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포항의 여성 전용 사설(私設) 노인요양원에서 불이 나 노인 27명 중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노인 대부분이 70~90대 중증 치매나 중풍 환자라 거동이 불편한 데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불이 나는 바람에 사상자가 많았다. 비상 상황에 대비한 긴급 피난 시스템도 부족했다.
우리나라에는 작년 말 현재 6만여 명이 2673개 노인요양시설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 노인요양시설은 국가나 지자체가 세운 일부를 빼고는 대부분 민간이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시설의 위치·이용료·사업계획 같은 내용을 신고만 하면 누구나 운영할 수 있고 정부 관리·감독 체계도 허술하다.
올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총인구의 11.0%인 535만 명이다. 노인 수는 2018년 707만 명, 2026년 1021만 명으로 늘어난다. 2008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0세이지만 건강수명은 71세다. 10년 정도를 병마와 싸우며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늙고 병든 부모를 자녀가 부양하는 세상은 끝나가고 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60세가 넘은 사람 중 자녀와 함께 사는 사람의 비율이 2007년 60%에서 작년 40%로 줄었다. 늙어서 자녀와 따로 살겠다는 사람도 79.4%나 됐다.
지금 중년 세대의 대부분은 늙고 병들면 노인요양시설로 가 거기서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포항 노인요양원의 비극은 그들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다. 정부는 물론 개인이나 사회단체들도 노인요양시설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고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를 자신의 문제로 끌어안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