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켈아트홀 마지막 공연을 봤습니다. 작품이 너무너무 좋아요. 연장공연을 한다니 제가 다 즐겁습니다.
저는 결혼하고 싶은 애인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그 사람을 아직 안 좋아하세요. 마침 엄마 생신이어서 애인에게 표를 선물받아 엄마와 함께 '사랑에 관한 5개의
소묘'를 봤습니다. 사랑에 관한 연극을 함께 보고 엄마와 사랑에 대한 대화를 자연스레 나누면서 애인 자랑을 좀 해 보면 엄마가 그 사람을 좀더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해서요.
조금 걱정되는 것은, 제 아버지가 좀 일찍 돌아가셔서 엄마 혼자 계신데, 엄마를 슬프게 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어요. 특히 두번째 에피소드는 죽은 아내와 대화하는 홀로 된 아저씨 이야기여서 조금 긴장했어요. 그 두번째 에피소드 진행 중에 엄마를
힐끗힐끗 살폈습니다. 그 전의 발랄한 에피소드 때보다 긴장된 상태셨지만 울거나 하시진 않았어요.
공연이 끝나고 차라도 한 잔 하러
가려고 했는데 엄마는 그냥 집으로 가자고 하셨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한 시간 정도 거리인 집으로 오면서 슬며시 엄마에게 말을 걸어보기도 했는데
많은 말을 하지는 않으셨어요. 하지만 제가 굳이 무슨 대화를 이끌어낼 필요가 없이 엄마는 마음의 변화를 겪으신 듯 했습니다. 막내딸이고 서른이
다 돼 가도록 엄마 밑에서 독립도 못하고 있는 처지라 아이처럼 생각했는데 이 녀석이 정말 사랑을 하고 있구나, 싶으셨던 것 같아요.
공연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탄탄하고 맛깔나는 대본,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 감동. 커플끼리 보러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던데,
커플 분들께 최고의 추천작입니다. 결혼하신 분들 부부끼리 오시면 더 좋을 것 같고요. 저도 애인이랑 한 번 더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혹시
저같은 문제로 마음 졸이고 계신 분들께는, 부모님과 마음 열고 대화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첫댓글 헉!!!!!!!!!!!!!! 이거 너무 슬픈 내용이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