, 합죽선 하나 들고 사랑채 나서는 남정네의 옷차림이 참으로 눈부시다.
눈이 부신 건 티끌 한 점 없는 밝은 색감 때문만일까? 날카롭고 빳빳하게 잡힌 주름이 옷감과 피부 사이에 맞닿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 거침없이 드나드는 바람과 햇빛도 한몫한 듯싶다.

슬며시 안채 문이 열리며 서방님 외출 배웅하려는 마님이 나온다.

아! 그녀 역시 아래위 ‘세모시 옥색 치마’ 눈부신 차림이다.

너무 부시니 눈이 아려 눈물마저 맺히려 한다. 주책, 혹은 너무 감상적인가?


모시에는 한이 스며 있다. 모시는 선선하고 건조하면 바스러지는 변덕 탓에 한여름 삼복에도 덥고 습한 움막을 만들어 굵은 땀방울을 쏟으며 짜야 한다. 아니, 짜기 이전 마른 태모시를 얇게 째는 일부터 이와 입술, 혓바닥을 전부 사용해야 한다.

‘모시 한 필 째는 데 침 석 되가 들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걸 부러 만든 찜통 안에서 땀방울 쏟으며 짜는 거다. 옷을 지은 뒤에도 손이 많이 간다. 입었다가 벗으면 한동안 물에 담가 앞서 먹인 풀기를 빼야 하고, 또 풀을 먹여야 한다.

그러니 모시라면 고개부터 내두르는 여인네가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모시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다. 우리 ‘한산모시’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을 정도다. 멋스러움과 예스러움 때문이다.


삶에서 언제나 보편과 편의만을 추구할 수는 없다. 그것은 정체(停滯)가 되기도 하지만 활력을 잃게 해 삶을 무기력하게 만들기에.


사실 패션을 비롯한 그 대단하다는 인류 문명 중 일부분은 뭐 그런 것까지, 여겨지는 것도 있다. 그렇지만 대단하지 않은 듯한 그것들이 대단한 것은 무엇보다 머무르지 않으려는 활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멋은 불필요한 허영의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추구하게 하는 부추김이다. 예스러움은 그저 ‘옛것의 느’이 아니라 전통에서 지켜가야 할 가치의 추구다.


한여름, 모시 성장(盛粧)을 한 사람을 마주하면 왠지 성마르고 꼬장꼬장한 느낌을 받는다. 그렇지만 그건 거북함이 아니라 속 깊은 고아함에 대한 외경심에 가까운 것이다.
경박한 화려함이 넘쳐 산만할 지경인 이즈음에는 차라리 까다로운 멋이 신선하지 않을까.

그래도 솔직히 남정네의 모시 성장은 여전히 집 안을 벗어나면 뭔가 거북하다. 변화에 더디고 어색한 때문이다. 하지만 여인네의, 무쌍한 변화로 연출해낼 예스러움과 멋은 생각만으로도 기대되고 설렌다.


가장 다행한 것은 이제 모시에 서린 한은 잊어도 된다는 것이다. 오직 삶의 수단이 되어 흘린 찜통 속의 땀방울은 인류 문화의 자긍심으로 승화되어 반드시 지켜야 할 전통의 유산이 되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번거로운 손길도 이제는 집 근처 세탁소에서 ‘어서 오십시오’ 기다려 환영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참으로 마음 편히 멋 부릴 수 있는 좋은 세상 아닌가!


글 김정현(소설가) 사진 김재이 어시스턴트 이승헌



한국의 美_모시


모시의 美와 味를 만나다


몸에 달라붙지 않고 습기를 흡수하고 발산할 뿐 아니라 촉감이 가슬가슬한 모시는 더운 여름을 이겨낼 수 있는 필수품이었다.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더운 여름이면 시원한 바람이 되어준 모시로 지혜로운 여름 나기를 준비해보자.


청량한 여름 감촉을 집 안에 입히다


벽에 걸린 모시 배덮개는 한땀 한땀 꽃을 수놓아 정갈하면서도 화사함이 돋보인다. 빈콜렉션 제품.

베갯속에 메밀을 넣어 통풍도 잘되고 숙면에도 도움이 되는 모시 베개와 은은한 빛을 담아낸 모시 이불, 모시 방석, 모시 조각 차받침은 금단제 제품.

조각보를 이어 만든 스탠드 갓이 운치를 더하는 모시 스탠드는 종이나무갤러리 제품.

조약돌 모양의 다기 세트는 최정호 작가의 작품이며, 서울아트센터 공평아트샵 제품.

다용도로 쓰임새가 좋은 소나무함과 창살 고재 책장, 나주반은 대부앤틱 제품.

더없이 시원한 대나무 자리는 한일카페트 제품.



시원하고 청아한 아름다움을 담다


전통 조각보 형식을 접목한 손가방은 한복은 물론 정장과도 잘 어울려 다양한 스타일에 매치할 수 있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액세서리인데 브로치나 머리핀 등을 포인트 아이템으로 활용한다면 우리 선조의 멋과 지혜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 훌륭한 여름 스타일이 완성된다.


조각보 모시 가방은 한지희 클래식 제품. 풍성한 꽃모양의 모시 코르사주는 빈콜렉션 제품.

모시 머리핀과 모시 바늘 쿠션, 모시 향주머니는 금단제 제품. 다양한 꽃 모양 브로치와 잎 모양 차받침은 한산모시조합 제품. 다용도 바구니는 규방도감 제품. 원목 테이블은 대부앤틱 제품.





모시잎 요리, 여름 건강을 선물하다


모시잎으로 만든 음식은 맛이 담백해 여름철 식욕을 북돋우고, 모시잎에는 칼슘과 철, 마그네슘, 칼륨등의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건강에도 매우 좋다. 특히 칼슘은 우유보다 무려 48배나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꾸준히 섭취하면 골다공증에도 효능이 있고, 천연 식이 섬유가 풍부해 변비와 다이어트를 비롯해 고혈압 등 성인병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


모시비빔밥


재료

쌀 2컵, 쇠고기 120g, 콩나물 100g, 미나리 80g, 고사리 60g, 표고버섯 60g, 애호박 80g, 오이 40g, 당근 40g, 청포묵 80g, 다시마 튀각 10g, 식용유 약간, 사골 육수·참기름 적당량씩, 참깨·검은깨 약간씩

쇠고기 양념 국간장 1/3큰술, 마늘 1큰술, 참기름 1/2큰술, 청주 1작은술, 식용유·깨소금 약간씩

도라지 양념 굵은 소금 약간, 다진 마늘 1작은술, 소금·깨소금 약간씩, 참기름 1작은술

콩나물·시금치 양념 참기름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깨소금 약간씩

표고버섯·고사리 양념 참기름 1작은술, 깨소금 약간, 국간장 1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애호박 양념 굵은 소금·식용유·참기름·깨소금 약간씩, 다진 마늘 1작은술 오이 양념 굵은 소금·식용유 약간씩 청포묵 양념 간장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다진 홍·청고추 1작은술, 김가루 약간

모시 양념 물 적당량, 간장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고추장 양념 고추장 4큰술, 참기름·깨소금·설탕 1작은술, 후추·다진 파·다진 마늘 약간씩


만드는 법

1 쇠고기는 채 썰어 분량의 소스 재료를 넣고 15분간 재운 후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볶는다.

2 콩나물은 씻어 꼬리를 제거한 후 냄비에 물을 붓고 끓으면 소금을 넣고 삶아 채반에 걸러내고,
미나리와 시금치도 같은 방법으로 데친다.

3 ②의 데친 콩나물과 시금치는 양념을 넣고 골고루 무친다.

4 도라지는 채 썰고 굵은 소금울 넣고 주물러 쓴맛을 제거한 후 양념을 넣고 골고루 무친다.

5 표고버섯과 고사리는 채 썰어 양념을 넣고 무친 후 팬에 넣어 살짝 볶는다.

6 애호박은 얇게 채 썰어 굵은 소금에 절였다가 헹궈 짠 다음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양념을 넣고 살짝 볶는다. 7 오이는 채 썰어 굵은 소금에 절였다가 물기를 닦아내고 기름에 살짝 볶는다.

8 당근은 채 썰어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살짝 볶는다.

9 청포묵은 뜨거운 물에 살짝 담가 탄력이 있을 때 채 썰어 볼에 넣고 양념에 무친다.

10 모시는 깨끗이 씻어 냄비에 물을 넣고 끓으면 살짝 삶아 채반에 받쳐 물기를 제거한 후 양념을 넣고 무친다. 11 밥을 그릇에 담고 모든 재료를 가지런히 올린 후 고추장 양념과 참깨, 검은깨를 곁들인다.




모시떡과 모시잎 냉차


모시떡(4인 기준)
재료

멥쌀가루 2컵, 설탕 1큰술, 모시잎 가루 5g, 끓는물·꿀 적당량씩


만드는 법

1 볼에 멥쌀가루와 설탕, 모시잎 가루를 넣고 골고루 섞은 후 끓는 물을 조금씩 부으며 익반죽한다.
2 ①의 반죽을 밀대로 밀어 넓게 편 후 잎 모양 틀로 찍어낸 다음 젓가락으로 잎줄기 모양을 낸다.

3 찜통에 물을 붓고 끓으면 ②의 재료를 넣고 30분간 찐다.

4 ③의 떡에 꿀을 고루 묻혀 버무린다.


모시잎 냉차
재료

더운 물 800ml, 모시잎(말린 것) 10g, 얼음 2컵


만드는 법

1 차 다관에 모시잎을 넣고 80℃ 정도의 더운 물을 부은 후 20초 정도 우린다.

2 ①의 모시잎차를 볼에 담아 냉장고에 1~2시간 정도 식혀 차갑게 한 후 얼음을 곁들여 낸다.



에디터 조민진 사진 김재이 어시스턴트 이승헌

요리 스타일링 박용일(YONG STYLE) 어시스턴트 남경현, 조아정제품 스타일링 강혜림 소품협찬 이도(02-722-0756), 미루규방(02-324-6123), 빈콜렉션 (02-735-5760), 종이나무 갤러리(02-766-3397), 금단제(02-517-7243), 대부앤틱(02-796-1128), 서울아트센터 공평아트샵 (02-3210-0071), 규방도감 (02-732-6609), 한일카페트 (02-547-5828), 한지희클래식(051-555-4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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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85 august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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