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 동안에
나직이 따뤄지는
흰빛
술의 잔(盞)의 가득함.
시를 읽고 있는 동안에
오고 있는
따사로운 불빛의 가득한 점등.
시를 읽고 있는 동안
가버렸던
마차의 삐걱대는 바퀴가
싣고 오는 가을.
시끄럽지 않은
밤의
저 푸른 별의 얼굴.
잊어버린
도시의 밤하늘!
이 모두가 시를 읽고 있는 동안에
조용히 혼자의 술.
희미한 혼자의 술.
===[한국인의 애송시 II, 청하]===
정공채(鄭孔采); 1934년 경남 하동 출생.
『현대문학』으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시단》《현실》《목마시대》동인.
<현대문학상>(1976), 한국문학가 협회상>을 수상한 그의 시풍은 현실 상황을 원시적인 힘의 응결로 다루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시집으로 『해점(海店)』『정공채 시집 있읍니까』와 수필집 『지금 청춘』『비에 젖습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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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고 있는 동안에
사계절을 보기도 하고,
산속의 꽃과 새들과 함께 하기도 하며
소년이 되어 아련한 추억에 잠겨보기도 합니다.
고향의 들과 산을 뛰어놀던 풍경을 그려보기도 합니다.
별 대신 화려한 네온사인이
달 대신 키 큰 가로등이
벌레 소리대신 자동차의 소음이
도시의 거리를 가득 채웁니다.
남자가 술을 혼자 마신다는 것은
남자가 밤에 술은 마신다는 것은
외로워서 마시는 술입니다.
그리워서 마시는 술입니다.
혼술!
혼자 마시는 술은
혼을 부르는 술입니다.
오늘 저녁엔 깍두기에 소주 한 잔 하렵니다.
흘러간 노래나 들으며
나도 흘러가렵니다.
=적토마 올림=
첫댓글 시(詩)는 술이다.
술은 시(詩)다?
모르겠습니다.
어떤 것이 맞는지.